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IT 이야기] 페이스북과 애플 주가가 ‘극과 극’인 이유 "빗나간 투자 판단…미래도 예측 불허"

세계 정보기술(IT) 추세를 추적하다 보면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특정 사안이 ‘일시적 유행(pad)’인지 ‘대세(trend)’인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때로는 의심할 여지도 없는 ‘대세’로 보였던 것이 나중에 ‘일시적 유행’으로 밝혀질 때도 있고 반짝 관심을 끌다가 잊힐 줄 알았던 것이 ‘대세’로 자리를 잡을 때도 있습니다.

페이스북 주가와 애플 주가를 보면 IT 분야의 추세 판단이 얼마나 어려운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8월 16일 뉴욕 증권시장에서 페이스북의 주가는 상장 후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애플의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투자자들이 잘못 판단한 결과입니다. 페이스북에 대해서는 ‘구글 킬러’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과대평가했고 애플에 대해서는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떠나면 망할 것처럼 과소평가했습니다.

먼저 페이스북 주가를 봅시다. 8월 16일 종가는 19.66달러였습니다. 5월 18일 주당 38달러에 상장했으니까 석 달 만에 반 토막이 났습니다. 이 기간에 애플의 주가는 20% 올랐고 구글의 주가는 8%, 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는 3.5% 올랐습니다. 경영난에 처해 최고경영자(CEO)를 바꿔야 했던 야후 주가도 1% 상승했습니다. 이런 국면에서 페이스북의 주가가 반 토막이 된 것은 투자자들의 실망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겠죠.

페이스북이 기업공개를 하기 전에는 장밋빛 미래에 관한 얘기가 많았습니다. “페이스북 사용자가 10억 명을 돌파할 것이다.” “트래픽에서 구글을 추월할 것이다.”’ 심지어는 “구글 시대가 가고 페이스북 시대가 왔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물론 페이스북 사용자는 금년 말쯤 10억 명을 돌파할 것이고 트래픽에서 구글을 추월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이젠 페이스북이 ‘구글 킬러’가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애플의 주가는 페이스북 주가와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지난해 10월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이후 증권시장 전문가의 예상과 반대로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8월 16일 주가는 636.34달러. 스티브 잡스 사망일인 2011년 10월 5일 378.25달러였으니까 10개월 만에 주가가 68%나 뛰었습니다. 2, 3년 전에는 어땠을까요. 스티브 잡스 투병설이 나오기만 하면 애플 주가는 5%, 10% 곤두박질하곤 했습니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5965억 달러, 우리 돈으로 676조 원입니다. 상장기업으로는 세계 1위입니다. 현금 보유액은 2011년 말 970억 달러에서 1170억 달러로 늘어났습니다. 애플은 넘치는 현금을 주체하지 못해 연구·개발 투자비를 대폭 늘리고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고 애플스토어를 확충하고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을 과감히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페이스북 상장가는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습니다. 앞으로 ‘거품’이 얼마나 더 빠질지 모르겠지만 페이스북은 뭔가를 보여줘야 합니다. 애플의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그대로 믿기는 어렵습니다. 더 오를 수도 있지만 노키아도 그렇고 모토로라도 그렇고 정상에 올랐을 때 위기는 시작됐습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http://blog.hankyung.com/kim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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