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화만사성’의 진리 "공격과 미움보다 사랑이 우선이다"

김병후의 치유의 인간관계

인간이 살아가면서 맺는 관계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관계이고 또 하나는 사랑을 하기 위한 관계다. 남성들이 삶의 전쟁에서 하는 행위가 전자이면 여성들이 원하는 관계는 후자다. 살아가기 위한 관계와 사랑의 교류를 하기 위한 관계는 연관성이 있으면서도 전혀 다르기도 하다.

남성들 중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잘하면서도 가족에게만 냉정한 사람이 있다. 또 어떤 남성은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게 하는 행위의 정도가 같다. 남들에게 하는 만큼 아내에게 하는 남성이 있다고 하자. 그 아내는 삶의 행복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남에게 잘하면서 가족에게 무심한 남성을 가족 구성원으로 두었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런 남성들의 심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독특한 형태의 행위를 볼 수 있다. 바로 자기 자신에게도 잘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보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먼저 고려한다. ‘타자’를 우선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있어야 사회가 온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가족에게는 최악의 상황이다. 이들은 가족의 불만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의 관점에서는 옳게 살고 동시에 가족을 사랑하고 사는 셈이다. 잘못이 없다. 하지만 가족에게는 우리는 안중에도 없으면서 자신을 우러러 보는 사람들에게만 투자하고 사는 사람일 뿐이다.

이렇기 때문에 부부, 핵가족과 같이 가까운 사이가 현실적으로는 ‘먼’ 사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우’를 범하는 것은 대부분 남성들일 때가 많다. 여성들 중에도 가족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친절하지만 가족 구성원에게는 짜증을 자주 내는 사람이 있다. 타인을 위해서라기보다 타자를 더 의식하기 때문일 수 있다.

사회가 불안정했던 과거 사회에서는 타자를 위하는 사람, 가족을 희생하면서도 국가와 사회를 구하는 사람이 존경받는 대상이 될 때가 많았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국가와 사회를 위한다고 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면, 그 사람은 선거에서 선출되기 어렵다. 가족의 아픔을 모르는 사람은 국민을 위한 삶을 살 가능성도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선진국의 대열에 올라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국가에서는 부부처럼 친밀한 사이의 사람들과의 관계가 더더욱 중요해진다. 부부가 함께 살아가는 시간의 양이 비교할 수 없게 늘고 동시에 행복하기 위해 서로의 관계가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고독과 우울은 가족이나 친지처럼 친밀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불공정하고 절대적인 양이 적어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때 외롭다는 생각이 자신을 지배한다. 문명의 발달은 역설적으로 인간을 더더욱 외롭게 만들 수 있다. 가상의 교류를 문명의 이기가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그 대표적 예다. 누군가와 교류하고 있기에 ‘정’을 주고받는 것처럼 보인다. 가족과 함께 있을 때도 그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면 관계에 문제가 선행돼 그럴 수 있다. 아이들이 부모와 같이 있는 장소에서 누군가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다면 그 행위를 야단치기 전에 자녀와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부모 자식과 같은 사랑하는 관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효율적인 삶을 우선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부하라거나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혼을 내는 것이 대부분인 관계가 그 예다. 그러면 양쪽 다 늘 행복하지 않다. 부부 사이에서 가장 불행한 관계는 자신이 옳고 상대가 잘못이라고 평생 배우자를 서로 비난하고 사는 관계다.

먹고살기 힘든 시기에는 남과의 경쟁에서 이겨야만 했다. 그런 사회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공격적이 된다.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공격과 미움보다 사랑을, 효율을 위한 다그침보다 상대의 장점을 인정하자. 그래서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그것을 서로 주고받는 교류의 행복 속에 살도록 하자.


김병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사)행복가정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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