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스피치] 사과는 리더의 언어다, ‘무엇’을 ‘누구’에게 하는지 명확하게 하라

최근 한 드라마에서 ‘개념 있는 재벌녀’가 유행이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재벌은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이미지였는데 이 캐릭터는 품격 있게 당당하면서도 경우가 바른 모습을 보여줘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한 예로 자기 남편과 불륜을 저지르는 상대로 한 여성을 오해해 결례를 범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데 상황을 파악한 후 그녀는 곧장 사과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내가 빚진 겁니다. 갚을 날이 있을 거예요.” 그러고는 정말 이말처럼 주인공이 어려운 일에 직면했을 때 나타나 쿨하게 문제를 해결해 준다.

드라마적 설정이지만 한 리더가 보여줘야 할 ‘쿨한 사과와 뒷감당’의 예를 잘 보여주는 캐릭터다. 왜냐하면 사과해야 되는 상황을 놓치지 않고 적절한 타이밍을 잘 살렸다는 것이고 정말로 미안하다고 느꼈기에 그 대안으로 자신의 도움을 주인공에게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 어느 조직에서나 리더는 실수할 수도 있고 판단 착오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런데 권위와 체면에 도전받길 두려워하는 리더들은 사과하기보다 오히려 일의 결과 자체를 왜곡하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과거는 정보가 차단되고 결과에 대해서도 포장이 가능했지만 이제 기업이나 조직은 정보가 투명해졌고 부하들이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이 빨라졌다. 그러므로 리더로서 사과하는 것 자체를 실패이거나 리더십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신뢰를 재구축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멋지게 사과하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과해야 정말로 원하는 관계 회복이 가능할까.

첫째, 사과의 적절한 타이밍을 맞춰 거기에 진정성을 넣어야 한다. 미루고 버티다가 폭발 직전에 하는 사과는 그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누군가의 압력에 의해 하지 말고 적절한 시점에 자발적인 의지로 사과해야 그것이 상대에게 받아들여진다.

박 상무의 잘못된 업무 지시로 김 차장이 임원들 앞에서 하는 프레젠테이션에서 망신을 당했다. 그런데 박 상무는 이렇게 사과한다. “내가 말을 잘못했을 수도 있었는데 김 차장도 한 번은 확인했어야지?”라고 말이다. 이것은 사과가 아니라 변명이다.

둘째, 무엇을 사과하고 누구에게 사과하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가끔 정치인들이 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이나 측근의 부패를 대신해 사과할 때 그 사과의 대상이 구체적이지 않은 경우가 있다.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인지 아니면 같은 정당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는 것인지 혹은 관계자들에게 미안하다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 그 사과가 마음에 와 닿는다. 그리고 무엇을 사과하는지도 불명확하다. 부패의 결과인지 아니면 부패를 빨리 알지 못한 사실을 사과하는 것인지 모호해 그저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기왕 사과할 것이면 확실하게 누구에게 무엇을 사과할 것인지 정하라.

셋째, 사과의 대안으로 내놓을 성과물을 약속하라.

말로만 하는 사과가 아니라 그 내용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대안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프로젝트를 무리하게 연장해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요구로 고통을 받았으니 추가적인 기회를 제공하거나 금전적인 보상을 하거나 뭔가 혜택을 주려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사과는 단순히 “미안해”가 아니라 “미안해서 이렇게 하려고 합니다”로 끝나는 책임형 대화가 되어야 비로소 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안미헌 한국비즈트레이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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