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업체’ 옛말…이름 빼고 다 빠꿨다, 첨단 소재·부품 기업으로 거듭난 효성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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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섬유 업체였던 효성이 최근 신소재·화학·중공업과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전략 사업으로 체질을 확 바꾸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섬유 부문에서는 고부가가치 섬유 개발·생산으로 변신에 성공한 데 이어 산업자재·화학제품·중공업·건설·무역·금융에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최근에는 전기차 모터 및 스마트 그리드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미래 성장 동력 사업을 육성함으로써 지속 발전 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2020년까지 탄소섬유에 1.2조 원 투자

효성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중성능급 탄소섬유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탄소섬유는 강철보다 무게가 5분의 1로 가볍지만 강도는 10배 이상인 첨단 신소재로, 항공우주 분야, 스포츠·레저 분야, 자동차·풍력 등 광범위한 산업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 증가를 위한 경량화의 핵심 소재로 주목 받고 있다. 2020년까지 총 1조2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올해부터 전주시 친환경 복합 산업단지에 연간 2000톤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 건립을 착공, 2013년 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탄소섬유 세계시장은 연간 11% 이상 급성장하고 있어 이 공장이 건립되면 국내시장의 수입 대체 효과와 함께 효성의 주목할 만한 신성장 동력 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육성도 활발히 하고 있다. 효성은 국내 최초의 전기차인 ‘블루온(현대차)’에 전기차용 모터를 납품한 데 이어 지난해 말 출시한 국내 최초의 상용 전기자동차인 ‘레이(기아차)’에도 50kW급 전기자동차용 모터를 공급했다. 전기차 모터는 가솔린·디젤 자동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기에너지를 기계 에너지로 바꿔주는 핵심 부품이다.

전기자동차 상용화를 계기로 국내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효성의 전기차용 모터 사업도 확대될 전망이다. 효성은 지속적인 제품 개발을 위해 80kW급 전기자동차용 모터 개발 국책 과제에 참여, 2014년까지 준중형급 전기자동차의 모터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전기차 충전 시스템 사업도 본격화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완속 충전기 안정 인증을 획득했으며 환경공단으로부터 약 190기의 완속용 충전기 공급을 수주, 관공서를 중심으로 전기차 충전소 건립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TAC필름(Tri-Acetyl Cellulose) 사업의 시장 확대에도 주력하고 있다. TAC 필름은 TV·모니터·노트북·휴대전화 등에 사용되는 액정표시장치(LCD) 부품인 편광판을 보호해 주는 필름이다. 효성은 2009년 용연 공장에 연산 5000만㎡ 규모의 LCD용 TAC 필름 공장을 완공하고 생산에 나섰다. 일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TAC 필름을 국산화함으로써 수입 대체 효과는 물론 한국 내 디스플레이 완성품 및 중간 제품 업체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2000억 원을 투자해 연산 6000만㎡ 규모의 LCD용 TAC 필름 공장 증설에 나서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첨단 전자 소재 중 하나인 광학용 필름 사업도 본격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2010년부터 약 1500억 원을 투자해 울산 용연 공장에 연산 4만 톤 규모의 광학용 폴리에스터 필름과 산업용 필름 공장을 건립해 왔으며 올해부터 본격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광학용 필름은 LCD의 중요 소재로, 최근 발광다이오드(LED) TV, 스마트폰 등 액정 장치를 사용하는 기기가 급증함에 따라 빠른 성장세가 예상되는 신사업 부문이다. 산업용 필름도 기존 포장재 사업을 포함해 태양전지용 필름에 활용되면서 성장세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기차 블루온·레이에 모터 공급

이와 함께 스판덱스·타이어코드·중전기기(重電氣機) 등 핵심 사업 부문에서도 신흥 시장 진출 등 글로벌 시장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부문에서도 세계 시장점유율 40% 이상을 확보하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부문에서 중국·베트남·터키 등 글로벌 주요 시장에 생산 기지를 구축해 왔다. 미쉐린·굿이어 등 글로벌 주요 타이어 메이커 업체와 장기 공급 계약을 하면서 지속적인 매출 신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글로벌 타이어 메이커 업체인 굿이어와 18억 달러 규모의 스틸코드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폴리에스터 부문에 이어 스틸코드 부문에서도 사업망을 크게 확대해 글로벌 종합 타이어 보강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계약과 함께 미주 지역(노스캐롤라이나)과 유럽 지역(룩셈부르크)에 있는 굿이어의 스틸코드 공장 2곳도 인수했다. 이로써 효성은 스틸코드 부문에서 전 세계 시장점유율을 7%대에서 10% 이상 확대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효성의 스판덱스 브랜드인 ‘크레오라’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수한 품질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매출의 75% 이상이 해외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국내를 비롯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3개 공장과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베트남 공장, 프리미엄 시장인 유럽을 공략하기 위한 터키 공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9월에는 브라질 남부 산타카타리나 주에 총 1억 달러를 투자해 연산 1만 톤 규모의 스판덱스 공장을 완공하면서 남미 및 미주 시장 공략도 본격화했다.

브라질 공장 증설을 통해 연산 2만 톤 규모로 생산을 늘려나갈 계획이며 2012년까지 연산 15만 톤 생산능력을 보유, 독보적인 스판덱스 세계시장 1위 점유율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효성은 기저귀용 크레오라 원사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 지속적으로 판매를 확대함으로써 글로벌 넘버원(No.1)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중공업 부문은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존에 진출하지 않았던 신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MENA(중동 및 북아프리카: Middle East & North Africa) 지역으로의 진출 또한 활발하다. 2010년 4월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카타르 송·변전 시장에 진출하면서 132kV 변전소 3기 등 총 5기의 변전소 일괄 입찰 방식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8월에는 알제리 전력청에 400kV 변전소를 비롯한 총 4기의 변전소를 건립하는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하는 등 이들 시장의 점유율 확대에 지속적인 성과를 달성해 나가고 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총 2700억 원에 달하는 카타르 전력망 확충 10단계 프로젝트 중 초고압 변압기, GIS 등을 포함한 220kV GIS 변전소 6기, 66kV GIS 변전소 2기 등 총 8기의 변전소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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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신성장 산업-신·재생에너지
국내 최초 풍력발전 시스템 개발

효성은 중공업 부문에서 풍력발전 시스템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스마트그리드 사업, 전기차 충전 및 모터 사업 등 에너지 사업 부문의 신성장 동력 사업 육성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중공업 부문에서는 풍력단지 개발 사업 및 발전 사업을 확대·발전시켜 2017년까지 세계 10대 풍력발전 설비 업체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지속적으로 기술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에 투자한 결과 2004년 자체 기술로 750kW급 풍력발전 시스템 1호기 개발을 완료해 국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했다. 2007년에는 2MW급 풍력발전 시스템을 개발 완료했고 2년여의 엄격한 실증을 거쳐 2009년에는 독일의 풍력발전 인증 기관인 DEWI-OCC로부터 국제 인증을 받아 풍력발전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임을 증명했다.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풍력발전 사업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09년 한국남부발전과 ‘풍력 국산화 공동 사업’ 협약을 체결한 것을 비롯해 강원도 태백 지역에 20MW급 풍력단지 조성을 진행 중이다. 2012년까지 정선과 삼척 등에 2MW 규모의 발전기들을 설치할 계획이다. 또 한국동서발전과도 강원도 강릉시에 26MW급 풍력발전 단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강릉시 대기리 일대에 2MW급 풍력발전기 10여 기를 설치해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2010년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활용되는 스마트그리드 사업에도 본격 진출했다. 국내 최초로 2010년 9월 한국전력공사 신제주변전소와 한라변전소에 스마트그리드 제품인 50MVA 스태콤(STATCOM) 2기를 공급했다. 제주 행원 풍력발전 단지에도 자체 개발한 스태콤을 추가로 설치하기도 했다. 스태콤은 정지형 무효 전력 보상 장치로 전기를 송·배전할 때 손실 정압을 보충해 안정성을 높이는 설비를 말한다.

효성은 10여 년 전부터 스태콤 제품의 연구·개발을 수행해 대한민국 기술 대상 및 장영실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 그동안 가격이 비싼 수입 제품에 의존해야 했는데 효성의 자체 개발로 수입 대체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스태콤은 올해 국내에만 약 400억 원 대의 시장 규모이지만 수년 내 세계시장 규모가 수조 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 효성의 핵심 신성장 동력 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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