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에세이] 여수 세계 박람회 단상

이번 박람회가 성공적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지금까지 여수 세계 박람회 때문에 여수를 세 차례 방문했다. 여수를 오가며 외국인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여수 세계 박람회를 둘러본 소감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번 박람회가 성공적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사랑하는 ‘친한파’로서 바라본 이번 여수 세계 박람회는 사전준비·실행·홍보 모두 기대 이하였다. 세계 박람회 유치는 1997년 허경만 전 전라남도 도지사가 자신의 고향인 순천에서 가까운 여수를 후보지로 선정, 추진하게 된 것이 배경이라고 알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당시 전라남도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선된 김대중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된 상황에서 박람회 건설비용 확보에 차질을 빚게 됐고 2009년 11월에서야 비로소 교량·도로·철도 등의 박람회 기반 공사가 시작됐다. 비록 그간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번 여수 세계 박람회는 한국이 지향하는 세계적인 위상과도 거리가 있었고 세계적인 행사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준비가 미흡했다.

100여 개국이 참가 박람회 개최를 앞두고 숙박 시설과 호텔 예약 상황은 매우 순조롭게 이뤄졌다. 하지만 박람회가 시작되기 몇 주 전, 숙박 업체와 호텔에서 일방적으로 가격을 인상했고 장기 체류하기 위해 사전 계약했던 외국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바가지요금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박람회에 참가하는 많은 국가관에서는 사전에 보안 접속이 가능한 인터넷과 와이파이를 요청했고 관할 정부 기관으로부터 사용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현장에 도착하자 관할 기관은 보안 접속이 가능한 별도의 회선을 사용하려면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방침을 바꿨다.

이러한 상황들을 차치하고라도 이번 여수 세계 박람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여수가 수도권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었다. 폐막을 얼마 앞둔 지금 약 400만 명이 여수를 다녀갔다. 이는 조직위원회가 박람회 기간 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 800만 명에 한참 모자란다. 방문객 유치에 여러 제약 요소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에서 많이 떨어진 여수의 지리적인 약점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또한 안타깝게도 여수와 한국의 천혜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기회를 박람회와 연계하지 못했다. 여수 공항에 도착하면 대부분 박람회로 직행하는 교통수단들을 이용한다. 이를 이용하면 여수항의 산업단지를 거쳐 박람회 현장에 도착하게 된다.

결국 일부러 박람회 현장을 벗어나지 않는 한 방문객들이 볼 수 있는 여수의 모습은 철재가 가득한 여수항과 인공적으로 건설된 박람회장뿐이다. 모든 프로그램이 박람회 현장에만 집중돼 진정한 여수 지역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다.

여수 세계 박람회 폐막 후 박람회 부지를 놀이동산으로 재조성하겠다는 내용도 믿기 어려운 뉴스였다. 만약 놀이동산을 조성하겠다면, 이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일까. 아니면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일까.

여수 세계 박람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박람회의 성공 여부를 평가할 때 “과연 한국 관광객이나 외국인 관광객이 이번 여수 세계 박람회 폐막 후 다시 여수를 찾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진지하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마가렛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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