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법인 4년 중앙대의 질주

2000년대 들어 국내 대학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했다. 구조 개혁과 체질 개선 의지는 강했지만 고질화된 대학 사회의 패러다임의 반대에 부딪쳐 맥을 못 추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안 침체의 길을 걸은 중앙대는 2008년 두산 재단 영입을 계기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박용성 이사장(두산중공업 회장)이 “이름만 빼고 가능한 한 전부 바꾸겠다”고 선언한 지 약 4년이 지났다. 이제 새롭게 태어난 중앙대 체제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있다. 지난 4년간 개혁을 화두로 숨 가쁘게 달려온 중앙대의 성적표를 들여다본다.


중앙대와 두산 법인이 시도한 대학 개혁의 핵심 개념은 대학에 기업의 경쟁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부총장에서부터 교수·교직원·학생 모두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 구축에 나섰다. 교수 연봉제, 계열별 부총장 제도, 학문 단위 재조정, 학생들의 엄격한 상대평가 등을 통해 교육 및 연구 역량 강화를 추진했다. 그리고 이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조직 운영과 시스템의 비효율성 개선, 성과와 역량 중심의 인사 체계 도입, 신규 공간 확보 등 대학 전반에 걸친 인프라 개혁을 단행했다.

초기에는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고 평가 받아야 하는 환경에 놓인 교수 등 일부 구성원의 반발이 심했다. 학생들이 물리적 시위에 나서 몸싸움을 벌이는 진통도 있었다. 하지만 변화와 혁신의 필요성은 구성원 모두가 깊이 느끼고 있었다. 개혁을 시작한 지 약 2년이 지난 후부터 괄목할만한 성과가 가시화되자 갈등은 수그러들었다. 그리고 이제 새로 구축한 혁신적 경쟁 시스템은 대부분 안정적으로 정착됐다.

일반적으로 대학 본부에 권한과 책임이 집중된 국내 대학의 운영 시스템에 비해 중앙대가 새로 시도한 제도들은 상당히 효율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 계열 내에서 인사·기획·예산에 대한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학문 단위의 특성을 살려 발전 계획을 실현하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이상적인 모델이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두산 재단의 대대적인 재정 지원에 힘입어 허름했던 캠퍼스는 현대적이고 깔끔하게 탈바꿈했다. 2008년 이후 4년간 약 2100억 원을 투입해 중앙도서관 리모델링, 약학관과 연구·개발(R&D)센터 신축, 병원 제2병동 신축, 기숙사 및 퓨처하우스 신축 등이 이뤄졌다. 심지어 중앙대의 심벌인 청룡상이 있는 호수 주변도 세련된 공원처럼 가꿔졌다. 올해 제2기숙사 신축, 국내 최대 규모의 경영관 신축 등의 지속적인 교육 인프라 투자가 계획돼 있다.



내년 초 新중앙대형 인재 첫 배출

중앙대의 혁신에 가장 빠르게 반응한 쪽은 입시생들이었다. 지원자 수는 매년 중앙대 사상 유례 없었던 규모로 확대됐고 국내 대학 중 최고 경쟁률을 3년째 이어가고 있다. 상위권 수험생들의 지원이 폭넓게 이뤄지면서 당연히 커트라인은 높아졌고 우수한 신입생을 유치할 수 있었다.

두산 법인 영입 직후인 2009년에 입학한 학생들은 올해 4학년이 됐다. 내년 2월이면 일부가 사회로 배출된다. 이들이 사회에서 어떤 요직에 진출하고 어떤 활약을 보이느냐에 따라 중앙대의 개혁 실험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벌써부터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행정고시·변리사 등 각종 고시에서 기존에 비해 합격자 수가 크게 늘어나는 낭보가 전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행정고시 전체 수석을 중앙대 학생이 차지하면서 중앙대는 잔뜩 고무돼 있는 분위기다.

2018년은 중앙대 설립 100주년을 맞는 해다. 중앙대는 2018년까지 2008년 이후 강력하게 시행한 개혁 드라이브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현재의 기세를 지속적으로 몰아간다면 국내 5대 대학, 세계 100대 대학 진입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안국신 중앙대 총장은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단계별 목표를 세워두고 있는데 현재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이라며 “우수 학생, 우수 교수 확보의 선순환 고리를 정립하고 세계적인 연구 집단을 육성하며 새로운 캠퍼스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총장의 말처럼 중앙대는 여러 학문 중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분야를 우선적으로 집중해 연구 역량을 키운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바이오산업 등 3개 부문을 세계적으로 선도하는 수준까지 육성하고 그 외 10개 분야에 대해 국내 최고 수준을 갖춘다는 목표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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