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 비즈니스의 진화 ‘공연·레저·캠핑’결합…새 시장 열린다

비즈니스 포커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산과 바다에 인파가 몰리는 요즘, 또 하나 주목해 볼만한 장소가 있다. 음악 페스티벌 현장이다.

공연이 주된 콘텐츠이지만 주변에 텐트를 치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피서지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친구·연인·가족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이들도 쉽게 볼 수 있다. 패션도 파티 복장, 바캉스 룩 등으로 개성이 넘친다.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거닐며 공연·먹을거리·휴식 등을 즐기는 놀이 문화의 집합체로 음악 페스티벌이 성큼 다가왔다.

올여름 대형 음악 페스티벌이 연이어 열리고 있다. 7~8월에만 10개가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다. 티켓 판매 업체 인터파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음악 페스티벌은 매년 3~4개씩 늘고 있다.

종류도 세분화된다. 록페스티벌로 시작해 올해에는 일렉트로닉·펑크·재즈 등으로 다양해졌다. 연령대는 20~30대 파워 구매층을 중심으로 점차 40~50대와 10대로 확산돼 가는 추세다. 2006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본격 시작한 음악 페스티벌이 2009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로 경쟁 구도를 이루고 이후 크고 작은 곳에서 참여하며 2012년 현재 확실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업계가 추산하는 음악 페스티벌 시장 규모는 226억 원에 달한다. 2009년 92억 원에서 지난해 189억 원으로 급증해 계속 성장하는 모습이다. 대형 페스티벌은 많게는 8만여 명이 다녀가는 것으로 알려진다.

올 들어 7~8월에만 30만 명 이상이 크고 작은 페스티벌에 다녀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명절에 볼 수 있는 교통편 연장 운행도 진행된다. 코레일공항철도는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기간에 심야 임시 열차를 운행할 예정이다.

음악 페스티벌은 이제 공연 문화를 넘어 놀이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페스티벌에는 음악만 있는 게 아니다. 그 안에서 마실거리·먹을거리·볼거리 등을 다 즐길 수 있다.

모르는 사람과도 어울려 놀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개성 있는 패션의 장이 열리는 곳으로 패션 업계에서는 ‘페스티벌 룩’으로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국내 대형 록 페스티벌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펜타와 지산은 사진전과 같은 전시회,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수영장, 취사를 할 수 있는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먹고 자고 보고 즐기는 모든 것을 한공간에서 할 수 있고 숙박하는 사람이 늘면서 그 자체로 하나의 레저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캠핑의 인기에 힘입어 주최 측에서 별도의 캠핑 존을 마련하고 텐트 등을 대여하기도 한다. 음악 마니아뿐만 아니라 피서를 즐기려는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달라진 분위기는 페스티벌 라인업에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국내 최초 내한인 라디오헤드와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 고티에를 비롯해 스노 패트롤, 스톤 로지스, 스매싱 펌킨스 등이 올여름 국내 관객들을 만난다.

한 번도 한국 공연을 하지 않았던 귀한 몸들이 단독 공연이 아닌 70~80명의 가수가 한자리에 모이는 페스티벌을 찾고 있는 것. 2006년부터 페스티벌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아이디어랩의 김도연 팀장은 “예전에는 출연료를 많이 준다고 해도 거절했던 거물급들과도 가격 협상이 가능하게 됐다”며 “일본 공연이 있을 때 한국을 거쳐가 듯 공연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만큼 브랜드 파워가 생겼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는 런던 올핌식 폐막식 공연에 초청됐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진다.



음악 비즈니스 ‘성장 동력’

국내 음악 페스티벌은 확실한 롤모델이 있다. 일본의 서머소닉, 영국의 글래스톤베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유명 페스티벌은 경제 효과는 수조 원에 이른다.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2007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 효과가 1조3500억 원이다. 4~5일간 20만 명의 관객이 몰리고 전 세계적으로 표가 매진된다. 일본의 서머소닉도 단 이틀 동안 매출액이 200억 원 수준이다.

국내 페스티벌이 짧은 기간 양적 확대를 이룬 데는 이런 성공 사례가 있어서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가능성을 보고 자본력 있는 기업에서도 속속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게 CJ로, CJ E&M은 한 기획사에서 주관하던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2년 전부터 맡아 운영하고 있다. 한화도 지난해부터 그린그루브 페스티벌을 이끌고 있다. 난타로 유명한 PMC는 올해 처음 일본 서머소닉과 제휴해 슈퍼소닉을 올려 경쟁에 가세한다.

수익은 크게 두 가지 모델에서 발생한다. 티켓 판매와 기업 협찬이 그것이다. 티켓 값은 하루 7만~8만 원대가 평균이지만 일부 고가로 판매되기도 한다. 일렉트로닉 축제 ‘센세이션’은 150만 원짜리 VIP 테이블 177개를 모두 팔았다.

기업 협찬 건수도 늘고 있다.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의 협찬사는 지난해 26곳에서 올해 30곳 이상으로 늘었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도 첫해에는 단 한 개 기업과 함께했지만 올해는 하나SK카드·카스·코카콜라·GS칼텍스·다음 등 20여 개 기업이 힘을 보탠다. 페스티벌 현장은 타깃 마케팅의 장이기도 하다. 협찬한 기업들은 부스를 마련해 제품을 팔거나 프로모션과 이벤트 등을 펼친다. 식음료 업체가 가장 많다. 페스티벌은 대개 외부 음식을 반입할 수 없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금 대신 모든 거래를 티머니로 결제해야 하는 곳도 있다.

관객 수와 기업 후원이 늘고 있지만 수익성 면에서는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는 곳이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형 유명 공연에서 오히려 이렇다 할 흑자 기록을 찾기 힘들다. 출혈을 감수한 물량 공세 때문이다.

페스티벌 하나당 많게는 30억~40억 원의 비용이 투입되는데 이 중 50% 정도가 섭외비로 쓰인다. 해외 거물급 아티스트를 초청하는 데는 10억 원 이상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진다. 라디오헤드 섭외비는 1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음악 관계자들은 전한다. 해외 초청 가수는 평균 3억~5억 원, 신인급도 1억 원 정도의 섭외비가 들고 우선 ‘팔리기’ 위해서는 헤드라이너가 유명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페스티벌마다 몇 팀씩 모셔오기 경쟁이 붙은 상태다.

통상 페스티벌이 흑자 전환하기까지의 기간을 관계자들은 3년으로 잡는다. 페스티벌이 본격화된 것은 3년 전쯤으로 올해가 본격적인 수익이 기대되는 기점이다.

음악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이 시장을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도 음악 페스티벌은 대세로 떠올랐다. 포츈엔터테인먼트 이진영 대표는 “음악 산업 쪽에서는 페스티벌을 음악 소비의 마지막 단계로 보고 있다. LP에서 CD, MP3로 이후 흐름이 공연으로 넘어왔으며 해외에서는 페스티벌이 앨범 판매보다 더 잘나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페스티벌의 인기로 시장이 활성화되고 페스티벌이 음악의 주류 문화로 떠오르는 면이 있는 반면, 대형화로 인해 우려되는 점도 지적된다. 성공 사례를 보고 우후죽순 뛰어드는 곳이 늘어나 적자생존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부 개성 있는 중소형 페스티벌이 묻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음악을 자본력과 마케팅 파워로 사고파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전문가들은 경쟁력 있는 페스티벌을 만들기 위해서는 콘셉트나 방향성이 뚜렷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 페스티벌이 롤모델로 삼은 영국 그래스톤베리는 단기간에 기업 후원과 시스템으로 키운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뮤지션과 음악 팬들이 자체 문화를 형성하며 자생력을 키웠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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