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거래 부진 지속되는 원인, 취득·등록세 부담과 DTI 규제가 핵심

정부가 5·10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하지만 거래 활성화 대책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거래는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에 나가 봐도 개점휴업 상태인 중개사 사무실이 대부분이고 집을 팔려고 내놓아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이런 거래 부진이 지속되는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전국의 아파트 거래량은 월평균 5만8542건으로, 정부가 거래량을 발표하기 시작한 2006년부터 2011년 말까지 6년간 평균 거래량 7만7832건의 75%에 불과하다. 평소에 네 채씩 거래되던 것이 이제는 세 채밖에 거래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작년 동기에 비해서는 무려 32%나 거래 건수가 줄어들었다. 더구나 현재의 상황은 국제금융 위기가 한창 진행되던 2008년 4분기보다 거래량이 줄어든 역대 최저 수준이다.

집값은 시장 상황에 따라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거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팔고 싶은 사람이 팔 수 없고 사고 싶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부동산 시장이라고 해도 수도권과 지방은 그 원인이 같지 않다. 2011년 12월 말을 기준으로 전후 4개월간의 거래량 추이를 살펴보도록 하자. <표>에서 볼 수 있듯이 작년 9~12월까지 수도권은 이미 거래 침체 현상이 시작돼 과거(2006~2011년) 대비 12%나 거래량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방 주택 시장은 같은 기간에 과거(2006~2011년) 대비 16%나 거래량이 늘어나는 등 활발했다.

지방은 거래가 비교적 활발한데 수도권에만 거래가 침체된 원인은 무엇일까. 수도권에는 있는데 지방에는 없는 것, 바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때문이다. 이런 DTI 규제의 영향은 2012년 거래 부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방 주택 시장이 과거(2006~2011년) 대비 16%밖에 거래가 줄지 않은 반면 수도권 주택 시장은 37%나 거래가 줄어들었던 것이다.



백화점 세일 끝난 직후 거래량 주는 이치

그러면 수도권의 거래 부진이 계속되는 것은 DTI 규제 탓이라고 해도 지방마저 2012년 들어 거래 부진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2011년에는 있는데 2012년에는 없는 것, 바로 취득세·등록세 감면 조치다. 2011년에는 주택 수에 따라 1~2%만 내면 되던 취득·등록세가 올 들어 2~4%로 늘어난 것이다. 다주택자나 1가구 1주택자라도 9억 원 초과 고가 주택은 부대 세금까지 하면 4.4%의 세금을 내야 한다. 불과 몇 달 만에 세금이 두 배로 늘어나자 매수자의 발길이 끊긴 것이다. 백화점에서 세일이 끝난 직후에는 거래량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국 현재의 거래 부진은 과거보다 비싸진 취득·등록세 부담과 수도권에서의 DTI 규제가 그 주된 원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10 거래 활성화 대책에는 이 두 가지 굵직한 조치가 빠짐으로써 실패를 자초한 것이다. 전자는 세수 감소를 이유로, 후자는 가계 대출의 부실화를 이유로 거래 활성화 조치에서 빠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조치 없이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다면 오죽이나 좋았을까마는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만약 이런 거래 활성화 조치가 실행됐더라면 정부의 우려대로 부작용이 컸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우선 취득·등록세 감면 조치가 세수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단견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세율을 반으로 낮추면 세수는 절반으로 줄어들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거래량이 동일하다는 전제 조건에서다. 현실에서는 전혀 다르다. 세율을 절반으로 낮추더라도 거래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전체 세수 감소 폭은 크지 않은 것이다. 만약 거래가 두 배로 늘어난다면 이론상 세수 감소 폭은 없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만약 취득·등록세율을 지금보다 두 배로 올린다고 세금이 두 배로 걷힐까. 전혀 그렇지 않다. 상점에서 물건이 잘 팔리지 않아 이익이 감소한다고 해서 물건 값을 더 올린다고 장사가 더 잘되지 않는 원리와 같다. 그러므로 현 상황에서는 과감히 취득·등록세를 2011년 수준으로 낮춰야 거래도 늘어나고 세금도 잘 걷힐 것이다.

물론 이론적으로 보면 거래량이 평년보다 절반 수준이 돼야 취득·등록세가 예전보다 덜 걷힐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거래 시 매수자가 취득·등록세를 내지만 매도자는 양도소득세를 내게 된다. 정부에는 양도소득세라는 세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 양도소득세도 거래되지 않으면 발생되지 않기 때문에 거래 활성화에 따라 세수가 늘어나는 세금이다. 그런데 문제는 양도소득세는 지방자치 단체(이하 지방 정부)의 몫인 취득·등록세와 달리 중앙정부의 몫이라는 데 있다.

한마디로 취득·등록세를 인하하면 거래가 늘기는 하지만 그 혜택을 지방정부가 아닌 중앙정부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양도소득세에는 10%의 주민세(지방소득세)를 부가적으로 내야 하고 이것은 지방정부의 몫이기 때문에 지방정부로서도 큰 손해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정부의 세수 감소가 불만이라면 중앙정부의 몫인 종합부동산세를 과거와 같이 재산세와 합치는 방법이 있다.




한 해 수익과 맞먹는 취득·등록세

더 나아가 현재의 취득·등록세율이 적정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미국의 취득·등록세가 100달러(11만 원) 정도인데 비해 우리나라 세율은 지나치게 높다. 주식의 거래세가 0.3%인 것과 비교해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했다면 취득·등록세로 한 해분 수익이 이미 날아가는 것이 것이다. 더구나 양도소득세는 남을 때만 내는 세금이지만 취득·등록세는 손해가 나도 내는 세금이다. 그러면 과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취득·등록세가 지금은 왜 문제가 될까. 과거 급등기에는 한 해에 몇 십 퍼센트씩 주택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세금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 주택 시장에서 급등은 없다고 정부가 공언한 만큼 그에 걸맞은 세금 체계를 갖춰야 논리에 맞는 것이다.

현재 DTI 규제 완화 논쟁의 본질도 마찬가지다. 가계 부채 규모를 늘리지 않고도 DTI 규제를 풀어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예를 들면 대출 승계를 할 때에만 DTI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거래가 증가하면서도 가계 부채 규모는 늘어나지 않는다. 어떤 아파트에 2억 원의 대출이 끼어 있다면 사는 사람이 그 2억 원을 그대로 승계하면 되는 것이다. DTI 규제가 없었던 과거에는 이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지만 현재는 승계할 때 DTI 심사를 다시 해야 하므로 새로운 차주의 소득이 낮으면 대출 승계가 되지 않는다. 이를 과거로 돌리자는 것이다. 정말 가계 부채가 문제라면 이런 방법을 쓰면 가계 부채 규모를 늘리지 않고도 거래가 활성화되는 것이다.

가계 부채를 늘리지 않고 DTI 규제를 완화하는 또 다른 방법도 있다. 기존 주택 보유자에게는 추가 대출을 허용하지 않는 방법이다. 등기 후 3개월이 경과한 기존 주택을 보유한 사람에게는 대출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주택을 가진 사람은 거래를 제외하고는 담보로 대출 받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은행권의 가계 대출 규모는 늘지 않는다. 다만 문제는 자금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이자가 상대적으로 싼 담보대출 대신 이자가 비싼 신용 대출을 받아야 한다든지 제2금융권으로 밀려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현재도 벌어지고 있는 부작용이다. 지금은 뭉뚱그리어 규제하고 있는데, 정말 가계 부채를 증가시킬 수 있는 요소를 제외하고 DTI 규제를 완화하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취득·등록세 문제든, DTI 규제 문제이든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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