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의 경제학] 잘 만든 노래 한 곡 '막강 파워' 어디까지
입력 2012-09-04 14:00:00
수정 2012-09-04 14:00:00
바야흐로 ‘강남스타일’ 신드롬이다. 업계 관계자들도 ‘놀랍다’는 반응 일색이다. 글로벌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던 아이돌 중심의 케이팝을 능가하는 속도와 아시아를 넘어 북미·유럽·오세아니아까지 전 대륙권을 ‘접수’한 자체도 놀랍지만 사그라질 줄 모르는 ‘뒷심’은 무서울 정도다. 국내보다 해외 반응이 뜨겁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처럼 폭발적 인기 속에 ‘강남스타일’ 하나로 싸이와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고 경제적 효과를 ‘1조 원’으로 추정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향후 문화적 파급력까지 감안하면 그 경제적 가치는 사실상 ‘측정 불가능’이다. 한경비즈니스가 ‘강남스타일’의 경제적 파장을 짚어봤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8월 28일자 최신호 오프라인 잡지 월드 뉴스 1면에 ‘강남스타일’과 싸이를 소개했다. 타임은 “뮤지션이 되지 않았더라면 나는 십중팔구 루저가 돼 있을 것”이란 제목과 함께 싸이를 비중 있게 다뤘으며 ‘강남스타일’에 대해서도 “이상할 정도로 놀라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는 유력 매체인 ‘타임’에, 그것도 1면을 장식했다는 사실은 굉장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충격이 덜한 건 CNN·ABC·로이터통신·허핑턴포스트·월스트리트저널 등 이미 수많은 해외 언론에서 앞다퉈 소개했기 때문이다. LA타임스는 뮤직 블로그 코너를 통해 “당신이 아직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라는 한국의 중독성 있는 노래를 듣지 않았다면 ‘바이러스’를 조심하라”고 ‘경고(?)’하며 “강남스타일은 피할 수 없는 폭발적인 현상이 되고 있으며 그날은 계속될 것”이라고까지 극찬을 쏟아냈다.
언론 보도뿐만이 아니다. 미국 LA 다저스 홈구장에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지고 5만여 관중이 싸이의 ‘말춤’을 따라하는가 하면 미국 프로 풋볼 선수가 터치다운 후 동료들과 함께 ‘말춤’ 세리머니를 선보이기도 했다. 미국의 한 백화점 의류 매장에서는 수백 명의 군중이 ‘말춤’을 추는 플래시 몹 이벤트가 열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1990년대 전 세계를 휩쓴 스페인 그룹 ‘로스 델리오’의 라틴 댄스곡 ‘마카레나’를 능가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아이돌 스타도 아닌, 게다가 전형적 ‘강남스타일’의 외모도 아닌 싸이가 세계를 평정할 수 있었던 건 4분 남짓한 뮤직비디오와 유튜브로 대표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때문이다. ‘새’로 데뷔할 때부터 이른바 ‘엽기’와 ‘코믹’ 코드로 일관했던 싸이는 ‘강남스타일’에서 가장 싸이다운 모습으로 돌아갔다.
요즘 세계적 주류인 일렉트로닉 스타일의 신나고 중독성 강한 노래에 코믹과 엽기를 제대로 입힌 뮤직비디오와 음악보다 강한 ‘말춤’으로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은 것. 싸이가 추구한 뮤직비디오의 콘셉트는 ‘최대한 한심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으로, 즐겁고 재밌는 그 자체에 열광하는 이 시대의 코드와 딱 맞아떨어지면서 폭발적인 웃음을 선사했다.
‘엽기 코믹’ 콘텐츠+SNS 채널의 폭발력
그러나 이 매력적 콘텐츠도 SNS라는 채널이 없었다면 이 정도 메가톤급 돌풍으로 연결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진정한 한류 전도사는 SNS’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전에도 케이팝 ‘한류’의 세계적 확장에 지대한 공로를 세운 SNS는 ‘강남스타일’에서 그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8월 30일 현재 유튜브에서만 조회 수 7390만 건을 넘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역대 한국 뮤직비디오 중 가장 빠른 속도다. 전체 SNS 플랫폼으로 보면 1억 뷰를 훌쩍 넘어섰다. 관련 영상과 패러디 동영상, 리액션 동영상도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유튜브 관계자는 “한 달이 지났는데 지금도 하루에 30~40개의 관련 동영상이 올라오고 누적이 아닌 일일 조회 수 자체도 증가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그 어떤 케이팝 콘텐츠에서도 찾아볼 수 없던 일”이라고 놀라워했다.
‘강남스타일’의 글로벌 파급 경로만 봐도 절대적으로 SNS 효과가 나타난다. 지난 7월 15일 유튜브를 통해 처음 공개된 ‘강남스타일’은 미국 소녀들의 우상인 저스틴 비버를 발굴한 스쿠터 브라운을 시작으로, 미국의 가수 겸 배우 티 페인, 뮤지션 로비 윌리엄스,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이 뮤직비디오를 공유하며 그때마다 수많은 글로벌 팔로워들에게 노출됐던 것.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시공을 초월한 콘텐츠 공유가 가능해진 데다 스마트 기기의 대중적 파급으로 언제 어디서나 보고 싶은 동영상을 찾아볼 수 있는 환경이 구현된 덕분이다.
광고 수익이 발생하는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뿐만 아니라 글로벌 음원 수익과 직결되는 음원 차트도 연일 화제다. 지난 8월 28일에는 미국 아이튠즈 톱 100 음원 차트에 한국 가수로는 가장 높은 순위인 44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날 52위를 기록한 것도 놀라웠지만 하루 만에 8계단이나 상승한 것이다. 케이팝에 워낙 호의적인 아시아권은 물론 스위스·네덜란드·핀란드·독일·뉴질랜드 등 전 세계 각국 음원 차트에서도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강남스타일’ 하나로 싸이와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았다는 말이 나오는 건 당연지사. 음원·음반·저작권·콘서트·광고와 기타 MD 상품 등 수치로 환산 가능한 수익도 ‘대박’이지만 사실 보이지 않는 경제적 효과와 미래 가치까지 따지면 도저히 측정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전체 엔터테인먼트 업계뿐만 아니라 케이팝 한류가 다른 산업에 끼치는 영향, 나아가 국가 이미지로까지 확대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잘 만든 노래 한 곡, 콘텐츠 하나가 갖는 막강한 파워를 ‘강남스타일’은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