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생생 토크] 링 위에 오른 박근혜와 향후 대선 구도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드디어 링 위에 올랐다. 박 후보는 지난 8월 20일 새누리당 대선 경선 투표에서 선거인단과 여론 조사 결과 모두 압승을 거두고 당의 공식 후보가 됐다. 선거인단 투표 86.3%, 여론 조사 74.2% 득표로 합산 지지율은 84.0%에 달했다. 역대 대선 후보 경선 사상 최고 기록이다. 2위인 김문수 경기지사의 득표율은 고작 8.7%에 그쳤으며 이어 김태호 의원(3.2%),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2.6%), 안상수 전 인천시장(1.6%) 등 역시 미미한 지지율에 머물렀다.


<YONHAP PHOTO-0715> 국회 정론관 찾은 박근혜 대선 후보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22일 오전 국회 정론관을 방문, 출입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기자실로 향하고 있다.2012.8.22 utzza@yna.co.kr/2012-08-22 13:34:12/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박근혜, 좌우 통합 행보로 포용력 과시

사실상 ‘추대’나 다름없는 경선을 마친 박 후보는 이제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돌입했다. 8월 21일 첫 일정으로 야권의 성지나 다름없는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해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를 면담하기도 했다. 박 후보는 이 자리에서 “옛날에 제 부모님 두 분이 다 갑자기 돌아가셔서 그 충격이 얼마나 크고 힘들었는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면서 “여사님이 얼마나 가슴이 아프실지 잘 이해한다”고 권 여사를 위로했다. 권 여사도 “이 일(대통령 선거)이 얼마만큼 힘든 일이란 걸 저도 잘 안다. 박 후보도 건강을 잘 챙기시라”고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는 8월 22일에도 자신을 ‘칠푼이’라고 조롱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잇달아 예방하는 등 ‘통합 행보’를 이어갔다. 김 전 대통령은 “앞으로 많은 산을 넘으셔야 할 텐데 잘하기를 바란다”고 했으며 이 여사도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오면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박 후보의 이 같은 행보는 화해와 포용의 리더십으로 국민 대통합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박 후보가 이처럼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섰지만 그를 상대할 야권 후보는 여전히 안갯속에 싸여 있다. 민주당은 8월 25일부터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한 달 일정의 경선 레이스에 들어갔지만 국민적 관심은 크게 낮다. 경선에 출마한 문재인·손학규·김두관·정세균 후보는 9월 23일(결선투표 포함)까지 당 후보 자리를 놓고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펼칠 예정이지만 여기서 누가 승리하더라도 또 한 차례의 관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야권 주자 가운데 지지율이 가장 높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과의 단일화다.

사실 이 같은 구도는 민주당이 자초한 것이란 지적이 많다. 민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해찬 대표가 전당대회 당시 당내 경선 이후 안 원장과 단일화하는 ‘2단계 경선론’을 언급하는 바람에 정작 경선이 안 원장의 ‘연습 상대’를 뽑는 2부 리그로 전락하고 말았다”면서 “게다가 당내 1위인 문 후보도 미리부터 안 원장과의 ‘공동 정부론’까지 주장하면서 야권이 모두 안 원장만 바라보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과연 안 원장은 어떤 선택을 할까. 안 원장은 7월 중순 자신의 생각을 담은 저서인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한 이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답답함을 느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범야권 원로들의 모임인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는 8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안 원장의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안 원장의 공보 담당인 유민영 대변인은 “안 원장은 지금 다양한 분야, 세대, 지역 분들과 폭넓게 만나고 있다”면서 “백 교수를 비롯한 사회 원로들의 말씀도 경청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원장의 저서를 보면 이미 야권 지지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다만 파트너가 될 민주당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경선이 끝난 후인 9월 말~10월 초께 출마 여부에 대한 최종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호기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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