[Book] ‘블랙 스완의 딜레마’ 극단적 변동성에 대처하는 자세 外


2008년 주식시장 붕괴로 많은 사람들이 블랙 스완이란 개념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시장에서 블랙 스완은 주식과 업계, 때로는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만한 수준의 변동성 상태에서 나타나는 급격한 쏠림을 특징으로 하며 경제 폭풍을 앞두고 위기감 속에 산출된 것보다 몇 배나 큰 가격 쇼크를 일으킨다.

저자는 애널리스트로서 오랜 기간 일해 왔으며 2008년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명암을 달리했던 현장에서 활동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저자가 전하는 금융 위기의 경험담이다. 독자들은 단편적인 뉴스로 접했던 월스트리트 사건들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는 블랙 스완이 일어나는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블랙 스완의 순간을 예측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거시경제의 복잡성, 시장에서 보게 되는 투자자들의 집단행동, 인간의 엉뚱함 등이 새로운 정보에 대응하는 데 영향을 미쳐 의사결정권자들의 업무를 복잡하게 만든다.

결국 블랙 스완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벌어진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능력이다. 이 때문에 이 책은 극단적인 변동 장세에 대한 조사와 분석,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에 필요한 실용적인 접근법을 제공한다.

저자는 블랙 스완과 같은 복잡한 상황에서 어떻게 균형 잡힌 신념을 지닐 수 있는지, 빠르게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에 어떻게 정확히 반응하고 정보 과부하를 극복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어떻게 중대 이슈들에 관심을 집중하며 기업의 간부들을 가로막는 정보 비대칭을 어떤 식으로 간파하는지, 인간의 직관력을 어떻게 정교한 분석학과 통합하는지 설명한다.


케네스 포스너 지음┃424쪽┃비즈니스맵┃2만 원




이종우의 독서 노트
‘문명의 기억, 지도’ 지도는 모든 ‘인간성’을 대변한다

지도는 욕망이다. 옛날부터 유향은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져 왔다. 가격이 얼마나 비싸던지 손님이 올 때 유향을 피워 얼굴과 옷 속에 연기를 뿜어주는 것을 최상의 접대로 여길 정도였다. 유럽이 사하라사막 이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때 아랍인은 유향을 팔 곳을 찾기 위해 세계지도를 만들었다. 이 지도는 중국을 거쳐 한반도로 들어왔고 조선 최초의 세계지도인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로 탈바꿈한다. 상인의 욕망이 지도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 사례다.

지도는 철학이다. 중세를 대표하는 헤리퍼드 세계지도는 기독교 세계관을 잘 구현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육지를 T자 형태로 나눠 지도의 위에 아시아, 왼쪽 아래에 유럽, 오른쪽 아래에 아프리카를 배치했다. 중심에 예루살렘을 놓고 아시아 대륙 끝에 에덴동산을 그렸다. 종교가 세상을 지배하던 중세에 지도를 제작하는 원칙은 실제보다 신이 창조한 세계의 모습에 가깝도록 그리는 것이었다.

지도는 희망이다. 초대 교회에 네스토리우스파가 있었다. 431년 제3차 공의회에서 성모 마리아의 신성을 부정했다는 이유로 추방당한 분파였는데 동쪽으로 옮겨 갔다는 전설이 남아 있었다. 이 네스토리우스파가 세운 나라의 왕 프레스터 존은 십자가 전쟁 이후 15세기에 다시 한 번 유럽인의 마음에 등장한다.

오스만제국으로 인해 유럽인이 동양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사실상 사라졌다. 마지막 남은 방법은 바다를 통해 프레스터 존을 찾아 나서는 것밖에 없었다. 포르투갈인 바스코 다가마가 유럽의 염원을 안고 탐험에 나서 인도까지 진출하지만 결국 프레스터 존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프레스트 존을 찾는 데는 실패했지만 뜻하지 않게 바스코 다가마에 의해 대항해 시대가 열렸다.

지도는 전쟁이다. 대륙 진출의 야욕을 불태우던 일본은 첩보 장교들을 행상인으로 위장해 조선에 파견했다. 비밀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서였는데 나침반과 발걸음을 이용해 도로·교량은 물론 10호 이하의 가구 수까지 조사했다. 일본은 열강의 침략을 받으면서 지도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동방항로를 개척한 유럽이 인도양을 건너 일본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건 지도가 있었기 때문이란 걸 안 일본은 서둘러 지도 제작에 나섰다. 그렇게 탄생한 지도 중 상당 부분은 패전 과정에 불태워졌지만 일부가 남아 미국으로 흘러 들어갔다.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jwlee@solomonib.com






현실주의자의 심리학 산책
요헨 마이 외 지음┃504쪽┃지식갤러리┃1만6800원

인간은 잠재의식적인 자극에 취약하며 생각만큼 이성적이지 않다. 이 책은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치는 흥미로운 심리 현상을 총망라했다. 나의 일상은 물론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현상을 이 책에 나오는 심리 효과를 통해 분석함으로써 인간을 이해하는 데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심리학적 통찰을 제공하며 다양한 실험 및 심리 테스트를 수록해 놓아 독자 스스로 자기 자신 특유의 행동을 알아낼 수 있게끔 해준다.



우리가 아는 중국은 없다
한우덕 지음/331쪽/청림출판/1만6000원

21세기 최대의 역사적 이변은 중국의 부상이다. 빈곤과 저개발, 정치적 혼미 속에서 방황했던 중국은 개혁 개방 30년 만에 세계 제1의 수출 대국 및 외화 보유국으로 우뚝 섰다. 게다가 최근 세계경제가 또다시 장기 침체 국면에 빠지면서 세계의 시선은 경제 대국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이 책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냉정하게 관찰하고 분석한 뒤 중국의 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책을 제시하는 책이다.



세계 슈퍼 리치
최진주 외 지음┃372쪽┃어바웃어북┃1만6000원

이 책은 부자 피라미드의 상층부에서도 가장 꼭대기에 있는 0.00001%의 슈퍼 리치 40인의 삶과 성공 전략을 추적한 탐사 기록이다. 슈퍼 리치에 대한 기록은 한 사람의 인생 역정이 응축된 짧은 평전이자 생물처럼 진화를 거듭하는 기업 이야기이며 전 세계 부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세 명의 기자들은 부의 흐름과 현재를 정확히 조망하고 슈퍼 리치의 공통점인 ‘부자 DNA’를 찾아내 독자에게 제시하고 있다.



또 다른 세계화
도미니크 볼통 지음┃264쪽┃살림┃1만2000원

세계적 석학인 도미니크 볼통이 전하는 세계화와 소통에 대한 생각이 담긴 책이다. 특히 저자가 한국의 소통 문제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흥미롭다. 저자는 한국이 여전히 소통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 있다고 말한다. 분단 상황과 경제적 문제 등 한국은 오래전부터 두 극단의 교차점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는 또 다른 세계화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장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이 이런 단점과 장점을 직시하고 더욱 솔직하게 소통할 수 있다면 21세기의 중심축으로 떠오를 날이 머지않았다’고 전한다.



이후연 기자 leew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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