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스피치] 적정선을 지킨 쓴 소리가 달콤하다

평가 영역을 구분하는 리더의 센스


최근 스포츠 스타인 김연아 선수에 대해 나름 쓴소리를 한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의 발언으로 네티즌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맞는 말이라고 공감하는 반응도 있고 혹은 지나친 사적인 의견이라는 평가도 있다. 어느 조직이나 일정한 이상의 권한을 가진 리더는 공식적으로 자신의 평가와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현 상황을 평가하는 잣대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문제는 ‘과연 리더가 어느 부분까지 상대를 평가하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에 관한 영역이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많은 인생의 경험과 자신만의 영역에서 탁월한 노하우를 가진 집단이다. 게다가 조직 중심의 사고방식은 끊임없이 자신을 타인의 기준 중심으로 단련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막상 리더의 자리에 섰을 때 “~해야 한다. ~해서는 안 된다”라는 강한 주관이 생기고 그것을 부하 직원과 아랫사람에게 과도하게 주입한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즉 현재 진행 중인 사안과 상황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고 한 개인의 인생과 사고방식 자체를 평가하고 수정하려는 지나친 욕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하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 사안은 긴급한 것이니 좀 더 속도를 내서 이번 주 안으로 마무리 짓게나”라는 말로도 충분하다. 그런데 “자네는 매사에 그리 꾸물거려 어디 장가는 가겠어?”라는 말로 오버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경쟁사로 스카우트돼 직장을 옮기는 부하에게 “서운하네. 자네와 오래 일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라는 말이면 될 것을 “자네 말이야, 인생을 그렇게 얍삽하게 살면 안 되는 거야”라는 말로 한 사람의 삶 전체를 평가하는 실수를 하게 된다. 인간적인 관심과 정(情)에 의존한 사고방식이 적정 이상의 범위까지 관여하게 만드는 결과다. 그래서 때로는 프라이버시가 침해되기도 하고 의욕을 떨어뜨리는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리더 자신에게는 편견과 오만을 가진 사람이라는 불명예가 되기도 한다.

내가 상대를 나무랄 수 있는 처지가 되더라도 내가 평가할 수 있는 영역과 평가하면 안 되는 영역을 구분하는 분별력은 리더에게 중요한 센스가 된다. 실제로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 두 명이 다퉜는데 평소 이기적인 A 학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담임선생님은 아이를 혼내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네가 그렇게 사니까 친구가 없는 거야.”

이 말은 학부모를 흥분하게 만들었고 결국 학교를 잠시 시끄럽게 했다. A 학생이 친구와의 싸움에서 어떤 점을 잘못했는지 짚어주는 것은 선생님의 권리이자 의무이지만 이 학생의 능력이나 인성 자체를 평가하는 것은 사적인 영역에 대한 침범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나쁜 의도가 아니라 상대를 좋은 길로 인도하려는 바른 의지의 표현일 수도 있지만 그 의도가 다른 사람에게 충고를 넘어 공격이 되지는 않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리더는 상대에게 조직의 기준이나 개인적인 취향을 강요하는 획일적인 문화에서 벗어나 수평적 관점으로 상대를 대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A는 틀렸으니 B처럼 해”가 아니라 “A는 이렇고 B는 저렇다”라는 것을 인정하고 상황에 대한 언급만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타인에 대한 평가를 제한 없이 하는 리더일수록 상대방은 자신에게 어떠한 평가도 하지 못하게 한다. “어디 감히 선생님한테 말대꾸를 해”라고 엄포를 놓는다. 상사의 폭언에 이의를 제기하는 부하에겐 “내 잔소리가 싫으면 일을 똑바로 하든가”라는 말로 대신한다. 나는 상대보다 나이가 많고 지식과 경험이 많다고 하더라도 결국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라. 그 부분을 인정하면 내가 감히 타인의 인생 전체에 대해 평가할 오만을 범하지 않는다.


안미헌 한국비즈트레이닝 대표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