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채권형 펀드 " 안정성 ‘매력’…금리 인하로 수익률 ‘쑥’"
입력 2012-09-14 14:44:42
수정 2012-09-14 14:44:42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위험 중수익’의 대표 상품 격인 채권형 펀드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제공하는 자본시장 통계에 따르면 국내외 채권형 펀드에는 올 1월부터 8월 말까지 1조1590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지난 4월 47억 원의 순유출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매달 최소 500억 원에서 최대 3000억 원의 자금이 채권 펀드로 몰려들었다.
반면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매달 돈이 빠져나갔다. 국내외 주식형 펀드의 규모는 올 초 이후 2조9081억 원 줄어들었다.
주식형 펀드는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던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동안 2조7621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지만 이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동안 모두 5조6702억 원의 순유출이 이뤄지며 주식형 펀드의 규모는 나날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채권형 펀드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채권형 펀드 수탁액은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한 이후 8월 말까지 11조5000억 원 증가했다.
전체 채권형 펀드의 규모가 커지면서 각 자산운용사들의 채권형 펀드 설정액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채권형 펀드 수탁액이 4조3210억 원 늘어 가장 크게 불어났다. 전체 설정 규모는 6조3845억 원으로 2008년 9월 16일(2조635억 원)보다 3배 이상 커졌다. 한화자산운용과 하나UBS자산운용은 각각 2조5000억 원, 1조 원이 증가하며 뒤를 이었다.
채권형 펀드와 주식형 펀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이유는 ‘수익률’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올 초 이후 수익률은 2.86%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국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4.13%를 기록했다.
이런 수익률 차이는 해외 주식형 펀드와 해외 채권형 펀드를 비교하면 더욱 가파르다. 올 초 이후 해외 주식형 펀드는 1.93%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해외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무려 8.96%를 기록했다. 무려 5배에 달하는 차이다.
해외 하이일드, 수익률 가장 높아
채권형 펀드의 장점은 꾸준히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약간 우위의 수익률(5~6%)을 목표로 하는 채권 펀드의 수익률은 증시 활황기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져 까딱 잘못하면 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칠 수 있는 최근 같은 시기에는 주식형 펀드에 비해 확실한 비교 우위를 가진다.
이 때문에 채권형 펀드는 장기 투자 때 빛을 발한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 공모 펀드의 5년 평균 수익률은 채권형이 31.59%로 주식형의 마이너스 2.97%에 비해 훨씬 뛰어났다. 같은 기간 주식 혼합형(8.46%), 채권 혼합형(16.97%), 절대 수익 추구형(20.38%)에 비해서도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더 높았다.
3년 평균 수익률은 주식형이 19.45%로 채권형 16.79%에 비해 다소 높았다. 하지만 최근 증시의 하락으로 1년과 2년 평균 수익률이 각각 마이너스 19.88%, 마이너스 0.64%를 기록한 주식형 펀드에 비해 채권형 펀드는 6.13%, 11.18%로 양호한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장기 투자 시 채권형 펀드가 안정성뿐만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주식형 펀드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올 초 이후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더욱 가파르게 올라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다. 금리가 내리면 높은 금리로 발행한 채권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이를 담고 있는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도 자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4%에 그치면서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 신용 등급 상향 조정도 국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무디스의 한국 국가 신용 등급 상향 조정 이후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및 국채 선물의 순매수가 지속되면서 금리 하락세가 이어진 것.
또 다른 이유는 채권형 펀드의 상품 구성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즉 해외 채권형 펀드를 중심으로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 등 기존의 채권형 펀드에 비해 보다 공격적인 상품이 출시되면서 채권형 펀드 전체의 평균 수익률이 올라간 것이다.
해외 채권형 펀드 중에서도 최근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는 채권형 펀드는 해외 하이일드 채권 펀드다. 하이일드 채권 펀드는 일반적으로 ‘BBB-’ 등급 미만의 회사채에 투자해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대신 고금리를 주는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즉 투자하는 채권은 신용 등급이 다소 낮게 평가되면서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부여하는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다. 일반적인 채권형 펀드보다 변동성이 있을 수 있지만 더 위험성이 큰 주식형 펀드보다는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하이일드 채권 펀드의 수익률은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11.07%에 달했다. 이는 해외 채권형 펀드 수익률 8.96%와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 1.93%를 모두 웃도는 수치다.
헤지 펀드도 채권형으로 무게 축 이동 중
이처럼 채권형 펀드에 돈이 몰리는 것은 단지 국내의 일만이 아니다. 오히려 자본시장 선진국 투자자들은 채권형 펀드를 넘어 채권형 헤지 펀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미국계 대안 투자사인 하이랜드캐피털매니지먼트(HCM)의 마크 오카다 최고투자자(CIO)는 지난 9월 3일 “헤지 펀드도 채권형에 주목할 때”라면서 “세계적 추세와 다르게 유독 아시아에서 주식형 헤지 펀드 투자에 편중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오카다 CIO는 채권형 헤지 펀드의 수익률은 분명히 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실채권·구조화채권·레버리지론을 다루는 채권형 헤지 펀드 매니저들에게 금융시장 규제 강화가 오히려 기회가 됐다”며 “투자은행의 단기 주식, 파생상품 등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규정인 ‘볼커 룰’ 때문에 골드만삭스·JP모건 등 투자은행의 자기자본 투자가 어려워져 채권형 헤지 펀드들이 좋은 채권을 점유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크 오카다 CIO는 “실제로 최근 1년간 전 세계 헤지 펀드 자금이 주식형에서 채권형으로 이동했다”며 “롱숏 채권형 헤지 펀드가 9억300만 달러의 순유입을 보인 반면 롱숏 주식형 헤지 펀드는 23억4300만 달러의 순유입을 보였다”고 말했다. HCM은 199억 달러(약 22조5000억 원)를 운용하고 있는 글로벌 대안 투자회사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 이 기사는 2012년 9월 10일 발행된 한경비즈니스에 수록되었습니다
금융투자협회에서 제공하는 자본시장 통계에 따르면 국내외 채권형 펀드에는 올 1월부터 8월 말까지 1조1590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지난 4월 47억 원의 순유출이 있었던 것을 제외하면 매달 최소 500억 원에서 최대 3000억 원의 자금이 채권 펀드로 몰려들었다.
반면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매달 돈이 빠져나갔다. 국내외 주식형 펀드의 규모는 올 초 이후 2조9081억 원 줄어들었다.
주식형 펀드는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이던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동안 2조7621억 원의 자금이 순유입됐지만 이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 동안 모두 5조6702억 원의 순유출이 이뤄지며 주식형 펀드의 규모는 나날이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채권형 펀드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채권형 펀드 수탁액은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한 이후 8월 말까지 11조5000억 원 증가했다.
전체 채권형 펀드의 규모가 커지면서 각 자산운용사들의 채권형 펀드 설정액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채권형 펀드 수탁액이 4조3210억 원 늘어 가장 크게 불어났다. 전체 설정 규모는 6조3845억 원으로 2008년 9월 16일(2조635억 원)보다 3배 이상 커졌다. 한화자산운용과 하나UBS자산운용은 각각 2조5000억 원, 1조 원이 증가하며 뒤를 이었다.
채권형 펀드와 주식형 펀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이유는 ‘수익률’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올 초 이후 수익률은 2.86%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국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4.13%를 기록했다.
이런 수익률 차이는 해외 주식형 펀드와 해외 채권형 펀드를 비교하면 더욱 가파르다. 올 초 이후 해외 주식형 펀드는 1.93%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해외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무려 8.96%를 기록했다. 무려 5배에 달하는 차이다.
해외 하이일드, 수익률 가장 높아
채권형 펀드의 장점은 꾸준히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약간 우위의 수익률(5~6%)을 목표로 하는 채권 펀드의 수익률은 증시 활황기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져 까딱 잘못하면 펀드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칠 수 있는 최근 같은 시기에는 주식형 펀드에 비해 확실한 비교 우위를 가진다.
이 때문에 채권형 펀드는 장기 투자 때 빛을 발한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 공모 펀드의 5년 평균 수익률은 채권형이 31.59%로 주식형의 마이너스 2.97%에 비해 훨씬 뛰어났다. 같은 기간 주식 혼합형(8.46%), 채권 혼합형(16.97%), 절대 수익 추구형(20.38%)에 비해서도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더 높았다.
3년 평균 수익률은 주식형이 19.45%로 채권형 16.79%에 비해 다소 높았다. 하지만 최근 증시의 하락으로 1년과 2년 평균 수익률이 각각 마이너스 19.88%, 마이너스 0.64%를 기록한 주식형 펀드에 비해 채권형 펀드는 6.13%, 11.18%로 양호한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장기 투자 시 채권형 펀드가 안정성뿐만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주식형 펀드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올 초 이후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더욱 가파르게 올라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다. 금리가 내리면 높은 금리로 발행한 채권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이를 담고 있는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도 자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4%에 그치면서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 신용 등급 상향 조정도 국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무디스의 한국 국가 신용 등급 상향 조정 이후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및 국채 선물의 순매수가 지속되면서 금리 하락세가 이어진 것.
또 다른 이유는 채권형 펀드의 상품 구성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즉 해외 채권형 펀드를 중심으로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 등 기존의 채권형 펀드에 비해 보다 공격적인 상품이 출시되면서 채권형 펀드 전체의 평균 수익률이 올라간 것이다.
해외 채권형 펀드 중에서도 최근 가장 관심의 대상이 되는 채권형 펀드는 해외 하이일드 채권 펀드다. 하이일드 채권 펀드는 일반적으로 ‘BBB-’ 등급 미만의 회사채에 투자해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대신 고금리를 주는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즉 투자하는 채권은 신용 등급이 다소 낮게 평가되면서 어느 정도 리스크가 있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부여하는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다. 일반적인 채권형 펀드보다 변동성이 있을 수 있지만 더 위험성이 큰 주식형 펀드보다는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하이일드 채권 펀드의 수익률은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11.07%에 달했다. 이는 해외 채권형 펀드 수익률 8.96%와 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 1.93%를 모두 웃도는 수치다.
헤지 펀드도 채권형으로 무게 축 이동 중
이처럼 채권형 펀드에 돈이 몰리는 것은 단지 국내의 일만이 아니다. 오히려 자본시장 선진국 투자자들은 채권형 펀드를 넘어 채권형 헤지 펀드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미국계 대안 투자사인 하이랜드캐피털매니지먼트(HCM)의 마크 오카다 최고투자자(CIO)는 지난 9월 3일 “헤지 펀드도 채권형에 주목할 때”라면서 “세계적 추세와 다르게 유독 아시아에서 주식형 헤지 펀드 투자에 편중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오카다 CIO는 채권형 헤지 펀드의 수익률은 분명히 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실채권·구조화채권·레버리지론을 다루는 채권형 헤지 펀드 매니저들에게 금융시장 규제 강화가 오히려 기회가 됐다”며 “투자은행의 단기 주식, 파생상품 등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규정인 ‘볼커 룰’ 때문에 골드만삭스·JP모건 등 투자은행의 자기자본 투자가 어려워져 채권형 헤지 펀드들이 좋은 채권을 점유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마크 오카다 CIO는 “실제로 최근 1년간 전 세계 헤지 펀드 자금이 주식형에서 채권형으로 이동했다”며 “롱숏 채권형 헤지 펀드가 9억300만 달러의 순유입을 보인 반면 롱숏 주식형 헤지 펀드는 23억4300만 달러의 순유입을 보였다”고 말했다. HCM은 199억 달러(약 22조5000억 원)를 운용하고 있는 글로벌 대안 투자회사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 이 기사는 2012년 9월 10일 발행된 한경비즈니스에 수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