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맞은 비야디, ‘내 갈 길 간다’…전기차 열정 넘쳐


지난 5월 26일 새벽 중국 선전시. 닛산자동차가 비야디(BYD)의 E6 전기차 택시를 들이받았다. 사고 발생 순간 택시에서 화재가 발생해 탑승자 3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중국 투자자들 사이에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선전 5·26 자동차 사고’의 전말이다. 비야디는 2009년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투자해 주목 받은 회사로, 중국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2010년 11억 위안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6억 위안까지 쪼그라들면서 고전하고 있는 사이에 예상치 않은 악재까지 터졌다.

사고 이후 비야디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산업은 물론 중국 정부의 전기차 육성 정책까지 악영향을 받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왜 그럴까.

사고는 비야디가 생산한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에 대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 중국에서는 2010년 1월 우루무치, 2011년 4월 항저우 등에서 운행 중인 전기차가 아무 이유 없이 발생한 화재로 전소되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왕촨푸 비야디 회장은 “닛산자동차는 시속 180km의 속도로 E6에 충돌했다”며 “그 정도 상황이면 어떤 차량이라도 화재가 발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시 당국의 두 차례 조사에서도 배터리가 폭발하거나 불이 붙은 것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사고 발생 3개월 후인 지금까지도 정확한 화재 발생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제 전문지 차이징은 “전기차는 어느 정도 속도의 충돌 실험을 거쳐야 하는지 기준이 없다”며 “전기차의 안정성을 검증할 기준을 당국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고 이후 경영진의 태도도 회사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인 7월 한달간 뤼샹밍 부이사장, 양룽중 마케팅총괄 대표 등은 81번에 걸쳐 8억7000만 위안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7월 비야디 전체 거래금액의 43%에 달하는 규모다. 이 와중에 주가는 33.36% 급락했다.



차량 화재에 경영진은 주식 매각

2008년 12월 전기차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비야디는 2010년 양산형 모델인 E6를 선보였다. E6는 한 번 충전으로 300km를 달릴 수 있어 주행거리 면에서는 닛산의 리프(160km), 제너럴모터스(GM)의 볼트(62km)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비슷한 사양의 일반 자동차보다 10만 위안 정도 비싸다 보니 비야디는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버스와 택시용 전기차를 먼저 보급하고 있다. 비야디의 본사가 자리한 선전에 200대의 버스, 300대의 택시를 보급했으며 홍콩·톈진 등으로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다.

왕 회장은 “공공 분야에서부터 판매를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면 생산 단가를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지방정부에 대한 판매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뜻하지 않은 사고까지 나면서 어려움에 빠졌다. 회사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본격 개막되지 않는 이상 상당히 어려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왕 회장은 여전히 전기차 사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그는 “전기차 사업에서 비야디가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만큼 벤치마크할 모델이 없어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며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가며 세계 1위 전기차 업체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최대 휴대전화 배터리 제조사이기도 한 비야디는 다른 사업 부문에서 나오는 이익을 계속 전기차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노경목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