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국인 직접투자 가능 B주 퇴출 수순 "외자 유치 기능 상실…상장사 탈출 러시"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이 직접투자할 수 있는 B주가 점차 퇴출 수순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B주를 홍콩 증시의 H주로 전환하려는 상장사가 나타나는가 하면 자사의 B주를 매입하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B주의 퇴출은 중국에서 외자 유치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 온 개혁·개방 이후의 정책이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물류 장비 업체 중지그룹은 지난 8월 15일 선전 증시에 상장된 B주(14억 주)를 H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공시했다.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100여 개 B주 가운데 첫 사례다. B주를 매입하는 회사도 올 들어 이미 3개사로 늘었다. 지난 7월 난보가 자사 B주 전체의 26.23%에 해당하는 2억 주를 매입하겠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자사의 B주를 매입한 것은 리주가 2008년 12월, 창안자동차가 2009년 2월에 실시한 게 전부다. 상장사의 자사 B주 매입은 단순한 주가 띄우기가 아닌 B주 퇴출의 일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상대적으로 B주가 저평가돼 있는 요즘이 상장사들이 자사 B주를 매입할 적기라는 분석이다. 선전 증시 B주의 주가순자산배율(PBR)은 1.2배로 A주(2.4배)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Chinese investors monitor stock prices at the Zhong Xin securities stock trading house in Beijing, China, Friday, Aug. 5, 2011. Asian stock markets tumbled Friday amid fears the U.S. may be heading back into recession and Europe's debt crisis is worsening. (AP Photo/Andy Wong)

상장 종목, A주의 20분의 1수준

B주가 퇴출 수준을 밟는 것은 원래의 기능을 거의 상실했기 때문이다. 1992년 첫 B주가 상장될 때만 해도 B주는 자본시장을 통한 외자 유치 채널을 구축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외국인과 외국 법인은 물론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이 투자할 수 있었다.

2001년부터는 중국에 거주하는 내국인에게도 투자가 허용됐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 최대 외화보유액을 보유할 만큼 외자가 넘치게 된 데다 홍콩과 뉴욕 등 해외 증시에 상장하는 중국 기업이 늘면서 외자 유치 채널로서의 B주 기능이 크게 퇴색됐다. 더욱이 2003년 외국인 적격 기관투자가(QFII) 제도 시행으로 내국인 전용 A주에도 외국자본이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 때문에 수년 전부터 B주가 사라질 것이라는 설이 중국 증시에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상장 종목 수가 100여 개로 A주(2300여 개)의 20분의 1도 안 되는 데다 단일 종목의 유통 주식이 적어 유동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바람에 신규 상장(IPO)과 증자 등 자금 조달 기능도 거의 상실해 갔다. 지난 5월 선전 증시에서 상장사 위에화바오가 회사채 발행 인가를 받으면서 8년 만에 처음으로 B주가 시장에서 신규 자금을 조달하게 됐다.

QFII 도입으로 자본시장 국제화에 탄력을 더한 중국은 상하이 증시에 외국 기업을 주로 상장하는 국제판을 개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B주의 퇴출은 중국 자본시장의 국제화가 초기 단계를 끝내고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B주 퇴출 과정에서 적지 않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는 투자자들이 많다. 중지그룹처럼 B주를 H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프리미엄을 얹어 주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B주 퇴출은 주총에서 주주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기존 주주에게 일정 부분의 수익을 담보해 주는 게 불가피하다. 중국 증시가 2007년 12월 고점을 찍은 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B주 주가는 안정된 것도 이 같은 투기적(?) 기대감 때문이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