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전쟁 최후 승자는] 에어컨 시장 "‘김연아 vs 손연재’ 장외 경쟁 후끈"
입력 2012-09-14 14:44:43
수정 2012-09-14 14:44:43
국내 에어컨 시장의 90~95%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차지한다. 그러나 다른 가전과 달리 해외에서의 점유율은 높지 않다. 현재 세계 에어컨 시장은 다이킨·캐리어·트레인·요크 등 대부분 해외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가정용 에어컨보다 상업용 시스템 에어컨 시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는 가정용 에어컨 비중이 70% 이상인 반면 다이킨·캐리어 등 세계 유수의 에어컨 업체들은 상업용 에어컨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다만 가정용 에어컨 시장에서 LG전자는 전 세계 20여 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전체 글로벌 에어컨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브랜드는 일본 에어컨 업체인 다이킨이다. 2010년 미국 캐리어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다이킨은 최근 미국의 가정용 에어컨 1위 업체인 굿맨글로벌을 약 3000억 엔(약 4조3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주하이거리가전과 광둥미디어전기 등 싼값을 무기로 내세운 중국 업체들이 규모를 키우면서 급성장하자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다이킨의 작년 매출은 1조400억 엔으로 세계 1위이며 굿맨글로벌은 1600억 엔으로 규모는 작지만 미국 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점유율이 25%에 달한다.
양 사의 매출을 합치면 1조2000억 엔 규모로, 무엇보다 북미 지역에서 업무용 대형 에어컨 판매는 호조지만 가정용 에어컨은 소규모 매출에 머무르고 있는 다이킨은 이번 인수로 중국 업체들과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 성장 속도 빨라
아닌 게 아니라 에어컨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 냉각기 분야에만 전념한 주하이거리가전은 엄청난 규모의 내수 시장은 물론 해외에서의 매출도 증가세다. 브라질과 베트남에 이어 지난해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현지법인을 설립,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또 다른 업체인 광둥미디어전기도 지난해 미국 캐리어의 남미 3국 사업을 인수하고 해외 사업을 본격화했다.
국내시장은 LG전자와 삼성전자의 2강 구도 속에 캐리어·위니아 등이 선전하고 있다. 국내 에어컨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최첨단 기술이 돋보이는 프리미엄급 제품에서부터 실속형 모델까지 다양한 제품 라인을 내놓으며 경쟁하고 있다. 국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은 한해 200만 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최근 10년간은 연평균 165만 대 안팎이었고 유난히 더웠던 지난해에는 사상 최고인 190만 대가 팔렸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각각 주장하는 국내 에어컨 시장점유율은 차이가 있다. LG전자는 국내 에어컨 시장의 50%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히고 삼성전자 역시 이미 LG전자를 넘어섰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내시장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없다.
다만 위니아만도·캐리어·귀뚜라미 등 다른 에어컨 업체들의 판매량을 비교해 볼 때 두 업체의 국내 에어컨 시장점유율이 90% 이상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다소 앞선 가운데 삼성전자가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신제품에서도 경쟁을 벌였다. LG전자는 ‘체조 요정’ 손연재를 앞세워 4D 입체 냉방이 가능한 ‘휘센 손연재 스페셜’을 내놓았고 삼성전자도 ‘국민 요정’ 김연아를 모델로 음성인식 기능을 갖춘 ‘스마트 에어컨Q’를 선보였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에어컨 브랜드들의 신제품이 내세우는 핵심 기능을 보면 글로벌 에어컨 시장의 트렌드가 보인다. 모든 가전의 세계적 공통 화두인 에너지 절감, 친환경 기능은 에어컨에서도 절대적이다. 여름에는 폭염 등으로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대표적 여름 가전인 에어컨의 에너지 효율은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내 판매를 보면 특히 절전 성능이 뛰어난 가정용 인버터형 에어컨이 전체 판매를 견인하는 양상이다. 인버터 기능은 에어컨에 내장된 2개의 모터 중 1개가 주변 온도에 맞춰 바람의 온도 및 세기를 조절하는 것으로, LG전자와 삼성전자 모두 인버터 기술 덕분에 최대 90%의 전기 절감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2012년 신제품 역시 온도에 따라 냉방 능력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친환경 고효율 ‘슈퍼 인버터’ 절전 기술을 내세웠다. LG전자 관계자는 “냉방 면적 58.5㎡(18평형) 에어컨의 경우 연간 전기료가 6만7000원으로 동급 모델 중 가장 저렴하다”며 “일정 쾌적 온도에 달하면 2개의 팬 중 하나만 작동되는 초절전 다이어트 냉방으로 약 39%의 추가 전기료 절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에어컨 분야도 달아올라
삼성전자의 신제품은 미래 가전의 모습인 스마트를 키워드로 내세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리션으로 에어컨 상태 확인은 물론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 특히 스마트폰과 리모컨을 이용해 음성으로도 제품을 작동할 수 있는 ‘스마트 톡’ 기능을 갖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삼성 스마트TV를 통해서도 음성 명령으로 에어컨 제어가 가능해 거실 가전과 사용자가 소통하는 스마트한 생활 환경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점유율 3위인 캐리어에어컨은 ‘스마트 기능과 초절전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가정용·산업용 에어컨 ‘클라윈드 S’를 선보였고 위니아만도도 버튼을 누르면 주변 온도를 감지, 사용자의 설정 온도를 기억해 가동하는 ‘스마트 맞춤 냉방’ 기능을 갖춘 에어컨을 선보였다.
국내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보급형 에어컨도 인기를 끌었다. 지난 5월 11번가가 캐리어·하이얼과 함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춘 ‘쇼킹 에어컨’은 정가의 50% 수준으로 1, 2차 모두 조기에 ‘완판’됐다.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시스템 에어컨에서도 맞붙었다. 성장률이 지지부진한 백색 가전 시장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시스템 에어컨이다. 지난 4월 정부가 시스템 에어컨에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을 매기겠다고 선언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정부 방침에 따라 에너지 소비 효율에 따른 1~5등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게 되면 사실상 1등급이 아니면 판매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양 사는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을 놓고도 신경전을 펼쳤다. 일단은 LG전자의 승리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LG전자 시스템 에어컨의 에너지 효율 등급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에너지관리공단 측이 LG전자의 손을 들어준 것.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스템 에어컨 성장률은 연 15~20% 정도다. 건설 경기 위축으로 지난 1~2년 성장률이 5~6%대로 낮아지긴 했지만 일반 에어컨 시장이 사실상 성장을 멈춘 것과 비교하면 매력적인 시장이다. 2009년에는 규모가 총 220억 달러(내수 70억 달러, 수출 150억 달러)였고 2011년에는 총 250억 달러(내수 80억 달러, 수출 170억 달러)로 증가했으며 향후 2015년에는 총 321억 달러(내수 102달러, 수출 219억 달러)로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질 전망이다.
건설 경기가 회복되면 성장률은 다시 높아질 것이고 평균 수주 비용이 수백억 원대의 큰 단위다 보니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아예 시스템 에어컨에 더 비중을 두고 세계 에어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전 세계 에어컨 시장 규모는 696억 달러 수준이다. 2013년에는 791억 달러, 2015년에는 913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인데, 특히 시스템 에어컨은 연평균 9%의 고성장이 기대된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국내 업체는 가정용 에어컨 비중이 70% 이상인 반면 다이킨·캐리어 등 세계 유수의 에어컨 업체들은 상업용 에어컨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다만 가정용 에어컨 시장에서 LG전자는 전 세계 20여 개 국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전체 글로벌 에어컨 시장에서 점유율 1위인 브랜드는 일본 에어컨 업체인 다이킨이다. 2010년 미국 캐리어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선 다이킨은 최근 미국의 가정용 에어컨 1위 업체인 굿맨글로벌을 약 3000억 엔(약 4조3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주하이거리가전과 광둥미디어전기 등 싼값을 무기로 내세운 중국 업체들이 규모를 키우면서 급성장하자 선두 자리를 지키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다이킨의 작년 매출은 1조400억 엔으로 세계 1위이며 굿맨글로벌은 1600억 엔으로 규모는 작지만 미국 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점유율이 25%에 달한다.
양 사의 매출을 합치면 1조2000억 엔 규모로, 무엇보다 북미 지역에서 업무용 대형 에어컨 판매는 호조지만 가정용 에어컨은 소규모 매출에 머무르고 있는 다이킨은 이번 인수로 중국 업체들과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 성장 속도 빨라
아닌 게 아니라 에어컨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 냉각기 분야에만 전념한 주하이거리가전은 엄청난 규모의 내수 시장은 물론 해외에서의 매출도 증가세다. 브라질과 베트남에 이어 지난해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현지법인을 설립,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또 다른 업체인 광둥미디어전기도 지난해 미국 캐리어의 남미 3국 사업을 인수하고 해외 사업을 본격화했다.
국내시장은 LG전자와 삼성전자의 2강 구도 속에 캐리어·위니아 등이 선전하고 있다. 국내 에어컨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최첨단 기술이 돋보이는 프리미엄급 제품에서부터 실속형 모델까지 다양한 제품 라인을 내놓으며 경쟁하고 있다. 국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은 한해 200만 대 수준으로 추정된다.
최근 10년간은 연평균 165만 대 안팎이었고 유난히 더웠던 지난해에는 사상 최고인 190만 대가 팔렸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각각 주장하는 국내 에어컨 시장점유율은 차이가 있다. LG전자는 국내 에어컨 시장의 50%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히고 삼성전자 역시 이미 LG전자를 넘어섰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내시장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없다.
다만 위니아만도·캐리어·귀뚜라미 등 다른 에어컨 업체들의 판매량을 비교해 볼 때 두 업체의 국내 에어컨 시장점유율이 90% 이상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다소 앞선 가운데 삼성전자가 추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신제품에서도 경쟁을 벌였다. LG전자는 ‘체조 요정’ 손연재를 앞세워 4D 입체 냉방이 가능한 ‘휘센 손연재 스페셜’을 내놓았고 삼성전자도 ‘국민 요정’ 김연아를 모델로 음성인식 기능을 갖춘 ‘스마트 에어컨Q’를 선보였다.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에어컨 브랜드들의 신제품이 내세우는 핵심 기능을 보면 글로벌 에어컨 시장의 트렌드가 보인다. 모든 가전의 세계적 공통 화두인 에너지 절감, 친환경 기능은 에어컨에서도 절대적이다. 여름에는 폭염 등으로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대표적 여름 가전인 에어컨의 에너지 효율은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내 판매를 보면 특히 절전 성능이 뛰어난 가정용 인버터형 에어컨이 전체 판매를 견인하는 양상이다. 인버터 기능은 에어컨에 내장된 2개의 모터 중 1개가 주변 온도에 맞춰 바람의 온도 및 세기를 조절하는 것으로, LG전자와 삼성전자 모두 인버터 기술 덕분에 최대 90%의 전기 절감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2012년 신제품 역시 온도에 따라 냉방 능력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친환경 고효율 ‘슈퍼 인버터’ 절전 기술을 내세웠다. LG전자 관계자는 “냉방 면적 58.5㎡(18평형) 에어컨의 경우 연간 전기료가 6만7000원으로 동급 모델 중 가장 저렴하다”며 “일정 쾌적 온도에 달하면 2개의 팬 중 하나만 작동되는 초절전 다이어트 냉방으로 약 39%의 추가 전기료 절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스템 에어컨 분야도 달아올라
삼성전자의 신제품은 미래 가전의 모습인 스마트를 키워드로 내세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리션으로 에어컨 상태 확인은 물론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 특히 스마트폰과 리모컨을 이용해 음성으로도 제품을 작동할 수 있는 ‘스마트 톡’ 기능을 갖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삼성 스마트TV를 통해서도 음성 명령으로 에어컨 제어가 가능해 거실 가전과 사용자가 소통하는 스마트한 생활 환경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점유율 3위인 캐리어에어컨은 ‘스마트 기능과 초절전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가정용·산업용 에어컨 ‘클라윈드 S’를 선보였고 위니아만도도 버튼을 누르면 주변 온도를 감지, 사용자의 설정 온도를 기억해 가동하는 ‘스마트 맞춤 냉방’ 기능을 갖춘 에어컨을 선보였다.
국내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 보급형 에어컨도 인기를 끌었다. 지난 5월 11번가가 캐리어·하이얼과 함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춘 ‘쇼킹 에어컨’은 정가의 50% 수준으로 1, 2차 모두 조기에 ‘완판’됐다.
한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시스템 에어컨에서도 맞붙었다. 성장률이 지지부진한 백색 가전 시장에서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시스템 에어컨이다. 지난 4월 정부가 시스템 에어컨에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을 매기겠다고 선언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정부 방침에 따라 에너지 소비 효율에 따른 1~5등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게 되면 사실상 1등급이 아니면 판매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양 사는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을 놓고도 신경전을 펼쳤다. 일단은 LG전자의 승리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LG전자 시스템 에어컨의 에너지 효율 등급에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지만 에너지관리공단 측이 LG전자의 손을 들어준 것.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스템 에어컨 성장률은 연 15~20% 정도다. 건설 경기 위축으로 지난 1~2년 성장률이 5~6%대로 낮아지긴 했지만 일반 에어컨 시장이 사실상 성장을 멈춘 것과 비교하면 매력적인 시장이다. 2009년에는 규모가 총 220억 달러(내수 70억 달러, 수출 150억 달러)였고 2011년에는 총 250억 달러(내수 80억 달러, 수출 170억 달러)로 증가했으며 향후 2015년에는 총 321억 달러(내수 102달러, 수출 219억 달러)로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질 전망이다.
건설 경기가 회복되면 성장률은 다시 높아질 것이고 평균 수주 비용이 수백억 원대의 큰 단위다 보니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아예 시스템 에어컨에 더 비중을 두고 세계 에어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다. 전 세계 에어컨 시장 규모는 696억 달러 수준이다. 2013년에는 791억 달러, 2015년에는 913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인데, 특히 시스템 에어컨은 연평균 9%의 고성장이 기대된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