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금리 내세워 ‘유혹’…대형 은행 20배

일본의 돈값(금리)은 제로다. 돈을 풀어 경기를 띄우겠다는 발상이 기초다. 성과는 정반대다. 불확실성이 되레 유동성 함정을 만들어 버렸다. 가계는 공돈을 줘도 쓰기는커녕 은행에 맡긴다. 미래 대비 차원이다. 하물며 근로·자산 소득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로써 일본의 내수 불황을 저지할 금융정책 카드는 사실상 전무 상태다. 반대로 일본인의 자산 축적 압박은 최고위에 달했다. 연령 불문 장기 생존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다.

일본도 휴가 시즌이다. 다만 여름 보너스의 기대감은 무너졌다. 보너스가 전년 대비 3.54% 줄어들었다. 3년 만의 마이너스다. 확실한 월급은 줄고 불확실한 노후는 길어지는 연속적인 딜레마의 봉착이다. 그만큼 줄어든 보너스의 활용 의욕은 높다. 비장의 금품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려는 관심이다. 가정주부의 비상금도 마찬가지다.



지갑 닫은 고객들 몰려 문전성시

올여름 평균 비상금(384만 엔)은 전년보다 48만 엔 늘었다. 이들의 가계 전망은 비관 무드 천지다. ‘보너스가 줄거나 없어질 것(30%)’으로 보거나 ‘향후 가계 운영이 괴로워질 것(60%)’이란 이가 많다. 보너스는 대부분 저금·변제와 생활비 벌충분이다. 여행·구매 등 ‘작은 사치’의 소비 항목은 줄었다.

해법은 제로 금리를 이겨낼 묘안 모색이다. 이때 주목되는 게 지방은행 정기예금이다. 최근 고금리를 내세워 열도 각지에서 판매 열기가 뜨겁다. 금리 메리트를 알기 위해선 대형 은행과의 비교가 먼저다. 환금·유동성이 가장 편리한 1년짜리 상품 비교다. 대형 은행의 금리는 0.025%대가 많다.

우체국에서 민영화 때 분리된 유초은행은 조금 높은 0.035% 정도다. 반면 지방은행의 정기예금 격인 현지예금은 금리 자체가 다르다. 대략 0.5%대로, 대형 은행의 20배다. 0.5%라면 한국엔 새 발의 피지만 제로 금리에선 상당한 고금리다. 이들 현지예금은 대부분 지방은행·신용금고의 인터넷 지점에서 제공된다. 비용 절감분을 되돌려주는 식이다.

선두 주자는 ‘스루가은행’이다. 지방은행 중 돋보이는 인터넷 지점을 운영한다. 이 은행 ‘스페셜기프트정기예금’은 1년짜리 정기예금에 0.4%의 금리를 제공한다(세전). 게다가 10만 엔 단위로 복권을 나눠줘 추첨으로 ANA기프트카드·ANA마일리지 등의 당첨 기회까지 준다. 최저 예금은 10만 엔으로, 1엔 단위 예탁이 가능하다. 또 300만 엔 이상이면 금리를 0.5%로 올려준다. ‘가가와은행’의 인터넷 지점(셀프우동지점)에선 고금리 장벽을 훨씬 낮췄다.

‘초금리토핑정기예금’은 0.5% 금리를 얹어준다. 1만 엔부터 1엔 단위로 예금이 가능해 사회 초년생에겐 저부담·고금리 상품으로 유명하다. 이 밖에 짭짤한 금리 혜택이 제공되는 현지예금이 많다. ‘아이치은행(100만 엔 한정점점정기예금)’도 100만 엔 1계좌의 금리가 0.5%다. ‘토마토은행(스페셜경단정기예금’은 0.45%가 붙는다. 좀 낮지만 신용금고의 예금 상품도 1년짜리일 때 대략 0.3~0.4%대의 금리를 제공한다.

다만 유의할 점이 있다. 고금리답게 다소 성가신 절차가 필수다. 고금리 정기예금은 인터넷 전용 상품이다. 인터넷 지점에서의 전용 계좌 개설이 전제다. 창구 계좌를 가졌어도 별도 계정이 필요하다. 계좌 개설까지 일러도 1주일, 늦으면 2주일 넘게 걸린다는 점도 한계다.

입출금에 제한이 따른다는 점도 단점이다. 현지예금은 입출금 때 수수료를 물리는 경우가 많다. 대형 은행이 영업시간 이외의 입출금 때 무료인 것과 비교된다. 또 지방 연고인 탓에 도쿄 등 대도시에 지점망이 적다.

결국 100만 엔을 맡겼을 때 입출금 수수료가 500엔 이상이면 손해다. 간만의 고금리 혜택이 수수료 탓에 종잇조각이 된다. 입출금 때 수수료를 내지 않는 관련 서비스를 마련해 두는 게 관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예금에 발길이 몰리는 건 그만큼 금리 유혹이 매력적이란 얘기다. 지역의 경제 재건에 도움이 된다는 보람도 뺄 수 없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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