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국내 ‘톱’ 롯데면세점 해외서도 통할까 "창이공항 입점…세계 ‘톱’ 꿈꾼다"

국내 1위 롯데면세점은 해외서도 통할까. 롯데면세점이 ‘글로벌 톱’을 목표로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는 국내시장에서 부동의 선두 기업이다. 지난해 시장점유율 50%로 2위인 신라면세점(약 25%)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매출액도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2007년 1조2000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4년 만인 2011년 2조7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롯데의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서울 을지로에 있는 롯데면세점 소공점 상반기의 매출액이 650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3% 늘어났다.

롯데가 해외시장에 공을 들인 것은 올 초부터다. 정부로부터 특정 지역을 ‘신규 보세구역’으로 지정받아야 사업장을 넓힐 수 있는 면세 사업의 특성상 국내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신 회장은 계열사 사장단에게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하라”고 주문했다.

신 회장은 2009년 3월 ‘2018 아시아 톱 10 글로벌 그룹’이라는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그 일환으로 핵심 사업을 확대하고 글로벌 사업을 강화해 롯데그룹을 2018년까지 매출 200조 원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롯데면세점도 이에 부응해 ‘글로벌 면세점’으로의 도약에 나선 것이다. 지난 2월 취임한 이원준 롯데면세점 대표는 “향후 전 세계로 매장을 확대하고 2018년까지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해외 매장에서 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해외시장 진출은 말처럼 쉽지 않다. 전통의 강자들이 아성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1위 면세점 업체 DFS그룹은 국내 면세점 매출 규모를 전부 합한 것보다 더 많은 매출을 자랑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 적극 지원

전 세계 13개국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DFS그룹의 2010년 매출은 35억7000만 달러(4조400억 원)에 달한다. 2위 사업자인 독일의 하이네만(Gebr. Heinemann)은 19개 국가 48개 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2010년 매출은 26억2000만 달러다. 3위 업체는 스위스의 듀프리(Dufry)로 2010년 25억1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 세계 17개국 56개 공항에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스위스의 뉘앙스 그룹(Nuance group)은 2010년 매출 23억4200 달러를 기록한 무시하지 못할 강자다. 롯데와 신라는 각각 6위와 10위지만 해외 매장이 하나도 없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실시한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과 미국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면세 사업자 입찰에서 롯데와 신라 모두 고배를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두 곳 모두 업계 글로벌 1위 기업인 DFS가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만큼 면세점의 해외 진출이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롯데가 지난 1월 인도네시아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점에 입점한 것은 국내 면세점 업계 해외 진출의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점은 매장 규모가 약 900㎡로 향수·화장품·주류·담배 등을 취급한다. 코치·던힐·몽블랑·샤넬·에스티로더 등 다양한 명품 브랜드가 입점했다. 인도네시아는 한반도의 9배 규모로 너른 국토와 2억3000만 명의 인구, 1인당 국내총생산(GDP) 3000달러로 동남아시아 최대 소비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수카르노하타 공항은 연간 1000만 명 이상 여행객이 이용하는 인도네시아 최대 공항이다.

하지만 이는 ‘연습 게임’ 수준이었다. 지난 5월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매장을 열면서 롯데는 단번에 세계적인 면세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창이공항은 연간 방문객만 4700만 명에 이르는 대규모 국제공항으로 인천공항, 홍콩 첵랍콕 공항과 함께 아시아 3대 허브 공항으로 꼽히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창이공항점 제2터미널에 있는 약 80㎡ 규모의 매장으로 싱가포르와 동남아 화교 시장을 겨냥해 정관장 등 중국인에게 인기 있는 국내 토산품을 구비한 한국적 특색을 갖춘 곳이다. 6월엔 더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롯데면세점이 창이공항의 패션 잡화 부문 사업자에 선정된 것이다.


오는 10월 문을 여는 패션 잡화 매장은 제1터미널에 있는데다 300㎡ 규모로 불가리·몽블랑 등 유명 패션 브랜드가 입점할 예정이다. 패션 잡화 매장은 창이공항에서 관광객들의 이동이 많은 구간이며 앞으로 5년간 6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패션 잡화 사업자 선정은 롯데면세점의 글로벌화 가능성을 보여준 쾌거였다. 세계 1위 면세점 업체 DFS그룹, 이탈리아 오토그릴 그룹의 WDF(4위), 스위스의 뉘앙스(6위), 독일의 하에네만(7위) 등 글로벌 면세 업체들을 제치고 사업권을 가져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서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신라면세점도 입찰에 참여했지만 롯데의 승리로 끝났다. 세계 유수의 면세 업체들이 참여한 이번 입찰에서 롯데면세점이 성공한 것은 그동안 아시아 1위 면세점으로 30여 년간 쌓아 온 면세점 운영 노하우와 루이비통·에르메스·샤넬 등 명품 브랜드를 유치한 점들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은 창이공항점에서 올린 잇단 승전보를 바탕으로 내년 초에 있을 창이공항 대규모 사업권(향수·화장품·주류·담배) 입찰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내년 인도네시아 시내점 오픈도 예정돼 있다. 롯데면세점은 해외 면세점 인수·합병(M&A)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교(華僑)가 많은 홍콩과 베트남·싱가포르·말레이시아 지역 면세점과 유럽 지역 면세점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총매출액은 2조7000억 원이다. 1위인 DFS의 매출은 4조4000억 원(2010년 기준) 수준이다. 롯데가 유통업계 최초로 ‘글로벌 톱’을 면세점 시장에서 이루겠다는 목표가 불가능한 것 만은 아니다. 신동빈 회장이 큰 관심을 보이는 등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고 있는 데다 자금력도 풍부하다. 창이공항과 수카르노공항 등 해외 공항 면세점 운영의 노하우까지 장착하면 롯데면세점의 ‘글로벌 톱’ 비전은 실현 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국내 면세점 마케팅도 업그레이드
케이팝 활용 중국·유럽 관광객 유치 ‘올인’

롯데면세점은 갈수록 증가하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우선 오는 9월 베이징에 현지법인을 설립,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판 페이스북 ‘런런왕’에 면세점 홈페이지를 개설한 것도 그 일환이다. 최근 누적 방문자 수 15만 명을 돌파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회원 가입 시 각종 쇼핑 정보와 함께 한류 스타, 한국 관광 등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초청 이벤트를 진행해 응모자 중 선정된 4팀에게 한국 여행의 기회를 준다.

유럽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유럽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케이팝을 활용해 인지도 높이기에 나선 상태다. 올해 유럽인 관련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이상 증가했고 상품 및 이벤트 관련 문의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7월 28일 유럽 케이팝 팬클럽 ‘코리안커넥션’의 한국 체험 행사 첫 방문지로 롯데면세점 월드점 ‘스타에비뉴’의 방문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외국인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국산 토산품 매장과 화장품 전문 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을지로 본점과 잠실점에 있는 한류 체험형 복합 문화 공간인 ‘스타에비뉴’를 올해 안에 코엑스점에 신규 오픈할 예정이다. 스타에비뉴는 체험형 한류 복합 문화 공간으로 인기 드라마의 촬영 장소, 스타들의 애장품이 전시된 쇼케이스, 포토존 등을 통해 아시아권 한류 관광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코엑스점은 화장품을 비롯해 다양한 국내 제품을 한자리에 모아 판매하는 ‘한류 명품관’을 올 초부터 운영하고 있다. 잠실점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 특화 매장을 개설했다. 지난 6월 리뉴얼 후 신규 오픈한 9층에 총 74개의 국내외 유명 코스메틱 브랜드를 갖춘 화장품 매장을 신설했다. 10층에는 일본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BB 크림존을 기존에 비해 4배 규모로 확대해 기능성 화장품부터 색조 화장품까지 원스톱으로 쇼핑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명품 시계를 선호하는 중국인을 위해 주얼리·시계 매장을 약 3배 규모로 확장하고 명품 시계 브랜드도 추가로 입점시켰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롯데면세점 국산품 매출이 전년 대비 40% 증가하는 등 외국인들의 국산품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외 지점에 국산품 매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 | 사진 롯데면세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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