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HP 수석 부사장 “위기를 기회로…공격적 투자 나설 것”

디온 와이슬러 HP 아시아·태평양·일본지역 수석 부사장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는 춘추전국시대나 다름없다.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와 쏟아지는 신제품에 그 누구도 왕좌의 자리를 확신할 수 없다.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이 일어나고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이 될 수 있는 세계다. 세계 1위 컴퓨터 회사 휴렛팩커드(HP)도 생존법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지난해 8월 레오 아포테커 전 최고경영자(CEO)가 PC 사업을 접겠다고 ‘깜짝 발표’하기도 했지만 결국 PC사업부와 프린터사업부를 통합하는 등 조직 개편으로 결론을 내렸다. HP는 현재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서비스·솔루션 등을 하나로 묶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및 일본 지역(APJ)에서 이를 총괄하는 디온 와이슬러 APJ 프린팅 및 퍼스널시스템그룹(PPS) 수석 부사장이 한국을 찾아 부서 통합과 경영 방침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HP에서 아시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아시아·태평양 및 일본(APJ)은 HP의 중요한 성장 축으로 꼽히는 지역입니다. 특징은 신흥 시장과 선진 시장이 모두 포진하고 있다는 거죠. 한국을 비롯해 호주·뉴질랜드·일본·홍콩·대만 등은 성숙 시장으로 꼽을 수 있고 중국·인도·인도네시아·스리랑카 등은 인구는 많은 반면 PC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국가입니다.

향후 몇년 동안 20억 명의 인구가 새롭게 정보기술(IT)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은 HP 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 주고 있습니다. 얼리어답터가 많아 한국 시장을 통해 다른 선진 시장의 소비자가 어떻게 움직일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무실에 앉아서 보고만 받기보다 직접 현장에 와서 시장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이번에 한국을 찾은 것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입니다.

본사 차원에서 프린터와 PC사업부의 통합을 강력하게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통합의 배경은 무엇이고 어떤 시너지를 기대하시는지요.

HP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두 개의 거대 사업부를 결합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시기적절하게 필요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합니다. 프린팅 및 퍼스널시스템그룹(PPS)으로 재편됨으로써 APJ는 PC사업 분야에 있어 1만8000개의 상업·유통 파트너를 얻었고 3만100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개인용 컴퓨터, 워크스테이션 기술, 프린터와 그래픽 솔루션 통합 문서 관리, 인터넷 서비스 등을 아우르는 비즈니스를 하면서 고객들에게 하나의 창구로 보다 빠르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버리지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의사결정 체계가 단순해지고 신속해지는 장점도 있죠. 무엇보다 통합을 통해 비용을 절감해 재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습니다. 이로 인해 연구·개발(R&D) 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 효과를 낳았죠. 데스크톱, 울트라북, 아날로그 및 디지털 프린터, 복합기 등 탄탄한 하드웨어 제품군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솔루션·서비스 등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결국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IT 환경에서 어떤 변화를 감지하시나요.

지난 2년간 우리가 분석해 본 결과 고객의 구매 패턴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제품 하나를 일회성으로 구매했다면 이제는 서비스 계약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정 기간 동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겁니다. 오늘도 직원들을 만나 이런 변화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고 매출과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구매 문화에 맞게 제품과 솔루션이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요즘 소비자는 모바일족이 되고 있습니다.

한곳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테블릿 PC를 들고 다니면서 일을 처리합니다. 이에 따라 e메일 주소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출력할 수 있도록 개발한 프린터도 나왔습니다. 또한 고객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B2B 고객과 B2C 고객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개인 고객이 직장에 가면 기업 고객이 되고 다시 퇴근 후에는 개인 고객이 되는 식이죠. 고객이 필요에 따라 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디자인과 성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PC 시장이 줄어들 것이라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는데요.

시장이 축소된다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아직 PC 보급률이 전 세계적으로 7~8%밖에 되지 않는 만큼 성장 기회가 많죠.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하고자 일반 소비자, 중소기업, 대기업 등 고객 세그멘트별로 맞춤 접근을 하고 있고 특히 효율적으로 비용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PC 부문에서는 이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이 하나의 컴퓨팅 영역에 들어오게 됐죠. HP는 아직까지 태블릿 PC 사업을 하지 않았지만 곧 출시할 계획입니다. 시점은 윈도8 출시 시기와 연동해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데스크톱, 노트북 등 그동안 잘해 왔던 핵심 역량도 있지만 새롭게 성장을 견인해 주는 영역들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워크스테이션이 꾸준한 수요가 있습니다.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를 누구로 보시는지요. 이에 따라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모두입니다(웃음). 더 이상 경쟁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는 순간부터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IT 업계가 워낙 경쟁이 치열해 제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잘 파악해야 하며 고객 잠재 니즈를 바탕으로 현재 고객이 IT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또한 앞으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겠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우수한 가치를 제안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HP의 차별화된 전략은 통합된 플랫폼의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인수 또는 자체 개발을 통해 얻은 소프트웨어를 얹고 이를 하나로 묶어주는 솔루션까지 완성해 풀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가치를 고객에게 주는 이런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남은 하반기 경영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경영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위기 가운데에도 매력적인 기회는 분명히 있습니다. 이 메시지를 강력하게 로컬 팀에도 전달하고 있고 이를 위해 한국에서도 부사장 및 팀원들을 만나 좋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한국이 이번 2분기 매출이 29% 정도 축소됐지만 장기적으로 점진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이 좋을 때 모멘텀을 타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어려울수록 창의력을 발휘하고 좋은 접근법을 찾아야 하겠죠.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하게 심사하면서 투자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때인 만큼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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