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전쟁 최후 승자는] TV 시장 "패널·화질·OS 경쟁 ‘동시다발’"

최근 막을 내린 ‘IFA 2012’의 최대 이슈는 가전의 꽃으로 불리는 TV로, 세계 TV 시장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국내 기업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전 세계 TV 시장점유율만 봐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45%에 육박한다.

이는 20년간 글로벌 TV 시장을 제패했던 일본 업체들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시장조사 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매출액 기준)은 28.5%로 1분기(25.9%)에 비해 2.6% 포인트 상승하며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이어 2위를 차지한 LG전자의 시장점유율은 15.2%로 전 분기 대비 0.6% 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을 합치면 43.7%로, 전 분기 40.5%보다 3.2% 포인트 상승했고 1년 전(37%)과 비교하면 무려 6.7%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시장을 석권했던 일본 업체들은 점유율이 뚝뚝 떨어지는 추세다. 소니는 지난해 11.7%에서 올 2분기 8.3%로 떨어졌고 파나소닉도 9.4%에서 6.8%로, 샤프도 6.9%에서 5.0%로 하락했다. 이들 3사의 시장점유율을 합한 수치는 20.1%로 전년 동기(28.0%) 대비 8% 정도 뚝 떨어졌다.



DTV 전환과 함께 국내 업체 선두

세계 경기 불황으로 TV 시장이 저조한 가운데도 국내 업체들의 독주는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으며 LG전자는 차별화된 제품으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세계 1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확실시된다.

삼성전자는 또한 사상 최초로 평판 TV 연 5000만 대 판매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은 4300만 대였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2048만 대 정도 판매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유럽 전체 24개국에서 평판 TV와 액정표시장치(LCD) TV,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 TV, 스마트 TV, 3D TV 등 5개 부문에서 업계 최초로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며 저력을 보여줬다.

국내 업체의 세계 TV 시장 석권은 디지털 TV 시대가 열리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세계시장 1, 2위를 달리던 소니와 파나소닉이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몰락의 길을 걸은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 시장이 디지털 방식으로 변화하는 점에 주목, 대규모 투자와 기술 개발로 기회를 잡았다.

트렌드에 대한 민첩한 반응과 함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혁신 기술로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며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2009년 LED TV, 2010년 3D TV, 2011년 스마트 TV 등을 내놓았을 때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제품은 글로벌 TV 시장의 트렌드를 변화시키는 주요 배경이 됐다.

세계시장 출하량을 기준으로 본 올 상반기 TV 트렌드는 LCD TV의 대형화, LED TV의 대세, 3D TV 열풍으로 요약되는 가운데 올 하반기 이후 세계 TV 시장은 ‘차세대 TV 대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차세대 TV 전쟁이 10월부터 본격 발발돼 올 연말 절정을 이룰 전망이다. 그 시작은 이미 ‘IFA 2012’에서 촉발됐다.

차세대 TV로 각광받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그 중심에 서 있다. 이번 ‘IFA 2012’에서 OLED TV를 전시한 업체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일했다. 양 사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이미 OLED TV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LG전자의 OLED TV는 미국 유력 IT 전문 매체인 ‘시넷’으로부터 ‘베스트 오브 CES’ 및 ‘베스트 오브 쇼’에 선정됐고 삼성전자의 OLED TV도 미 가전협회(CEA)가 선정하는 ‘최고 혁신상’을 수상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PDP와 LCD, LED로 이어진 평판 디스플레이 TV 시장에 이어 차세대 OLED TV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들은 이미 주도적 위치를 확보한 셈이다. 일본 업체인 소니와 파나소닉이 손을 잡고 OLED TV 공동 개발 협상을 진행하는 등 반격을 준비 중이지만 3년 후에나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돼 추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미국·유럽에서도 OLED TV 사업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미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올해 안에 나란히 OLED TV 출시 계획을 발표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OLED TV 시장 선점은 글로벌 TV 시장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OLED TV와 함께 초고해상도(UD) TV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LG전자가 ‘IFA 2012’에 84인치 UD TV를 출시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가운데 소니도 아직 시판하지는 않았지만 84인치 크기의 UD TV를 전시했다. 소니는 기술 부족으로 당장 OLED TV 경쟁에 합류할 수 없지만 UD 경쟁력을 바탕으로 향후 OLED TV에서 UD급 화질까지 구사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TV 업계가 구글의 TV 플랫폼 ‘구글 TV 2.0’ 운영체제를 탑재한 TV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서면서 스마트 TV 운영체제(OS) 대결도 치열하다. 구글 TV 부문에서는 LG가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 CES에서 구글 TV를 공개한 후 지난 8월부터 미국 전역에서 판매 중으로, 출시 후 한 달 만에 4000~5000대 정도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독일·프랑스 등 주요 국가에서도 차례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번 ‘IFA 2012’에서 구글 TV를 공개한 삼성전자도 올 4분기 중 유럽 시장을 시작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전 세계 스마트 TV 시장의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구글 TV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보며 관련 부문을 더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스티브 잡스의 유작인 애플 TV도 출시 초읽기에 들어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세대 TV 시장도 삼성·LG 선점

국내 업체들이 주도해 온 스마트 가전 시장에 외국 업체들도 뛰어들기 시작했다. ‘IFA 2012’에 참가한 밀레와 파나소닉 등 주요 가전 업체들은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스마트폰으로 다양한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가전과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TV 시장에서도 에너지 효율은 중요한 이슈다. ‘IFA 2012’에서는 주요 업체들이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 제품을 내세웠다. 몇 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LG전자·밀레 등 선두 업체들이 선보이던 에너지 절약 기술이 이제는 제품 경쟁력의 주된 잣대가 됐다.

그러나 이 부문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선전이 돋보인다. 이번 IFA 전시에서 에너지 관련 국제기구인 SEAD가 수여하는 TV 최고 에너지 효율상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눠가진 것. LG시네마 3D TV는 대형 TV 최고 에너지 효율상을 수상했고 29인치 미만 소형과 29~42인치 중형 등 2개 부문에서는 삼성전자 제품이 각각 1위로 뽑혔다.

한편 TV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하이얼·TCL 등 중국 TV 업체들이 국내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동안 여러 번 진출 시도에도 불구하고 높은 벽을 넘지 못했던 중국 업체들은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보다 25~30% 정도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재공략에 나섰다.

중국 내 점유율 1위인 TCL TV가 인터파크를 통해 국내 최초 단독 론칭한 것. TCL은 세계 시장점유율을 계속 확대하고 있으며 디자인에서도 혁신적 제품을 내놓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하이얼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력 모델인 40인치대가 아닌 20인치부터 32인치 등 보급형 부문을 틈새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중국 브랜드를 비롯해 중소기업 제품 등 저가 TV가 지난해 말부터 국내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올 상반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85%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불황으로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때문이다.

그러나 저가 TV 제품이 국내 TV 시장 구조에 변화를 일으키기 힘든 수준이라는 데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TV 시장은 연간 약 200만~230만 대 정도로 추산되는데, 올해는 특히 디지털 방송 전환으로 20% 정도 판매량이 더 많아질 전망”이라며 “국내 시장점유율 최대 95%에 이르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양분 체제는 웬만해선 깨지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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