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의 거센 개혁 바람, 금융 개혁 진원지… 위안화 국제화 실험


중국 개혁·개방 1번지인 광둥성에서 또 한차례 거센 개혁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엔 금융 개혁이다. 광둥성 정부는 지난 7월 25일 ‘주장삼각주금융개혁혁신종합시범구 건설방안’을 발표했다. 인민은행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등 8개 중앙 부처가 승인한 내용이다. 올 들어 3월 원저우(저장성), 4월 선전(광둥성), 5월 리수이(저장성) 등이 잇따라 금융 개혁 시범 도시로 지정된 데 이은 것이다. 주장삼각주는 9개 도시를 아우른다.

이 때문에 중국의 본격적인 금융 개혁 신호탄으로 평가받은 원저우 금융 개혁에 비해 이번 금융 개혁의 범위와 강도가 훨씬 크다는 게 저우가오슝(周高雄) 광둥성 금융과 주임의 설명이다. 중국에서 다른 외국계에 비해서도 후발 주자인 한국 금융사들은 지역별로 먼저 허용되는 금융 서비스의 내용을 꼼꼼히 살펴 진출 전략을 짜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장삼각주 금융 개혁의 내용은 크게 3가지다. 도시 금융 개혁, 농촌 금융 개혁, 도농 간 금융 협력 발전이다. 도시 금융 개혁은 주하이의 헝친신구, 선전의 첸하이, 광저우의 난사 등 3개 지역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농촌 금융 개혁은 메이저우시, 도농 협력 사업은 잔장시에서 시범 운용된다. 도시 금융 개혁은 민간자본의 금융 산업 진출을 적극 유도하는 내용도 있지만 위안화 국제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첸하이를 중심으로 위안화 해외 대출이 시범적으로 시행된다.

자본계정의 위안화 태환을 먼저 시행하기 위한 정지 작업이다. 중국은 무역 결제를 할 때 위안화와 달러를 제한 없이 바꿀 수 있도록 경상계정의 위안화 태환을 1996년 자유화했지만 자본시장 등 자본계정에선 빗장을 걸고 서서히 풀고 있는 단계다. 자본계정의 개방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면서 위안화 국제화를 동시에 추진 중이다. 헝친신구도 위안화 역외 유통을 돕는 업무를 강화할 예정이다. 광둥성 사회과학원의 딩리 박사는 “원저우 개혁의 핵심이 금리시장화라면 주장삼각주는 환율 시장화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광둥성의 지하 금융은 상당수가 암달러상 등 외환 금융이어서 환율 개혁에 맞는 토양이라는 설명이다. 광둥성이 위안화 국제화의 첫 정거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첸하이는 홍콩·마카오·광둥성 간 협력 시범 지역으로 보험업 혁신도 시범적으로 이뤄져 한국계 보험사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는 곳이다. 난사에서도 보험 개혁과 함께 상품 선물 거래, 항공 물류 금융 등에 대한 개혁이 시범적으로 실시된다. 난사의 모도시인 광저우에서는 탄소배출거래소와 주식거래소가 추진된다.

광둥성은 이미 지난해 4월 발표한 12차 5개년 계획(2011~2015년)을 통해 금융 산업에 대한 청사진을 만들었다. 2015년까지 광둥성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업 비중을 8% 이상으로 끌어 올리고 자산 규모도 20조 위안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1년 말 기준으로 금융업 비중은 6.3%로 자산 규모는 13조 위안에 달했다. 5년 내 국제 정상급 금융 인재 10명과 고급 전문 경영인 100명을 유치하고 1000명의 금융 핵심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1만 명의 금융 중개 기술 인재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광둥성은 금융 산업 육성이 발전 방식 전환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덩샤오핑이 제시한 목표 “광둥성이 먼저 아시아 4용을 추월하라”는 이미 달성 직전에 있다. GDP 규모가 지난해 5조 위안을 넘어서는 등 이미 싱가포르·홍콩·대만을 추월했고 한국만 바짝 추격 중이다. 그러나 도농 간 불균형과 저부가가치 생산 기업 밀집 등의 난제가 쌓이면서 발전 방식의 전환을 서둘러 왔다.

광둥성은 1990년대 후반 광둥국제신탁이 파산하고 중국 도시 신용사의 도산 물결이 시작된 곳이다. 21세기 들어서도 금융업에선 리스크 관리에 치중해 왔다. 광둥성이 금융의 트라우마를 딛고 중국 금융 개혁의 진원지가 될지 주목된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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