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의 경제학] ‘강남스타일’의 사회·문화적 가치는… "산술적 효과보다 무형적 가치 ‘주목’"

요즘 음악 시장의 대세는 단연 가수 싸이다. 물론 그는 이전에도 한국 음악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강남스타일’ 노래 한 곡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조금 과장하면 월드 스타로 올라선 느낌이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성과가 싸이라는 가수 한 명, 그의 노래 한 곡이 세계적으로 뜬 것으로만 보기에는 더 큰 의미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노래는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는 물론 수치로 환산하기 힘든 무형적 가치를 지닌다. 영국의 밴드 비틀스를 보면 왜 좋은 음악이 가진 가치가 대단한지 알 수 있다. 1964년 미국에 진출, 음반 시장을 석권했을 당시에는 브리티시 인베이전(British Invasion:영국인의 침공)이란 표현까지 나왔다. 그들이 부른 ‘예스터데이’는 발표된 지 47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2200회 이상 리메이크돼 700만 회 이상 공연된 20세기 세계 최고의 노래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멤버 중 하나인 폴 매카트니는 이번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공연하며 세계의 문화를 이끌었다는 영국인들의 자존심을 높여주기도 했다.



생산·부가가치·고용 유발 효과도

우수한 노래를 비롯한 문화 콘텐츠의 유·무형적 가치는 크게 경제 효과와 홍보 효과, 문화 레버리지 효과 등으로 분류된다. 다시 경제 효과는 직접 효과와 간접 효과, 즉 파생 효과로 나눌 수 있는데, 직접 효과는 해당 콘텐츠를 통해 발생하는 매출을 의미한다. 최근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100억 원이라는 분석이 있는데, 이것이 직접 효과다. 물론 국가 차원에서는 전체 수익 중 해외에서 발생한 수익, 즉 문화 콘텐츠 수출이 직접 효과가 될 것이다.

이 밖에 간접적인 효과까지 포함한 국가 차원의 경제 효과로는 생산 유발 효과와 부가가치 유발 효과, 고용 유발 효과 등이 있다.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를 참고하면 음악·연극 등의 국산품 생산 유발 계수는 1.75, 부가가치 유발 계수는 0.89다. 또한 문화 서비스 차원에서 취업 유발 계수는 10억 원당 18.8명이다. 강남스타일의 직접 경제 효과를 100억 원으로 가정하면 국가 차원의 경제 효과는 생산 유발액 175억 원, 부가가치 유발액 89억 원, 대략적인 취업 유발 인원은 188명이다.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노래 한 곡이 발표된 지 한 달 보름 만에 발생한 효과라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사실 문화 콘텐츠는 산술적인 경제 효과보다 더 큰 무형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무형적 가치는 홍보 효과와 문화 레버리지 효과 등이 있다. 홍보 효과는 국가의 홍보 효과를 의미하며, 이는 다시 세 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한국을 알리는 단계가 있는데, 이는 그동안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외국인들이 ‘한류’ 콘텐츠를 접하면서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개최를 통해 개최국이 어디에 있는지, 그 국민은 어떤 사람들인지 알게 되는 과정과 비슷하다.

지금의 한류는 그동안 한국 경제가 발전하고 수출이 증가하고 세계적인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해외에서 한국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고 이에 따른 한국 문화 콘텐츠 향유의 증가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위상 제고가 한류 확산의 주요 동력이 된 것이다. 이제는 반대로 한류가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하면서 다시 위상 제고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강남스타일을 예로 들면 뮤직비디오는 한국의 거리와 문화를 배경으로 보여주고 있다. 해외 음악 팬들이 한국이 궁금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은 아니다. 해당 콘텐츠가 좋아 보았을 뿐이지만 자연스럽게 한국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한류 가운데 대중음악 콘텐츠는 케이팝이라는 장르로 통용된다는 점이다.

장르 명칭만으로도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의 가전제품이나 자동차를 구매하는 해외 소비자들은 해당 브랜드가 한국 것이라는 걸 알지 못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케이팝은 보고 듣는 것 자체만으로도 한국의 음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한국의 주력 수출 상품보다 케이팝이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데 더 큰 공을 세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음으로는 해외에서 한국에 대한 호감이 생기는 단계로 이어질 수 있다. 2012년은 한국에 입국하는 외국인이 1000만 명을 넘어서는 첫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일본·중국·동남아시아 등의 관광객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는 한류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직접적으로는 가수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혹은 한국 드라마의 촬영지를 방문하기 위해 올 수도 있다. 지난 7월 아이돌 그룹 JYJ의 팬 박람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국한 일본 팬들이 그 예 중 하나다. 이 밖에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접하고 한국을 알게 되고 호감이 생기면서 관광 가고 싶은 곳으로 한국이 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식이든 한류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크게 기여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비단 관광이 아니더라도 문화 콘텐츠는 국가 이미지 향상에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다. 한류를 통해 한국이 제품만 잘 만드는 나라를 넘어 문화도 우수한 나라라는 것을 알리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이전에는 선진국의 대중문화가 한국에 유입돼 유행했다면 이제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선진국에 전파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해외에서 바라보는 국가 이미지의 변화가 가능해지고 있는 것이다.



제2·제3 ‘강남스타일’ 기대

마지막으로는 소비자들의 한국 상품 구매 단계가 있다. 인지 및 호감 발생 이후 구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류, 특히 케이팝의 팬들 대부분이 젊은 층이라는 점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그들은 연령이 높아지면서 구매력이 더욱 향상될 것이고 머지않은 미래에 주요 소비 계층이 될 것이다. 이들에게 한국의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은 단순히 문화 상품을 판매하는 차원을 넘어 미래의 소비자에 대한 마케팅으로 봐야 한다. 또한 한국 상품의 구매 단계가 지속되면 결국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해외로 전파되기에 이를 수 있다. 이는 세계 주요 문화 중의 하나로 한국 문화가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다른 무형적 가치로는 문화 레버리지가 있다. 자메이카의 레게 가수 밥 말리 이후 자메이카라는 나라와 레게라는 장르가 더욱 크게 알려진 것은 물론 그 후 자메이카의 가수들이 자국의 음악을 더욱 쉽게 해외에 전파할 수 있었던 것이 그 사례다. 강남스타일은 한국에서 문화 레버리지 효과를 증명한 첫 사례라고도 볼 수 있다. 그동안 한국의 수많은 스타들이 케이팝 한류라는 문화 트렌드를 만들기 위해, 한류를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전파시키기 위해 무던히 노력해 왔다. 이에 비해 강남스타일은 앞서의 노력으로 이뤄진 기반을 통해 아시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세계를 향해 전파되고 있다. 이는 강남스타일의 성공이 한 차례에 그치지 않고 제2, 제3의 성공 사례를 기대하도록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끝으로 한류의 위상을 보다 높이기 위해 몇 가지 당부하자면 먼저 한류의 통합적인 이미지 구축 작업을 이야기할 수 있다. 엄밀하게 한류는 한국의 전통 문화가 아닌 외래문화와 한국 현대 문화의 혼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한류가 한국 문화라는 것은 확실하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의 시각은 물론 한국인들이 보기에도 한류라고 하면 뚜렷하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다. 그렇다면 한류의 탄생과 발전 과정 자체를 이미지로 삼는 것도 좋을 듯하다. 한류는 다양한 문화의 융합으로 탄생했다. 2000년대 이후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의 전진으로 성장한 융합 트렌드의 첫 번째 사례 그 자체로도 한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음으로 문화 콘텐츠의 세계적인 확산을 공격으로 생각하는 부분은 지양해야겠다. 많은 매체들이 케이팝 한류 스타들의 해외 진출에 대해 침략·정벌 등으로 표현한다. 물론 한국 문화의 우수성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한류 콘텐츠를 즐기는 현지 팬들의 입장에서는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해외 문화의 갑작스러운 유입에 대한 거부반응은 국제 문화 교류 과정에서 당연한 현상이다. 한류가 인기가 있기 때문에 혐한류가 나타난다. 하지만 지금 빠른 속도로 한류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이를 문화적 정복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한류 스타들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지 않았으면 한다. 그들이 해외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쌓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 전부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이 나이 어린 한류 스타들에게 지나치게 한국의 색을 입혀 과도한 홍보 수단으로 삼기보다 한류의 자연스러운 전파를 통해 한국의 이미지가 세계에 서서히 물들도록 유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필수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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