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초지로 변한 황사 발원지 네이멍구 "죽은 호수서 ‘ 생명의 땅’으로 바뀌다"

베이징에서 북쪽으로 꼬박 10시간 이상 차를 달려 도착한 네이멍구자치구의 차칸노르. ‘하얀 호수’란 뜻의 지명을 가진 이곳은 한반도 면적(22만㎢) 크기의 시린궈러 대초원(20만㎢)에 있다. 부천시만한 면적(80㎢)의 차칸노르엔 모래땅 곳곳에 초지가 펼쳐져 있다. 원래 호수였던 이곳은 2002년 무렵 완전히 말라버린 후 염분 성분의 황사가 날리는 죽음의 땅으로 변했다. 신체에 큰 해를 끼치는 것으로 알려진 알칼리성 황사는 멀리 한반도까지 날아갔다.

차칸노르에 생명의 싹이 움트기 시작한 건 2008년. 아시아에서 환경 봉사 활동을 벌이는 사단법인 에코피스아시아가 현대자동차의 후원을 받아 자원 봉사 활동 형식으로 초지 조성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5년 만에 이미 3분의 2 수준인 50만㎢ 정도가 풀로 덮였다. 일부 지역의 풀은 무릎까지 올라왔다. 현대차와 에코피스아시아가 한국과 중국에서 자원봉사자로 모집한 대학생 총 1390명의 땀이 만들어 낸 결실이다.

지난 8월 17일 2박 3일 일정의 자원봉사단 일원으로 차칸노르에 도착한 기자에게 뙤약볕 아래에서 그동안의 성과를 설명하는 정바이위 에코피스아시아 고문 주위로 모기와 벌레들이 달려들었지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얀 모래밖에 없던 곳에 풀이 자라면서 모기와 벌레가 생기고, 심지어 여우까지도 나타났다”는 정 고문은 “봉사 활동이 끝나더라도 초지가 유지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낸 게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이 네이멍구 사막화 방지 활동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정부 주관 ‘2010년 중국 사회공헌활동(CSR) 대상’을 수상한 배경이다.

에코피스아시아의 박상호 중국사무소장은 “알칼리 토양에서도 자라는 감봉(명아주과 식물, 한국 이름 나문재)을 키우면 초지를 만들 수 있다는 식물학자의 제안이 있었지만 현지에선 적지 않은 면적과 비용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현대차의 도움으로 중국의 사막화 방지는 물론 중국에서 헝가리에 이르기까지 호수가 말라 생긴 수많은 알칼리성 사막을 복원하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에선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인공조림 사업도 있지만 대부분 말라 죽어 효과를 두고 논란이 제기돼 왔다. 세계 4대 호수였던 아랄해는 염분 성분이 날리는 사막이 된 지 오래로, 인근 지역 주민들의 갖가지 신체장애가 보고되고 있다.

차칸노르를 천지개벽시키는 환경 사업의 성공 뒤에는 중국 비즈니스에도 적용될 수 있는 코드들이 있다. 5년간 초지 조성 사업을 진두지휘해 온 박 소장은 지린성에서도 환경 사업을 해온 중국 전문가다. 3~4년 주재하는 일반 한국 기업들의 순환식 주재 시스템으로는 이 같은 전문가를 양성하기 어렵다. 정 고문은 현지 몽골족들에게 존경 받는 환경 전문가로, 그를 통해 현지 주민과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졌다는 게 박 소장의 설명이다. 길게 보는 뚝심도 중요하다. 현대차는 네이멍구 사막화 방지 사업의 성과를 확실하게 내기 위해 5년 더 후원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차칸노르에 펼쳐진 초지를 보면서 한국의 서산 간척지가 떠올랐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일군 서산 간척지는 차칸노르의 10배가 되는 면적이다. 서산 간척지를 찾은 중국인 지인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우공이산(愚公移山)이 따로 없다”였다. “산은 더 이상 높아질 수 없지만 산의 흙을 바다로 옮길 자손들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공의 믿음에 감명 받은 옥황상제가 신선을 시켜 우공 집 앞의 산을 바다로 옮겼다는 이야기다.

10년 전만 해도 하얀 바닥을 드러내 죽음의 호수였던 차칸노르가 5년 뒤엔 1년생 감봉에 이어 다년생 식물로 뒤덮이는 초원으로 바뀔 전망이다. 현대차가 또 하나의 우공이산 스토리를 중국의 사막 위에 그려내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