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수입 일본차 최초의 ‘디젤’모델

올 뉴 인피니티 FX30d


올해 초 출시된 닛산의 ‘올 뉴 인피니티 FX30d’는 국내 수입되는 일본 승용차 중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디젤차다. 그간 일본 메이커들은 차세대 기술로 디젤엔진보다 하이브리드 엔진 개발에 매진했었다. 도요타자동차가 가장 앞서나가고 혼다가 뒤를 쫓는 형국이었다. 하이브리드 기술에 뒤처진 닛산은 하이브리드를 건너뛰고 양산형 전기차인 리프(Leaf)를 내놓으면서 ‘하이브리드냐 전기차냐’라는 차세대 기술 주도권에 불을 붙인 바 있다.

반면 독일을 비롯한 유럽 메이커들은 클린 디젤 기술에 매달렸다. 내연기관의 오랜 역사와 축적된 기술이라는 면에서 독일차들은 디젤에 강점이 있었고 한때 세계 정보기술(IT)의 총아였던 일본은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하이브리드에 장점이 있었던 것이다.




순발력은 가솔린엔진에 뒤지지 않아

국내 상황을 놓고 보면 하이브리드와 디젤의 승부는 디젤의 완승이다. 도요타자동차에서 다양한 하이브리드카를 내놓고 있고 혼다에서도 제한된 차종에서 내놓고 있지만 독일 메이커의 디젤 차량의 인기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해 수입차 베스트셀러인 BMW 5 시리즈는 가솔린 모델(528i)보다 디젤 모델(520d)이 더 많이 팔린 상황이다. 불가능해 보일 것 같았던 소음·진동·매연이라는 3대 문제를 해결하자 소비자들이 디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SUV에서나마 닛산코리아가 디젤 모델을 들여온 데는 하이브리드의 대안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닛산에는 하이브리드카가 없고 전기차는 시기상조이니 디젤 모델에서 승부수를 띄워 보자는 것이다.

다만 FX30d는 BMW X5나 아우디 Q5처럼 대중적으로 많이 팔리는 모델은 아니다. 그러나 실내 공간·가격·연비 면에서 효율성을 위해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하는 대중 차가 아닌 만큼 마니아적인 디자인과 성능은 매혹적이다. 극단적으로 긴 후드로 ‘프런트 미드십(미드십은 엔진 위치가 네 바퀴 안쪽인 차)’을 구현했고 앞뒤 무게 배분은 5 대 5로 정확히 맞췄다. 시각적으로도 운전자가 앞뒤 한가운데에 위치한다.

가솔린 모델(FX50)은 5000cc 엔진을 장착해 스포츠카 수준의 파워풀한 주행 능력을 보이는데, FX30d는 디젤의 한계는 있지만 가솔린엔진 수준의 가속력을 보여준다. 닛산 측은 “출발 후 0.5초 이내에 최대 토크의 90% 이상을 발휘할 수 있어 가솔린엔진과 동일한 수준의 민첩한 반응을 보인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디자인·성능 부분에서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지만 운전의 편안함이나 편의 장치의 만족도는 살짝 떨어진다. 가장 의문이 가는 부분은 ‘왜 내비게이션 찾기가 이렇게 어려운가’다. 가솔린 모델에 장착된 ‘360도 어라운드 뷰 모니터’도 없다. 스포츠카의 감성을 살려서인지 스티어링 휠(운전대)은 여성이 운전하기에는 조금 뻑뻑하고 엔진음도 거친 편이다. 표준 연비는 신 연비 기준으로 리터당 10.2km이지만 지난해 나왔다면 12~13(km/l)은 됐을 것이다. 가격은 7970만 원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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