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점점 힘들어지는 총각들의 결혼 "연봉 하락세…가족 형성 가로막아"

결혼이 늘면 인구는 저절로 불어난다. 미혼 여성이 출산율을 떨어뜨리지(합계출산율 1.39명) 평균 부부는 2명 이상을 낳는다(부부 사이 출생아 수 2.09명). 결혼만 하면 인구 감소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어렵다는 점이다. 짙은 고민거리다. 가족 구성의 경제적 부담 지표를 종합해 보면 결혼은 ‘미친 짓’과 같아서다. 독신 청년 중 70~80%가 결혼을 간절히 희망함에도 불구하고 만혼(晩婚)·비혼(非婚) 카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거대 장벽 탓이다. 요컨대 하락 추세의 청년 경제력은 결혼을 포기시킨다.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다. 돈보다 중요한 건 얼마든지 있다. 대지진 이후 금전 사안을 뛰어넘은 인간·가족 복원 붐이 결혼 트렌드로 연결된 게 이를 뒷받침한다. 현실 장벽보다 중시된 관계 설정의 파워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 배우자의 경제 능력은 불변의 우선 변수다. 평생을 함께할 때 경제력이야말로 가장 현실·직접적인 행복 지표이기 때문이다.

불황에 익숙한 일본에선 배우자의 연봉 변수는 특히 양보하기 힘들다. 다만 현실에서의 눈높이는 적잖이 낮춰졌다. 신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신랑 후보의 연봉 저지선 하락 추세다. 5~6년 전 400만 엔에서 지금은 300만 엔까지 떨어졌고 일부는 200만 엔까지 수긍할 수 있다는 입장 변화다. 물론 희망 연봉은 여전히 높다. 언제부터인가 600만 엔대가 확고부동한 기대 연봉으로 정착됐다.

여성 시각에서 바라보는 남성 배우자의 희망 연봉과 실제 연봉의 격차 확대는 현대 일본의 사회·경제문제를 압축하는 중대 이슈다. 간절한 희망만큼 냉엄한 현실과의 양보·타협 문제다. 포인트는 ‘연봉 격차→결혼 격차’다. 가족 형성까지 가로막는 격차 심화다. 남성 연봉을 둘러싼 희망 연봉과 실제 연봉의 격차 확대는 복합 불황이 정점을 찍은 2000년대 전후부터 심화됐다. 분기점은 2003년이다. 2003년 10대 유행어로 선정된 ‘연봉 300만 엔’이 계기다. 당시 남성 연봉 300만 엔은 미끄럼틀에서 떨어진 인생 패배자의 기준 금액으로 이해됐다. 이들의 결혼은 사실상 거부당했다. 적어도 400만 엔은 돼야 잠정적인 결혼 상대자로 리스트에 오를 수 있었다. 미혼 여성의 70% 이상이 절대 양보하지 못할 결혼 조건으로 ‘연봉 400만 엔’을 꼽았다(오네트, 2006년).



미혼 여성들, 이상적 신랑 연봉 600만 엔

물론 400만 엔은 현실과의 타협 결과다. 미혼 여성의 이상적인 신랑 후보 연봉은 600만 엔 이상이다. 20대(70.9%)와 30대(68.6%), 40대(77.8%) 등에서 모두 희망 수치로 최저 600만 엔대를 생각했다. 남성의 응답 비율(20~40세 평균 40%)과 비교된다. 그랬던 400만 엔대의 최후 저지선은 이제 확실히 붕괴됐다. 결혼 조건으로 성격·애정·건강이 3순위에 포함되면서 수입은 그 눈높이가 낮아졌다.

과반수 여성이 연봉 400만 엔대 이하의 남성도 괜찮다고 여겼다. 심지어 20대 여성의 58.5%는 300만 엔도 ‘OK’라고 했다(오네트, 2011년). 이는 통계로 지지된다. 연봉 300만 엔을 기준으로 남성의 기혼 비율이 유의미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연봉 300만~400만 엔대 남성의 기혼 비율은 20대 25.7%, 30대 26.5%이지만 300만 엔 미만은 각각 8.7%, 9.3%로 확연히 떨어진다(내각부, 2011년). ‘300만 엔↓=결혼 불가’의 이미지가 현실 통계로 검증된 셈이다. 이는 고용 형태와도 연결되는데 30대 남성 중 비정규직 기혼 비율(5.4%)은 정규직(29.3%)의 6분의 1에 그친다.

문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신랑 후보의 실제 연봉이다. 신부 후보의 눈높이보다 낮은 연봉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미스매칭이다. 실제 20대(80.6%), 30대(65.9%), 40대(57.0%) 모두 400만 엔 미만이 대세다. 이상적인 연봉 액수인 600만 엔 초과 남성은 40대조차 19.3%에 불과하다. 특정 연령대와 무관한 전체 근로자 10명 중 4명(40.5%)이 300만 엔 이하인 만큼 당연한 결과다(내각부, 2011년). 300만 엔의 벽을 깨지 못한 결혼 적령기 남성도 절반(47%)에 달한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연봉 수준이 낮은 여성은 10명 중 7명(72%)이 300만 엔 미만의 연봉 생활자다(비스타일, 2011년). 자신의 연봉이 적으니 고액 연봉의 신랑 후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식이다. 일종의 연봉 집착으로, 결혼 조건 중 여성 응답자의 1위(34%)는 경제력이다.남성은 용모가 1위(46%, 결혼 가족 형성에 관한 조사, 2010년)다. 독신 여성의 상당수가 부모 동거 덕분에 가처분소득이 높기에 무리하게 낮은 연봉의 남성과 결혼할 필요가 없다는 현실론도 한몫했다.

신랑 후보의 연봉 수준은 결혼뿐만 아니라 연애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돈이 적을수록 연애조차 힘들어진다는 결론이다. 낮은 연봉자일수록 교제 경험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정반대로 연애 빈도는 연봉 수준에 비례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실제 연봉 수준이 낮은 미혼자 중 64%는 애인 및 교제 경험이 없다고 했다(결혼 가족 형성에 관한 조사, 2010년).

또 현재 애인이 있다는 독신 남성도 연봉 수준에 비례해 증가했다(600만 엔 이상 45.5%, 200만 엔 이하 15.5%). 미혼 여성은 결혼을 전제로 만날수록 안정된 남성(연봉↑)을 선호하며 반대로 낮은 연봉의 미혼 남성은 이 장벽 때문에 결혼 고백을 주저한다는 얘기다. 대지진 이후 강조된 결혼 조건인 남성의 생명력에도 경제력은 더해진다. 만약의 사태 때 생활 불안을 타개할 강인한 생명력이야말로 경제력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400만 엔대에서 300만 엔대로 떨어진 수긍 가능의 현실 연봉은 이제 200만 엔대까지 추락했다. 갈수록 심화 중인 직장인 평균 연봉의 하락 추세를 반영한 결과다. 2009년 출간된 ‘35세를 구하라’는 “35세 연봉만 해도 10년 전보다 200만 엔 줄어들었다”고 확언하며 젊은이들의 낮은 연봉 수준을 고발했다. 30~34세 남성 근로자의 소득 분포는 1997년 500만~699만 엔대가 두터웠던 반면 2007년에 300만~399만 엔대가 피크를 찍었다고 분석했다.

이들 35세 전후는 1차 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인 ‘단카이주니어’와 중첩된다. 청년 빈곤의 대표 그룹이다. 1970년대 중반 출생자로 대학 졸업 후 취업 빙하기에 직면한 전형적인 근로 불안층이다. 이들에겐 연봉 300만 엔조차 장벽이다. 신규 저지선은 200만 엔대까지 추락한다. 지급 여부가 불투명한 보너스와 잔업수당 등을 뺀 순수 임금은 사실상 300만 엔대를 깨고 200만 엔대까지 내려왔기 때문이다.



낮은 연봉 미혼 남성, 청혼 주저해

연봉 조건의 평가절하는 죽은 책마저 되살려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2003년 출간된 ‘연봉 300만 엔 시대를 살아가는 경제학’이란 책이 그렇다. 당시 “샐러리맨 300만 엔 연봉 시대는 놀라운 예측이되 설마 그럴까”라는 부정론이 그나마 많았었다. 그만큼 충격적인 전망이었다. 하지만 저자의 약육강식·승자독식 시대 개막에 동의한 이들이 늘면서 이젠 상식처럼 받아들여진다.

저자는 “그래도 연봉 300만 엔대면 세계적인 평균 수준으로, 결코 가난하지 않다”며 “일본 국민도 이젠 인생을 희생하며 과로하기보다 시대 변화에 맞는 적절한 맞춤 소비로 300만 엔대에 어울리게 살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지 않은 지금 그의 예측은 보기 좋게 적중했다. 비정규직이 태반인 2030세대에겐 300만 엔조차 부러울 정도로 평균 연봉은 떨어져 왔다. 지금처럼 노동환경 악화가 지속되면 연봉 200만 엔 시대가 현실이 될 것이란 분석까지 힘을 얻는다. 이런 점에서 연봉 300만 엔의 예비 신랑은 결코 패자가 아니다. 장수 사회가 낳은 승자에 가깝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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