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리포트] ‘국화와 칼’의 교훈 "장기 불황 속 성장 업종은 ‘ 의료와 엔터’"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한국투자증권 박중제·이수정 애널리스트가 펴낸 ‘국화와 칼의 교훈’을 선정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한국의 2010년대와 일본의 1990년대에서 유사점을 찾고 그에 따른 투자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1990년대 초, 거짓말처럼 일본 자산시장 버블의 불꽃이 사그라졌다. 이후 20년 동안 일본은 수요 감소와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글로벌 디레버리징 시대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2010년대와 일본의 1990년대의 유사성, 그것이 바로 우리가 현시점에서 양국을 주목하는 이유다.

지난 20년 동안 일본 국민들의 소비 여력은 거의 변화가 없었던 반면 교통·통신 등 필수재 소비 금액은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일본 국민들은 의류 및 신발 등 주로 입는 것과 관련된 항목의 소비를 30~40%씩 줄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항목이 있다는 것이다. 의료와 레저가 대표적이다. 인구구조의 변화로 의료비 지출이 구조적으로 늘어났고 효율적인 소비 추구로 경제적인 레저 활동, 예를 들어 엔터테인먼트 관련 소비(영화 포함)가 늘어났다. 레저 가운데서도 특히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영화 산업의 발전이 가장 두드러진다. 일본 박스 오피스 수입은 1991~2005년 동안 21% 늘어났다. 영화 평균 가격에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입장객 수가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같은 기간 가격이 비싼 여행 소비 규모는 크게 줄어들었다.

1990년대에는 일본의 대중문화 산업도 크게 발전했다. 음반 산업을 예로 들면 1980년대 중반 이후 약 10년 동안 일본 음반 생산 가치는 두 배 이상 늘어나 1998년에는 약 6000억 엔에 달했다. 근본적인 이유는 일본 대중문화의 경쟁력에 있다. 즉 1990년대는 일본 대중문화의 황금기였다. 재미있게도 최근 케이팝을 중심으로 한국의 대중문화가 부흥기를 맞고 있는 것은 이 당시 일본의 모습과 무척 유사하다.
South Korean pop girl group Girl's Generation perform during the Twin Towers Alive concert, held in conjunction with the Malaysian Formula One Grand Prix in Kuala Lumpur, Malaysia, Friday, March 23, 2012. (AP Photo/Ching Kien Huo)




의료와 관련한 산업은 인구구조 변화의 수혜를 본 것이다. 일본인들의 주요 소비 품목 가운데 1990년대 이후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은 의료 부문이다. 이에 따라 의료와 관련한 제약 산업은 긍정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흥미로운 점은 제약회사의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한 시점과 일본 제약 산업의 구조조정 시기가 일치한다는 점이다.

1995년 일본의 제약 회사 수는 약 2만 개에 달했는데 구조조정이 시작되며 1996년에만 전체의 10%가 사라졌다. 일본 최대 제약 회사 다케다제약의 주가는 일본 제약 산업의 구조조정이 시작된 시점을 바닥으로 2000년 고점까지 6배 이상 상승했다. 인구의 고령화, 제약 산업의 구조조정 측면에서 한국 제약 산업이 1990년대 일본과 유사한 측면이 많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다.

물론 일본 불황의 원인을 비단 부동산 시장 붕괴로만 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구구조의 변화(경제활동인구 비율 하락), 미숙한 통화정책(급격한 금리 인상) 그리고 기업들의 비효율적 자산 관리에 따른 과잉투자 등의 복합적 요인들이 일본 불황의 주요 배경이다. 일본과 한국의 공통점을 인정하면서도 한국 디레버리징의 미래가 1990년대 일본보다 훨씬 양호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기업 측면에서의 차이가 크다.

위기 직전 일본 기업들은 본연의 영업보다 부동산 투자에 집중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1990년대 후반 이후 구조조정을 하고 자산을 영업에 집중해 과잉투자가 없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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