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10월 대란 오나] 로스쿨 제도 논란 이렇게 본다 “로스쿨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로스쿨 출범 4년 차에 접어든 만큼 이제 로스쿨 제도는 시행착오의 초기 불안한 모습을 털고 연착륙을 위한 제도 정비에 총력을 기울일 시점이다. 로스쿨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로스쿨 제도의 당사자인 재학생·교수·로펌 관계자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에 공감하면서도 개선을 위한 접근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가인법정변론경년대회 모의법정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0100125

과거 사법시험은 누구에게 기회가 열려 있었지만 로스쿨 제도는 사실상 금전적인 여유 없이는 학비를 감당하기 힘들다. 로스쿨 제도가 ‘그들만의 리그’로 법조계의 진입 장벽을 높였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외국어대 로스쿨 이창현 교수(이하 이 교수) 로스쿨의 학비가 기존 대학 학비의 2배를 훨씬 넘는 등 경제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로스쿨이 50% 전후의 장학금 혜택을 주고 있어 실제로는 학부 등록금 부담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경제적인 어려움이 매우 클 때 특별 전형 대상이 되면 학비가 전액 면제된다. 반면 대학 재학 중 혹은 대학을 졸업한 후 신림동 고시촌에서 사법시험을 공부할 때도 고액의 학원비 등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경제적인 문제가 실제로는 큰 진입 장벽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된다.

충북대 로스쿨 정복연 학생(이하 정 학생) 사법시험 제도 또한 많은 자금 없이는 불가능하다. 간혹 한 명의 고졸 합격자라는 신화로 사법시험이 더 평등한 제도라는 것은 편견이 아닐까 한다. 물론 로스쿨 학비가 적게 드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 전형 등을 통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진입 시스템이 있다. 앞으로 더 비용을 줄이고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보완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로스쿨을 다니는 학생 중 ‘그들’이라고 불릴만한 귀족적인 학생도 있지만 삶에서 새로운 도전을 어렵게 선택한 사람이 더 많다.

법무법인 화우 김철호 변호사(이하 김 변호사)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로스쿨은 학생 선발 시 학부 성적 외에 외국어 능력 등 이른바 스펙을 고려하기 때문에 경제적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학생들이 선발되는 경향이 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법조 인력으로 선발한다는 로스쿨 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파격적인 장학제도의 도입 등 이에 대한 보완 노력이 필요하다.

로스쿨 수업의 질과 강도가 사법연수원 못지않다고 보는가. 로스쿨 수업이 실무에서의 실효성에서 충분하다고 평가하는가.

정 학생 로스쿨은 기존의 법대 수업과 실무 수업이 혼합돼 있다. 이론 중심의 수업과 실무 수업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에 둘을 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연수원 기본 교육과정(형사재판 실무, 민사재판 실무)은 로스쿨 정규 교육과정에 있다. 이론을 학습하면서 실제 기록을 보고 실습할 수 있다는 것이 로스쿨 제도의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김 변호사 로스쿨과 사법연수원 교육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로스쿨 교육의 질과 강도가 많이 향상되고 있다고 본다. 로스쿨에서의 실무 중심 교육은 필요하지만 무엇이 실무 중심 교육인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로스쿨 교육이 전반적으로 과거 법과대학의 이론적·강학적 교육에서 판례·실무 위주의 교육으로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로스쿨에서 배출되는 신규 인력이 졸업 직후 곧바로 실무에 투입돼야 하는 현실에서는 사법연수원 교육이 가지는 장점을 적절하게 수용해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 사법연수원의 교육 내용이 보다 실무적이고 로스쿨의 교육은 이론과 실무를 겸해야 하기 때문에 질과 강도의 차이보다 교육 내용의 차이라고 보인다. 실무 교육 면에서는 분명히 로스쿨이 사법연수원에서의 교육보다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무 교육의 내용과 깊이를 꼭 교육기관에서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고 실무에서 사건을 통해 자유롭게 익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개인적으로 최근 사법연수원에서 강의를 맡은 경험도 있다. 문제는 사법연수원 교수들은 오로지 교육에 전념하고 있지만 교수들은 연구 논문의 부담이 적지 않다. 논문도 장기적으로 보면 교육에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 교수들은 논문의 부담에서 교육에 전념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고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변호사 자격시험은 당락으로 결과가 나오는데, 응시생의 실력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좋다고 보는가.

김 변호사 로스쿨에서의 성과뿐만 아니라 학부의 전공·성과, 외국어 능력, 경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인턴 과정을 통해 각 직역과 기관에서의 적응 능력과 자질도 아울러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변호사 자격시험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의 평가 기준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교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반드시 법률 지식의 과다로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변호사 시험이 당락 결정 자료만으로 활용됨에 따라 법률 지식을 평가할 수 있는 것으로는 로스쿨의 학점이지만 학점은 학교나 과목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 결과적으로 어느 로스쿨 출신인지, 혹은 어느 대학 출신인지가 실력 평가의 현실적인 기준이 됐기 때문에 평가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변호사 시험의 성적 공개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최근 로스쿨 학점의 상대평가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개인적으로 반대다. 이를 더 완화한다면 로스쿨의 학점은 결국 휴지가 되고 말 것이라는 걱정이다.

정 학생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평가해 달라는 말을 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지만 어느 로스쿨 출신이라는 것보다 실제 업무 수행 능력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일부에서 사법고시와 사법연수원의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있는가.

이 교수 25개 로스쿨 설치 대학교를 제외한 기존 법학과를 두고 있는 대학교가 아직 훨씬 많고 이런 법학과를 졸업하는 학생들의 진로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국가에서는 그 길을 열어줘야 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다. 현재 로스쿨에 법학을 전공한 학생들의 진학률이 높다고 하지만 실제 이러한 학생들은 거의 대부분이 로스쿨이 설치된 대학교의 소위 08학번 이전 출신들이다. 따라서 로스쿨이 설치된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학생들의 진로 선택이 모두 끝나면 사실상 로스쿨이 진학할 법학 전공자는 극소수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로스쿨법에는 로스쿨 입학자 중 비법학 전공자의 비율이 입학자의 3분의 1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다. 이 때문에 로스쿨에 따라서는 법학 전공자를 1명도 입학시키지 않아도 되고 개별 로스쿨은 자교 수준보다 못한 대학 출신자들을 거의 합격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설치돼 있는 법학과를 완전히 없애지 않는 한 법학을 전공한 학생들이 법조계로 나갈 수 있도록 로스쿨에 입학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예비시험을 통한 변호사 시험 응시 기회 부여, 현재와 같은 사법시험에서 합격 인원을 축소한 상태에서의 유지 등 여러 방안 중에 최소한 하나는 필요하다.

김 변호사 사법고시와 사법연수원의 존치 주장은 공감하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동의하기는 어렵다. 즉, 법조 인력 배출 시스템이 이원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여러 가지로 바람직하지 않다. 로스쿨 제도의 도입이 바람직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로스쿨 제도를 채택한 이상 과거로의 회귀나 병존은 바람직하지 않고 로스쿨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개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실질적으로 법조인을 채용하는 로펌과 기업, 법조 기관에서 로스쿨 출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다고 보는가.

정 학생 로스쿨 출신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시선도 있고 걱정하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다른 기대를 가진 이도 있었다. 법률 기술자가 아닌 법조인을 양성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기 위해 로스쿨 제도가 만들어졌고 그에 부응해야 한다는 판사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이 교수 로스쿨 출신을 채용하는 로펌 등의 입장에서 당장 걱정할 수 있겠지만 이는 새로운 제도의 정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겪는 진통일 수 있다. 당장 법률 실무 지식은 좀 부족할지 몰라도 조금만 있으면 각자의 노력과 성실성에 따라 전혀 다른 상황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나도 군법무관으로 3년간 거의 놀다가 검사로 임용돼 짧은 기간 동안 힘이 들었지만 곧 적응하고 열심히 배우면서 검사 업무에 충실할 수 있었다. 그리고 벌써 로스쿨 출신들의 능력을 인정하고 예상보다 놀랍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김 변호사 아직 우려도 있지만 로스쿨 1기 출신 변호사들이 잘해 나가고 있으며 초기 우려에 비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로스쿨 제도와 관련해 정부가 정원, 수업시수, 학생 대 교수 비율 등에 각종 규제로 일관하고 있다. 법조 인력 양성과 관련해 정부가 전 영역에 개입하고 통제하는 것을 어떻게 보는가.

김 변호사 법조 인력 교육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과도기 상황에서 정부의 개입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시장 원리 및 로스쿨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새로운 제도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급격한 변화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한 정부의 개입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정부의 정책이 현실과 괴리되지 않도록 신중하고 치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 교수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제도에서 로스쿨 제도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정부가 전체 로스쿨 정원을 통제·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생각된다. 만일 이러한 규제가 없다면 로스쿨이 난립해 엄청난 혼란이 야기될 것이 쉽게 예측되기 때문이다. 로스쿨의 수준을 제고하는 의미에서 학생 대 교수 비율과 같은 기본적인 규제도 필요하다. 현재 대부분의 로스쿨은 정부에서 기본적으로 제시한 학생 대 교수 비율을 훨씬 웃도는 교수를 확보하고 있어 사실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수업시수(각 교과목을 이수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 단위)와 같은 너무나 구체적인 규제까지 하는 것은 앞으로 과감히 없애야 한다. 학생 대 교수 비율 정도만 규제하면 교수의 수업시수 같은 문제는 매우 부차적이며 교수 연구년 등에 따라 일시적으로 수업시수가 많아지거나 적어지는 것은 로스쿨 내에서 합리적인 조정이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여러 규제의 내용을 다시 점검해 융통성 있게 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 학생 로스쿨 제도를 안착시키고 국민들에게는 양질의 법률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규제를 통해 정원을 줄이는 방식은 학교를 더욱더 소극적으로 만드는 면이 있으므로 재정적 지원을 하는 등 긍정적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연구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고비용·저효율’이라는 비판이 있는 현 로스쿨 제도가 가장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그리고 개선안은 무엇인가.

이 교수 앞으로 로스쿨이 법조계로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과정이 될 것인데, 이에 대한 진입 장벽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진입 장벽은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로스쿨이 자기 수준 이상의 대학 출신자들을 대단히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각종 통계에서 확인되고 당장 취업이 어렵다 보니 더욱 악화될 우려까지 있다. 지방의 작은 대학 출신자들에게도, 로스쿨이 설치되지 않은 대학의 법학도들에게도 로스쿨은 열려 있어야 한다. 이를 법 규정으로 강제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으며 로스쿨에 가능한 한 많은 대학 출신자들을 입학시키면 가점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정 학생 교육 시스템이 아직 체계화되지 않았다. 과거 법대 시스템과 로스쿨 시스템이 어떻게 달라야 하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완전한 합의가 없는 듯하다. 커리큘럼의 개발과 교육 내용에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김 변호사 법조 인력의 교육은 어느 정도 고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 현재의 제도는 사회와 시장 현실을 무시하고 학교별 형평성, 지역 배려, 정치적 부담 등을 지나치게 고려한 나머지 구조적인 비효율을 초래했다고 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회와 시장 현실에 기초를 두고 로스쿨 인가 및 학생 수 배정 등의 정책을 운영해 나갈 필요가 있다.




정리=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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