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부활 신호탄 쏘다

LG가 바닥을 치고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2분기 실적과 각종 전망 지표들을 토대로 전자·화학·통신 등 전 부문의 3분기 실적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반기 턴어라운드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실적 악화로 고전하던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전자 계열 3사가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있고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LG화학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으며 롱텀에볼루션(LTE) 시장 확대와 함께 LG유플러스가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등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LG에 쏟아지던 우려 가득한 시선도 ‘기대감 일색’으로 바뀌며 주식시장에서도 LG그룹주에 대한 관심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 배경에는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체질 개선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

‘하반기 LG그룹 뜬다.’ LG를 바라보는 시장 전문가들의 반응은 일관되게 ‘상향’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요 계열사들의 2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일각의 평에도 불구하고 긍정적 전망이 쏟아지는 데는 3분기 이후 실적에 대한 기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아킬레스건이었던 휴대전화 부문은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확대 등 실적 개선의 징후가 뚜렷하고 LG디스플레이도 큰 폭의 흑자 전환이 예상되는 등 그룹 내 비중이 큰 전자 부문의 ‘반전’이 예고되고 있다. 통신 부문(LG유플러스)도 LTE 선점 효과로 지속적인 수익 개선이 예상되고 있고 전자 계열이 부진한 사이 ‘맏형’ 노릇을 하고 있는 화학 부문 계열사들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이러한 주요 계열사들의 분위기는 그룹 전체로 이어지고 있다.



더 빠르고 강한 ‘LG DNA’ 만들기

LG의 이 같은 변화는 위기 상황을 감지하고 연초부터 고삐를 바짝 조인 구 회장의 ‘초강경 드라이브’가 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구 회장은 올 들어 더욱 강해진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 각종 공식 석상 스피치 및 현장 방문 시 ‘더 빠른 사업의 실행 속도’와 ‘강한 근성’을 주문하고 있는 것.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한 대응 속도를 높이면서 전자 부문 등 주력 사업의 실적 회복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독려하는 등 더 빠르고 강한 근성의 ‘LG DNA’를 조직에 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먼저 구 회장은 말과 행동을 통해 ‘더 빠른 사업의 실행 속도’를 강력하게 주문하고 나섰다. 신년사를 통해 “경쟁사들이 한다고 무조건 따라 해서는 차별화된 가치를 영원히 만들 수 없다”며 “지난해 3D TV와 LTE에서 보여준 것처럼 남보다 앞서 우리의 방향을 정하고 한 발 먼저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이 올해 처음 방문한 현장도 예년처럼 연구소나 사업장이 아닌 LG전자의 신제품 전시관이었다.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좋은 품질의 좋은 제품을 남보다 빨리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사업의 실행 속도를 높여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따라 LG그룹 내부에서도 각 사업별 실행 스피드와 조직 문화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먼저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출시를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다. 경쟁사보다 빠른 출시를 통해 아직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OLED TV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의지다. 이미 LG전자의 55인치 OLED TV는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공개된 후 미국 유력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씨넷(Cnet)’은 이 제품을 ‘베스트 오브 CES (Best of CES)’에 선정했다.

또 미국의 유명 IT 전문 블로그인 ‘테크노 버펄로’도 ‘CES의 최고 제품(Best of CES Award)’으로 선정했으며 미국 소비자 제품 분야 최고 권위지인 ‘파퓰러 메카닉스’도 ‘편집실 선정 최고 제품’으로 선정한 바 있다. LG전자는 “이러한 평가는 제품을 눈으로 확인한 CES 관람객들과 전문가들의 평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TV도 경쟁사보다 미리 준비하고 시장에 먼저 출시해 ‘OLED TV=LG’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 6월 LG화학이 파주 액정표시장치(LCD) 유리기판 공장의 조기 양산에 들어가고 LG유플러스가 지난 3월 전국 84개 시에 국내 통신 사업자 최초로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LTE 전국망을 구축하는 등 전 사업 부문에서 실행 속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구 회장은 ‘남다른 고객 가치’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LG의 이름을 건 제품이라면 경쟁사 제품과는 다른 ‘남다른 고객 가치’를 창출해 고객이 모든 면에서 편하고 즐거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년사에서는 “올해는 남다른 고객 가치를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3월 6일 열린 임원 세미나에서도 “시장 선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남보다 먼저 고민하고 우리만의 방식을 찾아 도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하게 어필했다.

LG전자의 ‘옵티머스 뷰’는 대표적인 ‘남다른 고객 가치’ 제품으로 손꼽힌다. 16 대 9, 16 대 10의 화면 비율을 적용한 기존 스마트폰과 달리 4 대 3 화면 비율을 적용, 가독성을 높인 제품으로 ‘보는 즐거움’이라는 고객 가치를 차별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구 회장은 이러한 시장 선도를 위해 특히 원천 기술 확보와 LG 계열사 간 기술 시너지에 대해 독려하고 있다. 다른 경쟁 기업들과 달리 LG는 전자·화학·통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계열사들이 많아 이들 회사 간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면 새로운 성장 시장에서 선도 기업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것. 이에 따라 구 회장은 미래 시장에 대한 원천 기술 확보와 이러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우수한 인재들의 확보에도 직접 나서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


취재=박진영·이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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