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산책] 갈등 없는 발전은 없다

우리 사회는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면 그 원인을 역경, 간사한 라이벌 또는 경쟁의 불공정한 문제로 돌릴 때가 많다.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은 1770년 뷔르템베르크 지방의 슈투트가르트에서 행정직 관료의 아들로 태어났다. 프로테스탄트 가정에서 자라면서 어려서부터 그리스 비극을 애독했다. 칸트 철학을 계승한 독일 관념론을 집대성한 헤겔은 경건주의적 신교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고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갈등 해결을 위한 철학적 밑바탕을 제시해 준 철학자다.

헤겔에 따르면 우리의 사회는 정립과 반립명제들을 통한 지속적 발전 과정 속에 존재한다. 이 말은 정반합(正反合) 논리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철학적 이론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기업의 경영자들은 크게 다르다. 상대방의 이의 제기나 반대가 자신의 권위를 위태롭게 하므로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간주해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갈등과 반립은 진정한 발전을 위해 타당한 것이다. 어느 조직이든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많은 부분들에 대한 지적과 이의 제기 속에서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그런 과정없이 어찌 발전을 논할 수 있을까. 그 시각에서 볼 때 우리 사회에서 주장하는 것들이 격렬한 반대에 부딪쳐 그 해결을 구하는 과정에서 갈등들이 해결을 유도하게 되고 사회는 성숙된 발전을 하는 것이다.

사회 지도층이나 경영자가 여기서 배워야 할 교훈이 명백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조직 차원에서 헤겔은 건강한 논쟁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직이 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더욱더 논쟁을 허용하는 것을 조직의 문화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해 있는 청년 일자리 및 고용 문제, 중소기업 대 대기업 간의 상생 문제, 사회적 취약 계층 및 배려 계층에 대한 문제, 정치적 갈등 문제, 정부 정책 문제 갈등 등 우리 사회가 처해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갈등 계층 간 또는 당사자 간의 심도 있는 대화의 장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일방적 주장만 난무해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사회·경제적 과제는 항상 개인이나 사회에 대한 도전을 의미한다. 물론 우리 사회는 계획이 실패로 돌아가면 그 원인을 역경, 간사한 라이벌 또는 경쟁의 불공정한 문제로 돌릴 때가 많다. 그러나 기초에는 궁극적 진리가 존재한다.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 우수하고 좋은 것이라면 우리는 긍정적이고 좋은 결과를 거둔다는 의미다.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러한 논리가 적용됐다고 할 수 있다. 고난과 역경을 견디고 꾸준히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갈등을 조화롭게 극복해 갈등을 발전으로 승화해 낸 선수들은 대부분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러한 선수들에게 커다란 위험은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지만 개인이나 사회 관심의 실현을 경솔하게도 직업적 또는 사회적 과제의 성취와 혼동하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성에 기초를 둔 정립과 반립명제의 작업 과정은 실제적 성과를 낳는다. 물론 흑백논리에 따른 부정적인 갈등은 지양하는 게 당연하다. 무엇보다 국가적 차원이나 대승적 차원의 반립명제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합리적 해결 방안을 세워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하는 요즘이다.


김홍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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