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이니 존스 Janie Jones 外

음악은 핏줄만큼 진했다
감독 데이비드 M. 로젠탈 출연 레산드로 니볼라, 아비게일 브레스린, 엘리자베스 슈

빔 벤더스의 영화 제목 ‘돈 컴 노킹(don’t come knocking)’을 풀이하면 ‘노크 하지 마’ 정도의 뜻이 된다. ‘내 인생에 들어오지 마, 날 귀찮게 하지 마’라는 강한 어조로 독립적이고 자유분방한 삶을 지키겠다는 의지와 일맥상통한다. 영화 ‘돈 컴 노킹’은 한때 최고의 스타였지만 나이도 들고 오만한 성격 때문에 친구도 떠나고 빈털터리가 된 하워드(샘 셰퍼드 분)의 이야기다. 영화는 하워드가 자신의 남은 삶에 빛을 줄지도 모를 기대로 자신의 아이를 찾아나서는 여정, 그 길 끝에서 구하는 해답이다. 이때 아이는 상징에 가깝다. 미처 몰랐지만 이 세상에 내 유전자를 이어받은 생명이 있다는 건 단순히 그 아이와 나의 인관 관계에 그치지 않고, 내면의 성찰로 이어진다.

누구도 이 뜻하지 않은 방문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제이니 존스’는 록밴드 보컬 에단(알레산드로 니볼라 분)에게 어느 날 찾아온 이 같은 ‘불청객’을 소재로 한 영화다. 기억에도 없는 여자가 나타났고, 그 여자는 열세 살 소녀 제이니(아비게일 브레스린 분)가 자신과 그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라고 한다. 게다가 자신은 마약 중독이라 재활원에 가야 한다며 에단에게 아이를 떠맡기기까지 한다.

투어밴드로 생활하며 집세 내는 것도 어려운 에단에게 이 모든 것은 귀찮은 불상사에 불과하다. 영화는 에단이 제이니를 받아들이기까지의 불협화음과 그 후 자신과 눈이 똑같이 닮은 데다 자신처럼 음악적 재능이 있는 딸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히 그리고 있다. 딸이 아빠를 찾는 동안 에단은 그 딸로 인해 거친 성격을 다잡고 소원했던 자신의 어머니와도 작은 화해를 하게 된다.

영화 속 에단과 제이니는 영화를 만든 데이비드 M. 로젠탈 감독이 서른 살 때 열한 살 된 딸을 처음 만났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창조한 캐릭터다. ‘과속 스캔들’이 미혼모 딸의 갑작스러운 출현을 코믹 장르로 소화해 냈다면, ‘제이니 존스’는 에단에게 닥친 변화를 해프닝에 그치지 않고 보다 세밀하고 사실적인 감정선으로 이끌어 낸다.

에단과 제이니 사이의 미세한 감정을 표현하는 영화의 중요 장치는 음악이다. 둘이 조율하는 포크록의 잔잔한 선율이 둘의 뒤늦은 교감을 보다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올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작으로, ‘원스’와 ‘어거스트 러쉬’ 등 음악 영화의 장점을 보여주는 영화다. 에단 역의 알레산드로 니볼라는 배우이자 실제 밴드 멤버로 활동하기도 하며, 할리우드 아역 배우로 각광받고 있는 제이니 역의 아비게일 브레스닌 역시 직접 영화 속 곡의 연주와 노래를 불렀다.



이웃 사람
감독 김휘
출연 김윤진, 마동석, 김새론, 김성균, 임하룡

강산맨션을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 살인 사건. 죽은 소녀도, 살인마도, 그를 막는 사람들도 모두 같은 맨션의 이웃이다. 탄탄한 스토리로 주목받았던 강풀 원작의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스릴러. ‘해운대’ 시나리오 작가 출신 김휘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히스테리아
감독 타니아 웩슬러
출연 휴 댄시, 매기 질렌할, 펠리시티 존스

현대 여성들의 섹스토이 바이브레이터가 사실은 의료기기였다? 19세기 런던, 상류층 여성들 사이에 성행했던 정신 질환 히스테리아를 치료하기 위해 연구하던 신출내기 닥터 조셉 모티머 그랜빌의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 보수적 환경 속에서 억압받는 여성의 현실을 풍자했다.



레드 라이트
감독 로드리고 코르테스
출연 로버트 드 니로, 시고니 위버, 킬리언 머피

세기의 심령술사, 천재 물리학자와 그가 보좌하고 있는 냉철한 심리학자 간의 대결. 심령술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을 토대로 새로운 스릴러를 꾀한다. ‘베리드’의 감독 로드리고 코르테스의 신작으로, 로버트 드 니로와 시고니 위버, 킬리언 머피 등 연기파 배우들의 연기 대결도 주목할 만하다.


이화정 씨네21 기자 zzaal@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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