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드고어에 침식된 휴머니즘 外


중국 웨이하이행으로 떠나는 여객선. 상호(최다니엘 분)와 채희(정지윤 분)는 둘만의 첫 여행이라는 설렘 때문에 마냥 행복하다. 그러나 상호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휠체어를 타야 하는 환자인 채희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한편 영규(임창정 분)는 3년 전의 사고 이후 처음으로 장기 밀매 현장 총책을 맡게 된다. 출장 전문 외과의 경재(오달수 분), 운반책 준식(조달환 분), 망잡이 대응(이영훈 분)과 함께 세관원 매수에서부터 작업물 운반까지 극비리에 진행되는 작업을 준비한다. 그리고 깜깜한 새벽, 법망이 닿지 않는 한국과 중국 사이 공해상으로 배가 진입하는 순간 작업이 시작된다.

인신매매 혹은 장기 밀매 괴담은 몇십 년 동안 디테일만 조금씩 바뀐 채 떠돌아다녔다. 이를테면 신혼 여행지에서 배우자가 실종됐다가 결국 손발이 잘린 채 서커스단에서 구경거리가 되어 있더라, 혹은 장기가 모두 적출된 채 시궁창에서 발견되었더라…. 세월의 흐름에 따라 괴담의 장소는 태국·중국·일본 등으로 바뀌었지만 기본적인 전제는 항상 같았다. 낯선 장소는 위험하다. 그곳에서 누군가 사라져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지도 모른다.

‘공모자들’은 실존하는 장기 밀매 사건들을 취재했다고 하지만 영화 전반의 스릴과 공포는 기존의 괴담으로부터 추출해 낸다. 중국으로 가는 배 안, 미로 같아 직원들마저도 한눈에 알아볼 수 없는 복잡한 공간들 속 어딘가 닫힌 문 뒤에서, 혹은 병원 수술실 이곳저곳에는 산 채로 해부된 채 장기가 적출된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다.

그리고 여기엔 최근 한국 사회의 주요 이슈인 빈부 갈등이 녹아들어가 있다. “돈 없으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고 살아야 된다”는 잔인한 농담이 말 그대로 현실인 것이다. 심장은 8억 원, 간은 4억 원, 신장은 3억5000만 원이다.

‘공모자들’은 최근 몇년간 한국 영화들 중에서 폭력과 비명의 수위가 단연 높다. 비견할 만한 작품은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 정도다. 장기 적출이라는 소재에서 비롯되는 하드고어한 비주얼의 문제만은 아니다.

폭력의 극한을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등장하면서 사디즘적 태도로 전환되는 순간, 인간 생명의 귀중함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제작 의도는 손쉬운 변명이자 역설적인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다. 양석일의 소설이자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영화 ‘어둠의 아이들’ 역시 태국의 아동 장기 밀매 사건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 그 방식에 있어서 두 영화의 차이 역시 생각해 볼만하다.




링컨:뱀파이어 헌터
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브
출연 벤자민 워커, 도미닉 쿠퍼,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어린 시절 괴한의 습격으로 어머니를 잃은 애브라함 링컨은 복수에 나서지만 오히려 자신의 생명까지 잃을 뻔 한다. 위기의 순간 헨리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한 그는 뱀파이어 조직의 거대한 실체와 음모를 깨닫고는 상상을 초월한 전투를 시작한다.



나나나: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감독 부지영, 김꽃비, 서영주, 양은용
출연 김꽃비, 서영주, 양은용

‘똥파리’의 김꽃비, ‘은하해방전선’의 서영주, ‘라라 선샤인’의 양은용은 독립 영화계에서 착실하게 입지를 다져온 대표적인 여배우들이다. 그녀들이 스스로 1년 동안의 일상을 기록했다. 셀프 다큐 속의 거친 화면 너머로 세 사람의 진짜 속내가 배어나온다.



미운오리새끼
감독 곽경택
출연 김준구, 오달수, 조지환, 문원주, 양중경

‘친구’, ‘태풍’의 곽경택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SBS ‘기적의 오디션’에서 발굴한 6명의 신인이 주·조연으로 캐스팅된 작품. 6개월 방위 낙만은 사진 찍기, 바둑 두기, 변소 청소, 거기에 헌병 대신 영창 근무까지 서는 일당 백, 잡병으로 취급당한다.


김용언 영화 칼럼니스트 plat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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