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 “신바람 나는 회사 만드니 실적 오르네요”

국내 제약 업계가 수익성 악화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올해 4월 시행된 약가 일괄 인하와 어려워진 영업 환경 등으로 성장에 발목을 잡혀서다. 저마다 돌파구를 찾고 있는 가운데 삼진제약은 ‘SOS 경영’에 한창이다. 스마트 커뮤니케이션(Smart Communication), 기회 포착(Opportunity Acquisition),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경영으로 직원들에게 활력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이성우 삼진제약 사장이 ‘찜질방 회의’, ‘1% 사회 봉사’ 등으로 SOS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나섰다. 4연임 장수 최고경영자(CEO)로 10년 만에 매출액을 4배 이상 성장시킨 주역이다. 이 사장은 한경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소통’, ‘웃음’, ‘나눔’ 등을 줄곧 강조했다.



최근 제약 업계 환경이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약가 인하가 치명적이었죠. 점진적 인하라면 수용할 수 있지만 한 번에 20% 넘게 인하하니 대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갑자기 구조조정을 할 수도 없고 제품을 늘이거나 줄일 수도 없고요. 지난 1분기 상장 제약사 48곳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마이너스일 정도로 침체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삼진제약은 직원들이 열심히 뛰어 처음 걱정한 것보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결국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힘은 사람 아닙니까. 열심히 일해 준 직원들에게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10년 사이 매출액이 4배가량 증가했는데, 비결이 뭡니까.

평소 열린 소통 경영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삼진제약은 창사 후 44년간 노사 무분규 기록과 흑자 기록을 이어오고 있죠.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도 9.3년으로 제약 업계 평균보다 3년 이상 높습니다. 사장의 역할은 직원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일 텐데 이를 위해서는 서로 격의 없이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개인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10명 남짓 팀을 짜 전 직원과 찜질방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조찬 모임으로 바꿔 아침에 같이 김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얘기를 들으면서 몰랐던 것도 알게 되고 직원들도 오해가 있으면 풀게 되고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평소 소통을 많이 강조하시는데, 직원들은 주로 어떤 애로 사항을 토로하나요.

나름대로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메시지도 주고받고 e메일도 보내게 하고 있는데, 그래도 역시 소통이 가장 큰 애로 사항으로 꼽힙니다. 직원들끼리 소통이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타 부서의 일하는 방식을 문제 삼으면서 남 탓을 할 때죠. 서로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고 상대방을 인정하고 배려라고 강조합니다.

직원들의 구두를 닦아 준다던데요.

1주일에 한 번씩 구두 닦는 날을 정해 전 직원의 구두를 닦고 와이셔츠를 세탁소에 맡기게 하고 있어요. 제가 영업사원으로 일할 때 느끼던 것들이에요. 구두가 지저분하면 고객에게 이미지가 좋지 않을 수 있죠. 대단한 복지도 아니고 사소한 것이지만 직원들은 배려 받는 느낌이라고 말하더군요.

평소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던데, 경영 성과로 연결된 사례가 있습니까.

경영은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삼진제약에서 매출을 이끌고 있는 품목 중에 ‘플래리스’라는 항혈전제가 있습니다. 지난해 말 원외 처방 조제액 450억 원을 기록했는데 출시 후 채 6년이 걸리지 않아 달성한 결과입니다. 2007년 당시 다국적 회사의 특허 기간이 만료될 때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찾아야 했죠. 우리나라가 급속하게 고령화로 접어들고 만성질환이 급증하는 것에 착안해 항혈전제 수요가 폭발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모든 영업 역량을 집중해 시장 주도 제품으로 키우기 시작했죠. 지금은 항혈전제 시장에서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어요. 최근 영업 환경이 어렵지만 ‘지금이 곧 기회다’라고 직원들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삼진제약 하면 ‘게보린’을 떠올리는데 전체 비중은 어떻게 됩니까.

현재 전체 매출액 90%가 전문의약품이 차지하고 있고 10%가 게보린을 포함한 일반의약품입니다. 게보린은 한때 매출의 50%를 차지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6~7%로 포션 자체는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삼진제약의 상징이자 대표 상품이죠. 이 밖에 오메가3, 면역 증강제 등 건강 보조 식품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영업 사원으로 출발해 CEO 자리에까지 오르셨습니다. 영업을 잘하기 위해 갖춰야 할 자질은 뭔가요.

고객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간파하고 센스 있게 행동할 줄 아는 ‘촉’이 필요해요. 일종의 육감이죠. 이게 잘 발달되면 고객의 심리를 빨리 읽을 수 있어요. 이게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고객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제가 직원들을 사랑하지 않고 직원들이 고객을 사랑하지 않으면 필요를 채워 주는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일을 즐겁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회적 책임도 강조하신다고요.

주위에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기 때문에 개인도 성장하고 회사도 커나갈 수 있습니다. 지금 제약 업계가 매출 감소 위기에 처해 있지만 사회 공헌 활동에 공들이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사장으로서 행복을 느끼는 일 중 하나가 베풀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랑 나눔 봉사 활동은 특정 품목 매출액의 몇 %를 떼어내 직원 수대로 나눠 전 직원이 직접 봉사 활동을 떠나는 겁니다. 개인이나 팀별로 복지관 등 시설을 방문해 필요한 부분을 도와주고 왔는데 직원들의 호응이 폭발적입니다.

외형적 성장을 빠르게 했지만 내부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성장 동력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습니까.

국내 제약회사가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결국 ‘제품’이 관건입니다. 지금까지는 제네릭에만 의존해 왔지만 여기서 탈피해 어떤 훌륭한 제품을 개발해 내느냐가 성장 동력의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원이 많아야 하죠. 현재 회사의 연구소가 향남에 있는데, 본사와의 거리가 멀어 인력 유치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연구소를 서울 근교로 옮겨 좋은 인력을 많이 확보할 계획을 세우고 있고 현재 장소를 물색 중입니다. 장소만 결정되면 빠르게 추진하고 연구소 지원도 늘릴 예정입니다. 의약 분업 이후 국내 제약 업계에서도 연구·개발(R&D)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짧은 역사에 비해 신약이 많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좋은 제품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담 = 김상헌 편집장, 정리 =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kn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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