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경매 입찰표 작성 시 주의 사항

대리 입찰 시 인감증명서 꼭 확인해야

이미 1주택을 소유한 박 씨는 취득·등록세를 절감하기 위해 자신의 ‘처’ 명의로 입찰하려고 미리 발급받아 놓은 인감증명서와 도장을 챙겨 법원을 찾아갔다. 발품 팔며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입찰 가격을 결정한 박 씨의 경매 사건에는 무려 13명이 응찰했고 차례로 입찰자와 입찰 가격의 발표가 끝나는 순간 박 씨는 최고가 매수 신고인이라는 짜릿한 쾌감을 만끽했다.

그러나 잠시 후 경매 법정엔 정적이 흐르기 시작했고 계속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집행관이 박 씨에게 말을 건넸다.

“대리인 박ㅇㅇ 씨. 위임인의 인감도장 가져오셨습니까?”

갑자기 법정이 술렁이기 시작했고 의아해 하던 박 씨는 당연히 인감도장이라 생각하고 집행관에게 도장을 건넸지만 위임장에 날인한 도장과 인감증명서의 도장이 다른 것을 학인하고 충격에 휩싸였다.

대리 입찰 과정에서 위임장과 인감증명서의 인영이 틀리면 최고가 매수인 결정 전까지 위임장의 ‘진정 성립’을 증명한 때에는 당해 매수 신고인을 최고가 매수인으로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박 씨는 이번 경매 사건이 종결되기 전 인감도장 날인의 보완이 불가능했고 결국 법원은 박 씨의 입찰을 무효 처리함과 동시에 2순위 응찰자를 최고가 매수인으로 결정했다. 물론 박 씨는 입찰 보증금을 반환 받을 수 있었지만 이러한 사소한 실수는 경매 투자자에게 장기간의 후유증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서울중앙지법 입찰법정으로 들어가는 입찰자들이 경매물건을 확인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youngwoo@hankyung.com20090722....

주부 정모 씨는 경기도 광명에 있는 감정가 2억5000만 원에 2회 유찰로 최저가 1억6000만 원인 아파트에 응찰했다. 희망 입찰 가격이 1억9000만 원이었는데, 긴장했던 탓일까. 입찰 가격란에 숫자 ‘0’을 하나 더 표기한 것이다. 결국 정 씨의 입찰 가격은 19억 원이 되었고 당연히 최고가 매수 신고인으로 결정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당시 정 씨는 실수로 인한 오표시(誤表示)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입찰 보증금을 반환 받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1주일 후 매각 허가 결정이 됐고 정 씨는 입찰 보증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때 낙찰자는 민사집행법 제138조 3항과 제147조 1항 5호 규정에 따라 매수 신청의 보증의 돌려줄 것을 요구하지 못하며 이는 배당할 금액에 포함된다. 따라서 이는 경매 사건 채권자들에게 채권 회수의 이익만 가져다줄 뿐 적정한 입찰 금액을 작성, 제출한 나머지 응찰자에게도 불이익을 주는 것이 된다.

이유는 민사집행법 제114조 1항에 따라 최고가 매수 신고인 외의 매수 신고인은 매각 기일을 마칠 때까지 집행관에게 최고가 매수 신고인이 대금 지급 기한까지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자기의 매수 신고에 대해 매각을 허가해 달라는 취지의 신고를 할 수 있다. 즉, 낙찰자가 잔금을 미납할 때 차순위 매수 신고인이 잔금을 납입하고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동조 2항은 ‘차순위 매수 신고는 그 신고액이 최고가 매수 신고액에서 그 보증액을 뺀 금액을 넘는 때에만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정 씨의 경매 사건은 입찰 보증금 1600만 원을 뺀 나머지 금액, 즉 18억8400만 원(19억-1600만 원) 이상으로 응찰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본 조항이 적용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낙찰자의 잔금 미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차순위 매수 신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적정가에 응찰한 나머지 응찰자들도 한숨을 내쉬며 발길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다만 추후에 재매각 절차가 취소되거나 경매 신청이 취하되면 반환 받지 못한 입찰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지만, 이는 극히 드물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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