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 동향, 외국인에 춤추는 증시…‘ 강한 매수’ 베팅

민후식의 투자 노트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동향이 한국 시장과 ‘동행’하고 있다. 외국인 순매수 누적 동향과 주식시장은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의 매매 동향을 살펴보는 것은 시장의 수급 요인을 살펴보는데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외국인의 투자 동향을 살펴보는 것이 시장을 정확히 분석하는 기준은아니지만 이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주식시장의 이해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이들의 움직임을 보다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현물시장과 선물시장을 함께 봐야 한다. 이를 통해 보면 한국 주식시장의 변동성과 같은 궤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외국인 투자자를 한 집단으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논리의 비약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한국의 주식시장은 대주주, 개인 투자자, 기관투자가, 연·기금, 외국인 투자자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대주주들의 매매 행위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시장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대주주의 주식 매수·매도가 있기도 하지만 이것은 시장이라기보다 개별 기업적인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기관투자가는 은행·보험·증권사 등 금융회사와 자산운용사 등이다. 자산운용사 매매에서는 펀드 투자 자금이 영향을 끼친다. 이 때문인지 자산운용사들은 때때로 개인 투자자와 비슷한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유는 펀드가 개인 투자자들의 돈이기 때문이다. 최근 자산운용사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펀드 자산 규모가 2008년 최대치 140조 원에서 2012년 7월 말 99조9000억 원대로 축소된 상태다.

그러므로 국내시장에서 대주주 집단을 제외하고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외국인 투자자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은 32% 수준이다. 시장 변화에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높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동향은 수급적인 측면에서 이해가 필요한 지표다.


<YONHAP PHOTO-0203> (120629) -- NEW YORK, June 29, 2012 (Xinhua) -- Traders work at the New York Stock Exchange in New York, June 29, 2012. U.S. stocks surged on Friday, with three major indexes posing best gains since June 6, after European Union leaders agreed to take more concrete actions to solve European debt crisis. (Xinhua/Wang Lei)/2012-06-30 06:26:09/ <저작권자 ⓒ 1980-201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0년간 벌어진 ‘제로섬 게임’

2003년 이후부터 각 투자 주체별 누적 매수 금액 추이를 살펴보면, 연·기금은 지속적인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연·기금의 특성상 기금 자산은 연도별로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일정 부분 한국 주식 비중을 유지하며 증가 추세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연·기금은 특히 2010년 이후 증가세가 더욱 가파르다.

이와 함께 외국인 투자자의 누적 순매수 금액과 기관투자가들의 순매수 금액은 ‘제로섬 게임’ 특성을 보이고 있다. 시장 특성상 양대 투자 주체는 매도·매수의 반대편에 있을 수밖에 없다. 기관투자가에는 일정 부분 개인 투자자 성향(펀드 투자자들의 펀드 가입 및 환매 등)도 있기 때문이다. 펀드 열풍이 몰아치던 2007년, 2008년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순매도로 일관했다. 금융 위기 여파 이후 펀드 환매가 이뤄지는 2010년, 2011년에는 외국인들의 누적 순매수가 증가세로 반전됐다.

결과론적으로 지난 10여 년간 외국인 투자자들과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형태는 반대 방향이었다. 안타깝게도 이 제로섬 게임의 승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다른 주체들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동향을 반드시 챙겨보는 이유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동향을 사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증권사 투자 전략 보고서 등에서는 해외 펀드 시장의 동향, 외국인 투자자들의 성향 파악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사후적인 수치들이다. 그래서 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동향을 예측하기보다 시장 변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측면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 형태를 ‘점검’한다.

최근과 같이 금융 위기, 유럽 재정 적자에 따른 정치적인 이슈 등과 같이 해외 변수의 영향력이 확대된 시장 환경에서는 외국인의 투자 동향이 한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높인다. 2010년 1월 초를 기준으로 외국인 선물 순매수와 현물 순매수 금액을 누적해 추적하면 한국 코스피 변동성과 동행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연·기금과 기관투자가보다 외국인들의 누적 선물·현물 순매수 조합 영향력이 더 크게 반영되고 있다. 같은 기간(2010년 1월 2알~2012년 8월 9일) 코스피지수와 외국인 현물·선물 누적 순매수 금액 간의 상관관계(Correlation) 지수는 무려 85%였다.

한국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장기 투자자도 있지만 단기 투자 성향의 투자자도 혼재돼 있다. 이들은 현물시장뿐만 아니라 선물시장에서의 헤지 수단을 사용하기도 하고 파생 시장에서의 레버리지를 이용하기도 한다. 외국인들은 해외에서의 저금리(거의 제로 금리)를 이용한 파생 상품 시장에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에서 선물시장에서 차익·비차익 거래를 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선물시장에서도 거래 금액 기준으로 37%를 차지하고 있다(증권거래소 6개월 누적, 2012년 8월 8일 기준). 선물시장은 같은 기간 개인들의 비중이 33% 정도를 차지한다.

재미있는 점은 현물시장에서 외국인들의 대척점이 기관투자가라면 선물시장에서 대척점은 개인 투자자라는 점이다. 이때 외국인들은 더욱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




한 달 동안 선물 3조 사들인 외국인

시장의 위험 프리미엄이 요즘과 같이 높은 상태에서 순수 현물 투자만 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현물·선물시장에서 복합적인 헤지 수단을 이용하는 외국인 투자자들과 투자 전략을 대응하는 것이 더더욱 쉽지 않다. 이래저래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개인 투자자들은 가능한 한 직접투자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7월 26일 유로존 구제 의사를 강력히 시사한 발언 이후 국제 금융시장은 반등을 시작했다. 외국인들은 7월 27일 한국의 선물·현물시장에서 적극적인 매수 강도를 높여갔다. 외국인들의 행보는 현물 매수, 일부 선물 매도 헤지 전략이 전통적이지만 최근 1주일의 동향은 현물·선물 모두 같은 방향과 강한 매수에 베팅하고 있다.

추세적인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외국인들의 행보는 상승 국면에 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물시장이 더 강한 모습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현물시장이 쫓아가는 양상일 듯하다. 외국인의 투자 동향을 살펴볼 때 중·장기적인 측면에선 현물시장의 누계가 중요하지만 단기적인 측면에선 선물시장 동향이 보다 유용한 추적 지표다.

참고로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형태와 반대편은 개인 투자자들의 매도다. 이번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선택이 옳은지 지켜봐야 한다. 지난 1개월 동안(7월 8일~8월 9일)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3조2000원어치를 매수했고 개인은 5조 원어치를 매도하고 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3조 원어치를 매수했고 개인은 선물시장에서 4185억 원어치를 매도했다.



민후식 파인투자자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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