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박근혜 캠프 미래 권력들 "朴 행보 압축판…김종인·최경환 ‘주목’"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대선 캠프 인선안이 8월 27일 발표됐다. 박근혜 후보를 중심으로 국민행복특별위원회·정치쇄신특별위원회·대선기획단·공보단·대통령후보자비서실이 진영을 구축했다.

이번 인선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박근혜 시대 미래 권력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어서다. 정권을 잡았을 때 대선 캠프는 인수위와 연결되기 때문에 향후 정책이나 권력의 중심축으로 떠오를 예정이다. 추석을 전후로 대대적인 선대위를 발족할 계획이지만 8월 27일 발표된 대선 기구가 뼈대가 된다. 박 후보의 미래 구상을 현실화할 핵심 인재들로 정권 창출에 성공한다면 요직에 등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어떤 인물들이 기용됐을까. 이번 인선의 특징은 ‘박근혜 행보의 압축판’으로 해석된다. 박 후보는 ‘국민 대통합’을 강조하고 잇따른 파격 행보를 보여왔다. 이번 인사에도 같은 맥락에서 당 내외 ‘화합’의 관점을 적용했다. 전 정권과 친이(친이명박) 인사 등을 포함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행복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문용린 전 교육부 장관은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맡았으며 진영 정책위의장은 한때 “나는 더 이상 친박이 아니다”라고 밝힐 정도로 친박 진영과 소원했다. 정치쇄신특별위원회에는 친이계 출신인 정옥임 전 의원이 포함됐다.

눈에 띄는 점은 핵심 주요 기구 수장이 ‘오리지널 친박’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치쇄신특위장인 안대희 전 대법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대법관에 지명됐었다. 2003년 대검 중앙수사부장 시절 한나라당의 차떼기 대선 자금 수사를 지휘했었다. 선대위 인사를 총괄하는 대선기획단의 위원장 자리는 당초 박 후보의 최측근이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계파색이 덜한 4선의 이주영 의원이 맡았다. 이 의원은 당 내에서 중립 성향으로 분류되며 향후 선대위 구성에도 당 화합에 기여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법관 출신 안대희도 ‘눈길’

특히 구체적인 정책과 공약을 만드는 대선 준비기구인 국민행복특위의 장에 김종인 위원장이 발탁되면서 명실상부 이번 대선에서 김종인 색채가 강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김 위원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내에 경제 민주화 반대 의견이 많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끝까지 가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만큼 박 후보의 두터운 신임을 받으며 미래 권력의 핵심 세력으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경환(3선)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으로 경선 캠프에서 특보단장을 맡았었다. 박 후보의 지근거리에서 후보와 다른 기구와의 의사소통 창구 역할을 할 후보 비서실장 자리에 올라 박 후보의 신임을 재확인했다. 경선 캠프 비서실장이었던 이학재(재선) 의원을 부실장으로 밀어내면서까지 실장 자리에 올라 주목된다.

애초 거론되지 않았던 공보단장을 후보 직속으로 신설하고 김병호 전 의원을 임명한 것도 주목된다. 평소 불통 이미지가 약점으로 꼽히는 박 후보인 만큼 홍보에 각별히 신경을 쓰려는 의지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은 방송기자 출신으로 16, 17대 의원을 지냈다. 경선캠프에서 공보부위원을 맡은 바 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일부 위원장의 ‘깜짝 발탁’도 있었지만 각 기구의 실무진은 경선 캠프나 비대위 등에서 박 후보와 직간접적으로 일해 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박 후보가 천명한 핵심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함께 손발을 맞춰 본 믿을만한 인물을 기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대선기획단에서 정책을 맡은 안종범(초선) 의원과 강석훈(초선) 의원은 떠오르는 친박 세력으로 경제 브레인이다. 경선캠프에서도 활동했다. 정치쇄신특위에는 경선캠프에서 정치발전위원을 맡았던 박효종 서울대 교수와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나란히 포함됐다.

대선기획단의 조동원 홍보위원은 경선캠프에서도 일했으며 새누리당 당명을 만든 주역이다. 또 다른 홍보위원인 변추석 국민대 조형대학장도 경선 캠프에서 미디어홍보본부장을 맡았었다. 국민 행복과 소통을 상징하는 이모티콘과 한글 초성의 심벌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친박계 의원인 유정복(3선) 의원은 경선캠프에 이어 대선캠프에서도 대선 조직의 핵심인 직능 분야의 공조직을 총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2040세대 공략을 염두에 둔 인사다. 대선기획단 조직위원 3인 중 한 명인 김상민(초선) 의원은 대표적인 청년 활동가 출신이다. 대학생 자원 봉사 단체인 ‘V원정대’의 설립자로 39개 대학교 총학생회장들을 모아 등록금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대선기획단 기획위원인 전하진(초선) 의원은 한글과컴퓨터 대표이사 출신으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앞으로 SNS를 통한 소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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