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라인’ 타고 세계시장 노리는 NHN, 글로벌 도약 전기 …‘라인 벨트’ 만든다
입력 2012-08-16 11:17:51
수정 2012-08-16 11:17:51
일 본에서 시작된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 돌풍이 성장 정체에 빠진 NHN에 새로운 희망을 던지고 있다. 작년 6월 일본 시장에 첫선을 보인 라인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1년 남짓 동안 일본에서만 2400만 명, 세계적으로 5200만 명을 가입자로 끌어들였다. 라인이 사용자 5000만 명 고지를 넘는데 걸린 기간은 399일로 트위터(1096일)나 페이스북(1325)을 훨씬 앞지른다. 회사 측은 이런 추세라면 연내 가입자 1억 명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한다.
라인은 독특한 성장 경로를 밟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 먼저 성공을 거둔 다음 그 여세를 몰아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매우 드문 사례다. 현재 라인 이용자는 일본이 45%로 가장 많고 대만·태국·홍콩이 23%, 중동과 유럽이 22%를 차지한다. 전체 이용자 중 한국의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이는 무료 문자, 무료 음성 통화 등 기본 기능이 동일한 카카오톡과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카카오톡은 530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80% 이상이 한국 시장에서 나왔다.
성장 속도 페이스북·트위터 추월
일본에서 라인은 ‘국민 메신저’로 통한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일본인 중 44%가 라인 사용자다. 하루에 10억 건이 넘는 메시지가 라인을 통해 오간다. 지난 5월 말 일본 스마트폰트렌드연구소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최고의 애플리케이션’ 1위에 올랐다. 라인이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TV 토론 프로그램 주제로 선정되고 인기 그룹의 신곡 소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일간지 아사히신문도 라인의 해외 진출 기사를 1면에 실었다.
라인은 일본뿐만 아니라 홍콩·호주·캐나다·스위스·터키·사우디아라비아 등 세계 230개 나라에서 사용된다. 이 중 24개 나라에서 무료 애플리케이션(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스토어) 순위 1위를 달린다. 대만과 태국에서는 일본 못지않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NHN 관계자는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라인 벨트’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의 성공이 뜻밖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미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작년 2월 국내에 선보인 네이버톡은 카카오톡·마이피플(다음커뮤니케이션즈) 등 경쟁 서비스에 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작년 상반기 카카오톡과 마이피플은 사용자 1000만 명을 넘어 파죽지세의 성장곡선을 그렸지만 네이버톡은 강력한 마케팅도 소용없이 300만 명 선을 오가는 부진을 벗지 못했다. 그러다가 결국 라인에 통합돼 지난 3월 서비스를 중단하는 운명을 맞았다.
라인은 철저하게 일본 현지화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다. NHN의 100% 자회사인 NHN재팬이 기획과 개발을 담당했다. 현재 라인 글로벌 서비스도 NHN재팬이 운영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라인을 탄생시킨 것은 작년 3월 일본열도를 공포에 몰아넣은 동일본 대지진이다. 당시 지진이 발생하자 NHN재팬은 도쿄 사무실을 닫았다. 직원들은 고향으로 내려가거나 대피했고 일부 임원들은 후쿠오카 임시 사무소로 옮겨갔다. 망 과부하로 전화 통화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이때 왓츠앱 등 인터넷 기반의 모바일 메신저가 위력을 발휘해 큰 주목을 끌었다.
이런 경험에서 라인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4월 말부터 본격적인 기획이 시작됐다. 언제 다시 지진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미국·일본·한국·중국 출신 개발자 15명이 매일 같이 야근을 하며 한 달 반 만에 라인을 만들어 냈다.
개발팀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1대 다수의 공개적 커뮤니케이션보다 가족·친구 등 지인 위주의 커뮤니케이션이 일본인들의 성향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메신저로서의 기본에 충실하도록 불필요한 기능은 빼고 가능한 한 심플하게 설계했다. 또한 응답 속도를 대폭 개선해 실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했다.
6월 초 첫 공개 이후 생각보다 좋은 반응이 나오자 곧바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라인은 정보기술(IT) 지식이 없는 20~30대 젊은 여성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무료 통화’라는 알기 쉬운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다. 20대 후반의 일본 유명 탤런트 베키를 광고 모델로 과감하게 TV 광고도 내보냈다.
라인은 NHN이 10년 넘게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린 이후 거둔 가장 큰 성과다. NHN은 2000년 한게임이 일본 법인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일본 공략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야후와 구글이 90% 이상 장악하고 있는 포털 시장은 난공불락이었다. 2010년 일본 현지 포털 사이트 네이버재팬의 방문자 수 점유율은 겨우 1%에 불과했다.
하지만 라인의 성공으로 네이버재팬의 인지도도 수직 상승했다. 지난 5월 네이버재팬 순방문자 수는 4100만 명을 넘어섰다. 작년 1월에 비해 방문자가 무려 234% 늘어난 것이다. 이와 함께 네이버재팬의 온라인 광고 영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연내 가입자 1억 명 돌파 ‘주목’
라인은 NHN의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시장 분석가들의 우려를 한방에 날려버렸다. 그동안 NHN은 이렇다 할 혁신적인 신규 서비스를 내놓지 못해 성장 동력이 바닥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 왔다. 주 수익원인 온라인 광고 시장도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추가적인 매출 확대가 어려운 처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라인은 ‘글로벌’과 ‘모바일’이라는 확실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물론 라인이 당장 큰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아니다. 메신저 서비스는 그 자체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문자와 음성 통화를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 이모티콘이나 스티커를 유료로 팔아 매출을 올린다. 라인도 4월 말부터 문자 메시지로 전송할 수 있는 유료 스티커 판매를 시작했다. 6월까지 두 달 동안 판매액이 3억5000만 엔(약 50억 원)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NHN재팬은 8월부터 라인을 통해 게임·음악·쿠폰·전자책·운세 등 콘텐츠 판매를 시작한다.
금융시장 분석가들은 라인의 성공에 높은 점수를 준다. NHN이 ‘정체기를 끝내고 새로운 성장기에 들어섰다’거나 ‘내수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진화에 나섰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반면 라인 효과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비판도 있다. 이승훈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라인이 실제 어느 정도 매출을 만들어 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말했다.
설령 유료화 모델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2조 원이 넘는 NHN의 매출 규모에서 보면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라인이 염두에 두고 있는 모바일 광고나 모바일 게임 시장 역시 경쟁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NHN재팬이 여전히 대규모 적자 상태로 한국 본사의 자본 수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 애널리스트는 “라인 이용자가 1억 명을 넘어선다면 또 다른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라인은 독특한 성장 경로를 밟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 먼저 성공을 거둔 다음 그 여세를 몰아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매우 드문 사례다. 현재 라인 이용자는 일본이 45%로 가장 많고 대만·태국·홍콩이 23%, 중동과 유럽이 22%를 차지한다. 전체 이용자 중 한국의 비중은 10% 안팎에 불과하다. 이는 무료 문자, 무료 음성 통화 등 기본 기능이 동일한 카카오톡과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카카오톡은 530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80% 이상이 한국 시장에서 나왔다.
성장 속도 페이스북·트위터 추월
일본에서 라인은 ‘국민 메신저’로 통한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일본인 중 44%가 라인 사용자다. 하루에 10억 건이 넘는 메시지가 라인을 통해 오간다. 지난 5월 말 일본 스마트폰트렌드연구소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최고의 애플리케이션’ 1위에 올랐다. 라인이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TV 토론 프로그램 주제로 선정되고 인기 그룹의 신곡 소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일간지 아사히신문도 라인의 해외 진출 기사를 1면에 실었다.
라인은 일본뿐만 아니라 홍콩·호주·캐나다·스위스·터키·사우디아라비아 등 세계 230개 나라에서 사용된다. 이 중 24개 나라에서 무료 애플리케이션(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스토어) 순위 1위를 달린다. 대만과 태국에서는 일본 못지않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NHN 관계자는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라인 벨트’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라인의 성공이 뜻밖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미 한 차례 실패를 경험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작년 2월 국내에 선보인 네이버톡은 카카오톡·마이피플(다음커뮤니케이션즈) 등 경쟁 서비스에 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작년 상반기 카카오톡과 마이피플은 사용자 1000만 명을 넘어 파죽지세의 성장곡선을 그렸지만 네이버톡은 강력한 마케팅도 소용없이 300만 명 선을 오가는 부진을 벗지 못했다. 그러다가 결국 라인에 통합돼 지난 3월 서비스를 중단하는 운명을 맞았다.
라인은 철저하게 일본 현지화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다. NHN의 100% 자회사인 NHN재팬이 기획과 개발을 담당했다. 현재 라인 글로벌 서비스도 NHN재팬이 운영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라인을 탄생시킨 것은 작년 3월 일본열도를 공포에 몰아넣은 동일본 대지진이다. 당시 지진이 발생하자 NHN재팬은 도쿄 사무실을 닫았다. 직원들은 고향으로 내려가거나 대피했고 일부 임원들은 후쿠오카 임시 사무소로 옮겨갔다. 망 과부하로 전화 통화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극심한 혼란이 빚어졌다. 이때 왓츠앱 등 인터넷 기반의 모바일 메신저가 위력을 발휘해 큰 주목을 끌었다.
이런 경험에서 라인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4월 말부터 본격적인 기획이 시작됐다. 언제 다시 지진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미국·일본·한국·중국 출신 개발자 15명이 매일 같이 야근을 하며 한 달 반 만에 라인을 만들어 냈다.
개발팀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1대 다수의 공개적 커뮤니케이션보다 가족·친구 등 지인 위주의 커뮤니케이션이 일본인들의 성향에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메신저로서의 기본에 충실하도록 불필요한 기능은 빼고 가능한 한 심플하게 설계했다. 또한 응답 속도를 대폭 개선해 실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했다.
6월 초 첫 공개 이후 생각보다 좋은 반응이 나오자 곧바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라인은 정보기술(IT) 지식이 없는 20~30대 젊은 여성을 주 타깃으로 삼았다.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무료 통화’라는 알기 쉬운 메시지에 초점을 맞췄다. 20대 후반의 일본 유명 탤런트 베키를 광고 모델로 과감하게 TV 광고도 내보냈다.
라인은 NHN이 10년 넘게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린 이후 거둔 가장 큰 성과다. NHN은 2000년 한게임이 일본 법인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일본 공략에 적지 않은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야후와 구글이 90% 이상 장악하고 있는 포털 시장은 난공불락이었다. 2010년 일본 현지 포털 사이트 네이버재팬의 방문자 수 점유율은 겨우 1%에 불과했다.
하지만 라인의 성공으로 네이버재팬의 인지도도 수직 상승했다. 지난 5월 네이버재팬 순방문자 수는 4100만 명을 넘어섰다. 작년 1월에 비해 방문자가 무려 234% 늘어난 것이다. 이와 함께 네이버재팬의 온라인 광고 영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연내 가입자 1억 명 돌파 ‘주목’
라인은 NHN의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시장 분석가들의 우려를 한방에 날려버렸다. 그동안 NHN은 이렇다 할 혁신적인 신규 서비스를 내놓지 못해 성장 동력이 바닥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 왔다. 주 수익원인 온라인 광고 시장도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어 추가적인 매출 확대가 어려운 처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라인은 ‘글로벌’과 ‘모바일’이라는 확실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물론 라인이 당장 큰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아니다. 메신저 서비스는 그 자체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이 때문에 많은 업체들이 문자와 음성 통화를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 이모티콘이나 스티커를 유료로 팔아 매출을 올린다. 라인도 4월 말부터 문자 메시지로 전송할 수 있는 유료 스티커 판매를 시작했다. 6월까지 두 달 동안 판매액이 3억5000만 엔(약 50억 원)을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NHN재팬은 8월부터 라인을 통해 게임·음악·쿠폰·전자책·운세 등 콘텐츠 판매를 시작한다.
금융시장 분석가들은 라인의 성공에 높은 점수를 준다. NHN이 ‘정체기를 끝내고 새로운 성장기에 들어섰다’거나 ‘내수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진화에 나섰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반면 라인 효과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비판도 있다. 이승훈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라인이 실제 어느 정도 매출을 만들어 낼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말했다.
설령 유료화 모델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2조 원이 넘는 NHN의 매출 규모에서 보면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라인이 염두에 두고 있는 모바일 광고나 모바일 게임 시장 역시 경쟁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NHN재팬이 여전히 대규모 적자 상태로 한국 본사의 자본 수혈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 애널리스트는 “라인 이용자가 1억 명을 넘어선다면 또 다른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