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라이프] “춤도, 엄마 역할도 힘을 빼야죠”

서형숙 엄마학교 교장


북촌 한옥마을 특유의 다감한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엄마학교에는 저마다 다양한 고민을 안고 있는 엄마들이 찾아온다. 어떻게 하면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좀 더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지 아이도 엄마도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등 다양한 물음표를 짊어지고 온 엄마들은 이곳에서의 시간을 통해 물음표를 내려놓고 저마다의 깨달음을 얻고 돌아간다.

엄마들의 마음을 이처럼 가볍게 해 주는 이는 바로 실천 운동가로, 자녀 교육의 인기 강사로, 베스트셀러 저자로 잘 알려져 있는 엄마학교의 서형숙 교장이다. “자녀 교육에 대한 강의 활동을 시작한 건 20여 년 전이에요. 이곳은 7년 전에 처음 문을 열었고요.”

엄마학교를 통해 다정한 엄마가 되는 방법,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을 배운 이들만 해도 국내외 통틀어 3000여 명이 훌쩍 넘는다. 그녀는 엄마학교를 찾은 모든 엄마들이 자신의 제자이자 스승이라고 이야기한다. 미처 자신이 알지 못했던 삶의 고민을 안고 온 엄마들을 통해 오히려 배우게 되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삼라만상이 다 스승이에요. 세상의 모든 것은 전부 그 나름의 의미가 있어요. 예를 들면, 제가 즐기는 댄스스포츠도 마찬가지죠.”

엄마학교 운영, 외부 강의 활동, 집필, 아내 역할, 엄마 역할 등 멀티플레이어로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그녀의 일상은 의외로 바쁘거나 숨 가쁘지 않다. 스스로 자신만의 원칙을 정해 놓은 덕분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아무리 요청이 쇄도해도 강의는 엄마학교 강의 두 번을 포함해 1주일에 네 번을 넘지 않는다.

지방 강의나 외국에서의 행사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하지 않는다. “일이 중요한 만큼 일상도 중요하니까요. 이렇게 원칙을 정해 놓으면 1주일에 사흘 정도는 글도 쓰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들을 충분히 가질 수 있어요. 물론 남편과 데이트할 시간도 생기고요.” 주말마다 남편과 함께 댄스스포츠를 즐기는 순간들은 지난 2년여 동안 그녀의 생활에서 꽤 큰 의미를 지니는 일상의 시간들이었다.

“많은 여자 아이들이 그러하듯 저도 어렸을 때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던 적이 있어요.” 오래전 그 꿈을 다시 상기하게 된 건 약 2년 전, 댄스스포츠를 시작하면서부터다. 중견 건축가이기도 한 남편의 학창 시절 지도교수이자 결혼식에 주례를 맡아 주셨던 은사의 추천이 계기가 됐다. “80세 생일을 맞아 제자 100쌍을 모아 댄스파티를 여실 정도로 춤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분이세요. 그분이 항상 우리 부부만 보면 춤을 배우라고 권하시더라고요. 춤을 잘 추게 생겼다면서요.(웃음)”

그때는 왜 노스승이 굳이 춤을 권하는지 미처 이해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그 이유를 깨닫기 시작했다. “춤과는 적성이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빼기만 하는 남편을 2년 동안 설득했죠.” 그전부터 댄스스포츠를 배우고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는 지인들의 동아리에 들어가 국가대표 댄스스포츠 선수들에게 전문적인 지도도 받았다. 하지만 춤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자신의 한계를 실감했다. “음감도 없고 박자감도 없고, 저도 몰랐는데 제가 꽤 몸치더라고요. 몸은 유연한 편인데, 도통 춤에는 익숙해지지 않았죠.” 익숙하지 않다 보니 처음의 호기심과 별개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춤추는 일이 점점 재미가 없어졌다.


"항상 엄마들에게 조언하곤 했죠. 몸과 마음에 힘을 빼고 그저 아이를 사랑하고 건강하게 품어주는 엄마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고요. 그런데 따지고 보니 춤도 그렇더라고요."



춤과 인생은 닮은꼴, 행복해지는 법을 찾아야

하지만 시작한 이상 노력을 게을리 하고 싶지 않았다. 재능이 없으면 성실함으로 승부하자는 생각에 재미가 없어도, 아무리 일이 바빠도 춤추러 가는 일을 잊지 않았다. 설령 지방 행사나 강연에 갔다가도 비행기를 타고 올라와 춤을 추러 가곤 했다. 그렇게 1년을 꼬박 성실하게 매주 한 번씩 춤에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더니 어느새 그저 ‘노력’만이 아니라 스스로 즐기는 단계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

지난 연말에도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댄스파티를 즐겼다.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사랑하는 남편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춤이 점점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춤을 잘 추는 분들을 보면 몸의 힘을 잘 빼는 데 반해 저랑 춤을 춰 보면 제 몸에 힘이 뻣뻣하게 들어가 있는 것 같다고요.” 남편의 조언에 새삼 깨닫는 바가 있었다. 그녀가 엄마학교 교장으로서 많은 엄마들에게 늘 조언해 주었던 것이 바로 힘을 빼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엄마들이 자녀 교육에 많이 고민하는 이유가 뭐냐하면, 바로 욕심과 두려움이 있어서거든요. 남들보다 더 잘난 아이들로 키우고 싶은 욕심, 내 아이가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요. 그래서 항상 엄마들에게 조언하곤 했죠. 몸과 마음에 힘을 빼고 그저 아이를 사랑하고 건강하게 품어주는 엄마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고요. 그런데 따지고 보니 춤도 그렇더라고요.” 남들 앞에서 망신당하지나 않을까, 춤을 못 출 것에 대한 두려움, 더 잘 춰야겠다는 욕심을 버리자 점점 몸에서 힘을 빼는 일이 가능해졌다. 그 후 주변 사람들에게서 춤이 많이 늘었다는 칭찬도 제법 많이 들었다. “이걸 계기로 절실히 깨달았죠. ‘춤이 인생을 닮았다는 말이 이런 뜻이구나’라는 것을요.”

땀을 흘리고 근육을 움직이는 운동으로서의 효과는 물론 남편과 함께할 수 있는 취미로서 댄스스포츠만한 운동이 없다 싶지만 엄마들에게는 꼭 춤이 아니더라도 등산이나 자전거, 산보 등 뭐라도 부부가 함께 취미 생활을 가지는 걸 추천하는 그녀다. “부부 사이가 돈독해지면 자연히 집안 분위기도 한층 밝아지죠. 당연히 자녀 교육에도 큰 도움이 되고요.”

그녀는 믿는다. 가족과 아이가 모두 행복하다면 아이는 난폭해질 이유가 없고, 자연히 학교 폭력 문제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그러기 위해서라도 가정에서부터 먼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올해 초 일본 삿포로에 갔더니 일본 엄마들이 눈물을 펑펑 흘리더라고요. ‘왜 진작 아이를 좀 더 사랑해 주지 못했나’ 반성한다면서요.” 자식 잘되기만 바라고 키우다 보니 앞날 걱정만 하고 오늘을 못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그런 엄마들을 볼 때마다 그녀는 좀 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삶을 사랑하는 방법, 아이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더 많이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거듭하게 된다.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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