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체납 세금의 배당 "압류일자 믿었다가 낭패 본 사연"

하나의 부동산 경매 사건에는 많은 이해관계인들이 있고 각각의 권리로 낙찰 대금을 배당 받는다. 등기된 권리는 대부분 그 설정 일자에 따라 배당 순서가 결정되지만 등기의 설정 여부와 상관없이 법률의 규정에 따라 배당 순서가 결정되는 것도 있다. 그중 하나가 체납된 세금이다.

체납된 세금이 있다면 그 체납 세금의 배당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은 일반 채권이나 물권과 다르다. 조금 복잡하기는 하지만 취지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 그뿐만 아니라 체납 세금의 액수와 배당 순서에 따라 낙찰 후 낙찰자에게 인수될 수 있는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경매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것이 조세 체납에 대한 분석이다.

우선 세금은 국세와 지방세로 나뉜다. 국세는 말 그대로 국가가 징수하는 세금으로, 부동산등기부등본상에 압류권자가 세무서로 표시되고 지방세는 지방자치단체가 징수하는 세금으로, 압류권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된다. 이렇게 구분된 국세와 지방세는 다시 당해세와 일반세로 구분된다. 당해세는 부동산 자체에 부과된 세금이고 일반세는 당해세가 아닌 모든 세금을 뜻한다.

결론적으로 상속세·증여세·종합부동산세는 국세로, 당해세에 해당하고 재산세·자동차세·도시계획세·공동시설세는 지방세로, 당해세에 해당한다. 다만 자동차세는 자동차를 압류한 경우에 한해 당해세가 된다.
9호선 개통 이후 강남접근이 수월해 지자 오피스텔 신축 등 활기를 띠고 있는 당산역 일대/신경훈 기자 nicerpeter@..

각각의 체납 세금은 등기부등본상의 압류일자가 아니라 특수한 규칙에 따라 배당 순위가 결정된다. 당해세는 담보물권에 우선하고 일반세는 법정 기일의 순위로 담보물권과 배당 순위를 경합한다. 즉, 주택 또는 상가의 소액 임차 보증금, 3개월분의 임금, 3년분의 퇴직금, 재해 보상금과 같이 최우선변제권이 있는 권리에 먼저 배당되고 그다음 순위로 당해세를 배당한다. 당해세까지 배당되고도 재원이 남는다면 비로소 등기부등본상의 근저당권·담보가등기·전세권·가압류, 임차인의 소액 이외의 보증금 등 부동산상의 권리 설정일과 일반세의 법정 기일 순위에 따라 배당이 이뤄진다.

일반세의 법정 기일은 세목에 따라 달라진다. 자진 신고하는 세금은 자진 신고일이 법정 기일이 되고 자진 신고하는 세금 이외의 세금은 고지서 발급일이 법정 기일이 된다. 간혹 등기부등본상의 압류일자를 기준으로 권리를 분석해 낙찰 후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으니 특히 주의해야 한다.

서울 금천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노총각 K 씨는 직장 근처에 오피스텔을 경매로 알아보던 중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다. 전용면적 36㎡(11평) 정도의 이 오피스텔은 감정가 1억2000만 원에 2회 유찰돼 7680만 원까지 최저 가격이 차감돼 있었다. 보증금 6500만 원의 선순위 임차인이 있었지만 확정일자의 순서도 가장 빨랐고 하자 없이 배당요구도 해 놓은 것을 확인했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8860만 원에 낙찰 받은 K 씨는 한동안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매각 허가 결정이 떨어지고 잔금을 지급하기 전에 명도를 협의하기 위해 임차인을 찾아간 K 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법정 기일이 빠른 체납 세금이 있어 임차인은 1500만 원 정도만 배당을 받을 수 있고 나머지 5000만 원은 낙찰자가 인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급히 법원을 찾아가 사건 기록을 열람해 보니 등기부등본상의 압류일자는 임차인의 확정일자보다 늦지만 법정 기일이 임차인의 확정일자보다 빠른 체납 세금이 무려 7000만 원 정도 있었고 경매비용까지 고려하니 임차인이 배당받을 수 있는 재원은 1500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임차인의 말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결국 K 씨는 입찰 보증금 768만 원을 포기해야만 했다.



김재범 지지옥션 강사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