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안전한가] 전문가 좌담 “순환출자 금지, 선악보다 효율성 따져야”

순환출자 문제가 경제 민주화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과거 과격한 재벌 해체 주장으로 받아들여졌던 순환출자 금지 주장이 집권당 한복판에서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은 거센 경제 민주화 바람을 타고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9월 정기국회, 12월 대통령 선거를 고려하면 순환출자 논란은 이제 긴 논쟁의 초입을 통과했을 뿐이다.

과연 순환출자 논란이 다시 불거진 배경은 무엇이고 바람직한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 등 4명의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들었다. 좌담은 지난 8월 22일 오전 한국경제신문사 15층 한경비즈니스 회의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최근 진행되는 경제 민주화 논의를 어떻게 보십니까.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이하 전 교수) 요즘 헌법 199조 2항을 많이 이야기하는데, 거기 보면 경제 민주화에 대한 개념이 정확하게 나와 있지 않아요. 최근에는 재벌 개혁이 경제 민주화로 비쳐지는 경향이 있어요. 경제 민주화는 말 그대로 경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해요. 대기업 업종 규제 등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어요.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이하 위 위원) 순환출자 문제가 경제 민주화의 핵심처럼 돼버렸는데 사실 경제 민주화는 다양한 측면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 전체의 성장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한 모든 것이 포함되죠. 지금 진행되는 걸 보면 새누리당과 통합민주당은 생각이나 깊이에서 차이가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민주당 안을 더 지지하는 편입니다. 정치권 논의들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12월 대통령 선거 전에 관련 법안들이 통과돼야 해요.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이하 정 위원) 경제 민주화 이야기가 나온 데는 나름대로 배경이 있어요. 수출 대기업은 잘나가는데 나머지 국민 80~90%는 살기가 더 힘들어졌거든요. 뭔가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재벌이 문제다’, ‘그러니 재벌의 힘을 빼야 한다’ 등 자꾸 그런 쪽으로 가는 거죠. 소득 격차가 심해져 살기 힘들어졌다는 건 모두 인정해요. 문제는 재벌 개혁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재벌 개혁을 잘못했다가는 남 좋은 일만 할 수 있어요.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이하 황 실장) 경제 민주화는 부적절한 단어의 조합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시장경제는 차별성 원칙에 따라야 하는데 그걸 민주화하겠다니 뭘 지향하는지 모르겠어요. 굳이 경제 민주화라는 말을 쓴다면 시장 경쟁 질서 확립이나 지속 가능한 기업 생태계 구축 같은 게 돼야 해요. 지금 정치권의 논의는 경제 민주화가 곧 경제 권력에 대한 통제, 즉 재벌 개혁으로 가고 있어요. 목표나 정책 수단 모두 잘못된 겁니다.

과거 제기됐던 경제 민주화 이슈들이 한꺼번에 다시 쏟아져 나오는 느낌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위 위원 야당이나 시민 단체에서 개별 법안들을 오래전부터 내놓았지만 그동안 제대로 입법이 된 게 하나도 없어요. 그게 누적돼 있다가 한꺼번에 터진 거죠. 민주당은 작년부터 119위원회를 만들어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준비해 왔어요. 언론에서 주목을 안했을 뿐이죠. 그러다 지난 2월 새누리당이 김종인 전 의원을 영입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진 거죠. 최근 경제 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원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봅니다. 새누리당은 20~30대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목적도 있었겠죠. 처음에는 레토릭이라고 봤지만 김종인 의원이 다시 영입되고 의원 44명이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라는 이름 아래 모이는 걸 보면 의지는 있구나 싶어요.

정 위원 경제 민주화는 참 모호한 말이죠. 경제학에 경제 민주화란 말이 없거든요. 경제와 관련해 유일하게 민주화라는 말을 쓰는 건 ‘산업민주주의’뿐이에요. 1950~1960년대 복지국가가 만들어지면서 노동자 경영 참여나 노동조합의 권리 신장 같은 이슈들이 나왔죠. 경제 민주화를 산업민주주의로 이해한다면 부와 자본을 가진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균형, 약자에 대한 부의 분배 등이 핵심이 돼야 해요. 지금 나오는 순환출자 규제나 출자총액제한제 같은 것들은 아무리 봐도 그런 산업민주주의와는 무관해요. 오히려 금융시장이 열려 있고 소수 주주 권리가 강하죠 그렇게 되면 유일하게 이익을 보는 건 노동자나 서민이 아니라 투자자들뿐이거든요. 주식 투자자의 이익을 증진시키면 국민 전체의 이익이 늘고 양극화가 해소됩니까. 마치 경제 민주화에 트리컬다운 메커니즘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전 교수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모두 ‘1%도 안 되는 지분을 가진 재벌 오너’에 타깃을 맞추고 있어요.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1%도 안 되는 지분으로 가공자본을 통해 규모를 키운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민주당은 1%도 안 되는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면서 심지어 떡볶이 집까지 한다고 해요. 하지만 재벌 기업이 떡볶이 집을 한다는 이야기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어요. 이건 진실을 호도하는 것에 불과해요.

황 실장 이명박 정부 들어 초반에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말이 나왔죠. 그러나 2010년 3분기쯤 대기업의 대규모 흑자 이야기를 해요. ‘분기 이익이 5조 원이다.’ ‘한 기업이 그렇게 흑자 내면 누가 동의하겠나.’ 국무총리부터 시작해 릴레이식으로 때렸어요. 동반 성장 말이 이때부터 나왔죠. 대기업은 배부른데 중소기업은 배고프다고요. 언론도 양극화 논의를 증폭시켰죠.

순환출자가 문제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위 위원 실체가 없는 가공자본을 창출하기 때문이죠. 상업상 주식회사의 근본 취지, 즉 자본 충실 원칙에 정면 배치되는 거죠. 순환출자가 주식회사의 근간을 훼손한다는 뜻입니다. 순환출자는 경제력 집중도 심화시켜요. 재벌 계열사가 특정 업종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경쟁이 높아지죠.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결국은 그룹과 중소기업의 싸움으로 변해요. 재벌 그룹이 이기고 경쟁은 거꾸로 낮아지는 거죠. 기업집단이 큰 기업을 인수하면 내부 지분율이 떨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50% 이상 막 올라갑니다. 순환출자로 내부 지분율이 떨어지지 않으니까 2세, 3세 경영권 승계가 용이해져요. 국민경제의 역동성이 떨어지는 거죠.

전 교수 전 생각 조금 다릅니다. 세계적으로 가공자본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있어요. 자본 충실의 원칙은 대륙법계에서 100년 이상 된 원칙이죠. 하지만 과거 기업 규모가 작고 무역장벽이 존재할 때 자국 내 주주 보호를 위한 것이었죠. 지금은 경영 효율성을 더 중시합니다. 경영 효율성이 보장된다면 가공자본도 괜찮다는 쪽으로 가고 있거든요. 미국은 1970년대부터 이미 가공자본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허용했어요. 일본도 달라졌고요. 물론 순환출자를 선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순환출자를 끊어 기업을 끌어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1%도 안 되는 자본으로 전횡을 휘두른다고 하는데, 사실 전횡은 100% 지분을 가진 사람이 더한 것 아닙니까. 1% 미만 지분으로는 어떤 일이든 지지를 받아야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어요. 지금 대기업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면 주주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정 위원 가공자본은 나쁘고, 1주 1표 원칙에서 어긋나는 것은 안 된다고 하는 건 말이 안돼요. 미국 증권 거래 역사를 봐도 1주 100표, 1주 1000표까지 차등주가 허용됐어요. 구글도 창업자들이 1주 10표를 행사하죠. 그럴 수밖에 없는게 벤처 초기 단계는 리스크가 엄청나거든요. 그때 투자한 100만 달러 투자자와 나중에 안정된 다음 들어온 100만 투자자에게 똑같이 1주 1표를 준다는 게 이상한 거죠. 삼성전자 주식을 어제 사서 내일 파는 사람과 이건희 회장이 똑같이 1주 1표를 갖는 게 시장의 정의에 맞느냐는 겁니다.

황 실장 많은 사람이 순환출자는 대한민국에만 있다고 착각해요. 저도 궁금해서 해외 사례를 다 뒤져봤어요. 일본·캐나다·프랑스·독일·스웨덴·인도 모두 순환출자가 존재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도요타나 루이비통도 순환출자를 근간으로 하고 있어요. 유난히 한국에서만 그걸 문제 삼고 있는 거죠. 미국 학자들이 순환출자로 소유와 지배 괴리가 커지면 사익 편취가 가능해 경영 성과가 낮아진다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한 적이 있어요. 결과는 둘 사이 연관성이 없고, 오히려 괴리가 클수록 경영 성과가 높다는 결과도 나왔어요. 순환출자를 금지하면 타격을 입는 회사가 첫 번째 현대차, 두 번째 현대중공업, 세 번째 삼성이에요.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죠. 외국인 투자자도 가장 많고요.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발목을 잡아서 어떻게 국민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정 위원 가공자본 논리의 끝은 지분을 100% 소유하는 거예요. 경제 현실과 맞지 않는 거죠. 사실 지주회사 체제도 가공자본을 전제로 해요. 가공자본을 문제 삼는다면 지주회사도 설립이 불가능할 정도로 아주 엄격하게 해야죠. 역사적으로 후발 공업국은 자기자본을 빨리 마련할 수 없어 적은 자기자본을 가지고 신규 회사를 만들기 위해 기업집단을 형성합니다. 중국도 정부가 대주주이면서도 기업집단들이 등장해 성장하고 있어요. 그들이 100% 지분을 가져야 한다면 어떻게 중국 경제가 성장할 수 있겠어요. 도덕적으로 선악을 가를 수 없는 문제죠. 순환출자가 금지되면 결국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분리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이걸 누가 가져갑니까. 지난 15년 동안 경험을 보면 외국 투기 자본이나 사모 펀드, 아니면 다른 대기업이 가져갑니다. 돌고 도는 거죠. 이게 무슨 경제 민주화입니까.

위 위원 순환출자를 하면 재벌 그룹 자체는 효율화됩니다. 하지만 한국 경제 전체의 효율성은 낮아지지요. 단적으로 중소기업의 이익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요. 순환출자 금지로 계열 분리되면 다른 재벌이나 해외 자본이 가져가기 때문에 경제 민주화가 아니라고 하는데, 해외 자본이 가져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봐요. 그리고 훌륭한 재벌이 더 많이 생기고 그들이 중소기업과 동반 성장하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죠. 그걸 부정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지금 추진되는 순환출자 금지는 여러 개 연결 고리 중 하나를 끊는 것에 불과해요. 완전한 개별 분리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요.

순환출자 해소 비용을 놓고도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오고 있는 데요.

전 교수 비용 추정액이 나오는데, 대부분 현재 시가를 기준으로 했어요. 하지만 실제 지분을 팔 때는 긴급 매각이 돼요. 가격이 얼마나 떨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거죠. 다른 주주들의 피해도 예상돼요. 순환출자 해소 비용이 생각보다 적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안 된다는 주장은 옳지 않아요. 회계장부에 나오는 비용 말고도 사회적 비용도 있지 않습니까. 법에서는 규제할 때 그게 개인의 사적 법익이 됐든, 사회적 법익이 됐든 반드시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순환출자를 규제하면 과연 누가 보호를 받죠. 국가 경제인가요. 아니면 또 다른 사회적 법인이 있나요. 분명하지 않아요.

정 위원 현재 순환출자 규제 주장에는 모순이 있어요. 정말 해소 비용이 얼마 들지 않는다면 그건 현대차그룹이 그대로 남아 있고 여전히 총수 일가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인데, 그럼 달라지는 게 뭐죠.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어요.

위 위원 경제개혁연구소에서 한 달 반을 작업해 예상 비용을 계산했어요. 15개 그룹의 순환출자 해소에 9조60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또 이러한 비용 투입이 실물 투자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전혀 영향이 없다고 봐요. 대주주나 계열사가 지분을 사들이는데 투입한 돈은 주식으로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죠. 그렇게 보면 비용은 제로인 거죠.

정 위원 기업들은 누가 경영권을 가질지 불확실해지면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이건 주식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죠. 당연히 신규 투자가 줄어들 겁니다. 자꾸 비용 이야기를 하는데 경제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것은 크게 봐서 두 가지예요. 순환출자 등으로 재벌을 규제하는 것과 징벌적 손해배상 같은 것으로 하청 관계를 바로잡는 거죠. 저는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설사 전자가 된다고 해도 후자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봐요. 경제력 집중도 수출 대기업을 키우는 경제력 집중과 손쉽게 내수 서비스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있어요. 내수 서비스와 관련된 것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황 실장 순환출자를 금지해도 실물경제에 아무런 영향도 없을 것이라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어요. 순환출자 규제 이야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노무현 정부 때도 추진됐어요. 자유무역협정(FTA), 스크린 쿼터 완화 등 사실 노무현 정부 때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많이 폈지만 기업들이 느끼는 분위기는 ‘대기업을 손본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기업들이 노무현 정부 때 투자를 하지 않았어요. 순환출자를 규제하겠다는 것은 적은 지분으로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는 것, 즉 소유 집중을 막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소유 집중과 순환출자는 아무런 관계가 없어요. 순환출자를 끊어도 그런 점에서는 바뀔 게 별로 없어요. 나중에 정치권이 뒤늦게 분노할 겁니다. ‘규제를 했는데도 변한 게 없다’,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요. 기업들은 벌써 그런 식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걸 예측하고 있어요. 앞으로 어떤 규제가 들어올지 모르고, 거기에 대비하려면 돈을 쥐고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투자를 안 합니다. 저도 계산해 보니까 순환출자 해소에 10대 그룹만 10조 원 정도 들어요. 하지만 직접 비용만 계산하지 않고 순환출자 규제가 주는 정책 시그널, 투자 심리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 따지면 그 비용은 2~4배가 될 겁니다.

위 위원 간접 효과까지 다 계산할 수 있으면 좋지만 거기까진 아직 연구가 안 돼 있어요. 정 위원이 자꾸 재벌 개혁이 경제 민주화의 전부인 것처럼 이야기한다고 말하는데, 경제개혁연구소가 노동문제나 복지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하는 것은 그쪽은 또 다른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에요. 재벌보다 중소기업이 중요하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중소기업 관련 연구를 가장 많이 한 연구소 중 한 곳일 거예요.

정 위원 대기업들이 대형 마트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지금 중소상인들은 한계 상황이에요. 얼마 전 나온 통계로 한 달 월수입 평균이 150만 원이에요. 비정규직 임금에 가까운 것이죠. 이런 상태에서 대기업의 대형 마트가 들어오면 결과가 빤하죠. 이런 문제에 비하면 순환출자 규제는 일반 서민에겐 너무 먼 이야기죠. 대선 후보들이 국민에게 감동을 주려면 순환출자 같은 것보다 서민에게 당장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 해요.

앞으로 경제 민주화 논의가 어떤 쪽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보십니까.

전 교수 경제 민주화 문제가 표를 겨냥한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흐르는 것은 문제예요. 여러 면에서 볼 때 순환출자는 경제 민주화와 관련이 없고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것도 없어요. 그걸 정치권이 알아야 해요.

황 실장 경제 민주화가 워낙 추상적 개념이어서 각자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요. 정치권이 경제 민주화를 재벌 개혁과 동일시하는 것은 경제 민주화 개념의 남용이에요. 순환출자는 한국만의 이례적인 현상이 아닌데도 그걸 규제하는 건 정당하지 않아요. 투자 마인드에도 부정적이기 때문에 지금 같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맞지 않다고 봐요.

위 위원 해외에도 순환출자 사례가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그들은 총수 일가의 경영 체제가 아니에요. 그러니 문제가 되지 않는 거죠. 순환출자 문제는 국민경제 전체 차원에서 봐야 해요. 경제 민주화 역시 국민경제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데서 출발하는 겁니다. 재벌 개혁이 경제 민주화의 모든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해요.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이려다 보니, 또 심화되는 양극화를 해소하려다 보니 불가피하게 재벌 문제가 나오는 거죠.



정리=장승규·이후연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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