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경제학의 5가지 유령들’ 外

부활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경고

아이디어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쉽게 사라지지도 않는다. 어떤 아이디어는 창시자가 죽거나 틀렸다고 명백하게 입증된 뒤에도 조금씩 모습을 달리하며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자신의 책에 이렇게 썼다. ‘경제학자와 정치철학자의 아이디어는 그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영향력을 지닌다. 어떤 지적 영향력에도 영향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실용주의자들조차 대개는 어느 죽은 경제학자의 정신적 노예일 가능성이 높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는 수십 년 동안 풍미한 주류 경제학 이론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이제는 누구도 금융시장이 경제 정보를 가장 잘 활용하며 비이성적 거품이 결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대놓고 말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잠시나마 매장됐던 죽은 아이디어들이 벌써 되살아나 부드러운 땅을 뚫고 나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좀비 경제학’이다.

앞으로 더 큰 위기를 맞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좀비 아이디어들을 확실하게 땅에 묻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저자가 좀비 경제학으로 지칭하는 경제학 이론은 5개다. 1985년 이후는 유례없는 거시경제 안정기였다는 대안정기론, 어떤 투자든 금융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이 그 가치의 최근사치라는 효율적 시장 가설, 거시경제 분석은 미시경제적인 개인행동 모델에서 나와야 한다는 동태확률일반균형이론, 부자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이 결국 모든 이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트리클 다운 경제학, 정부가 담당하는 기능은 그것이 무엇이든 사기업에서 더 잘할 수 있다는 민영화론 등이 그것이다.

존 퀴긴 지음┃정수지 옮김┃324쪽┃21세기북스┃1만5000원



이동환의 독서 노트

‘스킨’ : 피부, 그 알몸을 들여다보다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인간 피부의 넓이는 약 2㎡(약 0.6평)이고 무게는 4kg이라고 하니 생각보다 훨씬 넓다. 이 피부는 일차적으로 외부 환경으로부터 신체 내부의 장기를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촉각을 통해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느끼게 해준다.

이런 기능을 가진 인간의 피부에는 세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첫째, 털이 없다는 점이다. 데스몬드 모리스가 우리 인간을 ‘털 없는 원숭이(The naked ape)’라고 불렀듯이, 우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200종이나 되는 원숭이 집단에서 유일하게 체모가 거의 없는 종이다. 게다가 벌거벗은 피부는 땀을 많이 흘리기도 한다. 이 땀으로 인해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체열을 식히기 쉬워 오랫동안 뛰거나 일할 수 있다. 치타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포유류 가운데 속도가 가장 빠르다. 그런데 이 속도를 유지하는 시간은 불과 몇 분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뛰면서 오른 체온을 식힐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는 인간의 피부는 검정색부터 시작해 거의 흰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적도 부근과 같은 저위도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피부가 검은 이유는 자외선 강도와 상관이 있다. 자외선은 일단 우리 몸에 피해를 준다. 우리의 DNA를 손상시키며 이로 인해 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저위도 지방에 사는 사람은 멜라닌이라고 부르는 자연산 자외선 차단제를 많이 가지고 있어 검은 피부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자외선이 나쁜 영향만 미치지는 않는다. 자외선은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 D를 만든다. 자외선이 많지 않은 북위도 지역 사람들은 자외선을 흡수하기 위해 흰 피부를 가지게 됐다. 그러니 검은 피부나 흰 피부는 모두 자연의 특성에 맞게 적응한 사례에 불과한 셈이다. 이를 가지고 차별한다는 것은 생물학적인 의미는 전혀 없고 사회적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마지막 특징으로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피부에 인위적 변화를 준다는 점이다. 성형수술을 하고 문신을 새기고 또 색칠을 하고 구멍을 뚫는다. 요컨대 인간은 자신의 피부를 선전 장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즉 인간은 스스로의 정체성과 자신의 특별함을 알리는 적극적인 표지로 피부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세 번째 특징은 피부의 문화적인 의미라고 말할 수 있다.

니나 자블론스키 지음┃진선미 옮김┃328쪽
양문┃1만7800원





익스트림 머니
사트야지트 다스 지음┃이진원 옮김┃400쪽┃알키┃2만2000원

저자는 인도가 낳은 금융 파생상품과 리스크 관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글로벌 금융 분야에서 33년간 활약하며 지켜본 머니게임의 진실을 털어놓는다. 저자는 우리의 재산과 일자리, 그리고 다가오는 미래를 담보로 아찔하고 위험천만한 도박을 펼치는 금융계의 실상을 익스트림 스포츠에서 따온 ‘익스트림 머니’라는 용어로 표현한다. 그동안 세계경제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어떤 사이클로 금융 시스템이 돌아가는지 알 수 있다.



은퇴의 기술
데이비드 보차드 외 지음┃배충효 외 옮김┃368쪽┃황소걸음┃1만5000원

은퇴 준비의 시작은 재테크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소망, 재능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저자는 수많은 은퇴자 상담을 통해 은퇴자들이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가 매우 높으며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문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며 진짜 재능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데 있다. 저자는 정체성과 소망, 재능 등 주관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들을 객관화하는 평가 도구를 개발했다.



철학자의 디자인 공부
스테판 비알 지음┃이소영 옮김┃148쪽┃홍시┃1만1000원

저자는 파리의 유명 미술 디자인 학교인 에콜 불에서 강의하는 철학자다. 오늘날 세계는 디자인으로 넘쳐나지만 정작 디자인 자체에 대한 사유는 실종됐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이는 디자인이 본래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보고 새롭고 실험적인 접근법을 현실에 적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다. 디자인은 끊임없이 사유하고 이를 실천하지만 그 자신에 대해서는 사유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저 그럴듯하지만 막연한 몇몇 개념들만 존재할 뿐이다.



바닥부터, 지독하게, 열정적으로
이경민 지음┃304쪽┃위즈덤하우스┃1만3800원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지로 불리는 할리우드의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10명의 성공 스토리다. 이들은 책 제목처럼 바닥부터, 지독하게, 열정적으로 매순간 전력을 다했다. 어렸을 때부터 끼와 재능이 남달라 일찌감치 전문 트레이닝을 받았던 것도 아니다. 곁에서 보고 배울 수 있는 멘토도 없었다. 닥치는 대로 배우고 온몸으로 부딪쳤다. ABC TV 캐스팅 총괄부사장인 켈리 리는 20여 년간 드라마 배역 발탁과 선정을 맡아 왔다. 셀러브리티 스타일리스트 진 양은 톰 크루즈 등 톱스타들이 주고객이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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