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오리온그룹 주차장에 수입차가 넘쳐나는 이유

경영진·임원 승진자에 고급차 제공


오리온그룹은 수입차로 곤욕을 치른 기업이다. 회사 돈 횡령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을 때 가장 많이 등장한 것이 고급 외제 차량과 그림이다. 내용은 회사 돈으로 람보르기니·포르쉐 등 고급 수입차를 리스해 오너 일가와 그룹 고위 임원들의 개인 용도로 써왔다는 것이다. 포르쉐 카레라 GT는 8억 원을 호가하며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는 3억 원대다. 회사 돈으로 수입차를 구입해 담철곤 회장 일가에게 제공한 조경민 전 오리온 사장 본인도 고급 외제 스포츠카 3대를 돈 한 푼 내지 않고 개인 용도로 타고 다녔다.

6월 14일 오전 10시 서울시 용산구 오리온 본사 앞 주차장엔 유명 수입차들이 나란히 주차돼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최고급 차종인 마이바흐와 BMW 그룹에서 생산하는 롤스로이스 팬텀, BMW·아우디·볼보 등이 눈에 띄었다. ‘회장님의 차’로 유명한 벤츠 마이바흐는 5억~8억 원대의 최고급 자동차다. 올해 5월까지 국내에서 한 대도 팔리지 않을 정도로 고가다. 2002년 선보인 마이바흐는 연간 판매량을 1000대 수준으로 잡았지만 최근 연간 200여 대를 판매하는 데 그치면서 다임러그룹이 내년 생산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롤스로이스 팬텀은 7억 원대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MW와 아우디 등도 럭셔리 카로서 ‘부자들의 차’로 통한다.

담 회장은 공식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부인인 이화경 오리온 사장의 ‘애마’는 롤스로이스 팬텀이다. 오리온에서는 고위 임원뿐만 아니라 임원 승진자에게도 수입차가 제공돼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리온이 공식적으로 임원 차량을 수입차로 제공한 것은 2008년께다. 오리온 관계자는 “임원은 회사의 소중한 자산으로 안전한 차를 타는 것이 좋겠다는 회장님의 지시가 있었다”며 “배기량이 3000cc급 이상에서 아우디· BMW·볼보·그랜저 중에서 선택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에서 수입차가 공용 차량으로 쓰인 지는 오래다. 오너 경영인들은 메르세데스벤츠 애호가들이 적지 않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도 마이바흐를 탄다. 전문 경영인들에도 문호가 열렸다. 삼성만 해도 사장급은 벤츠·BMW·렉서스 등을 선택하는 이가 있다. 물론 이사·상무급은 주로 그랜저와 SM7 등을 제공한다. 오리온이 고급 수입차에 너그러운 것은 자동차 마니아인 그룹 오너의 성향이 영향을 미친데다 엔터테인먼트에 주력해 온 기업 문화와 관련 있다는 것이 재계의 분석이다.

수입차로 호되게 당한 오리온은 작년부터 원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임원들의 차량을 국산차로 바꿔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최근엔 국산차인 제네시스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룹 오너와 전문 경영인과의 갈등으로 관심을 모았던 오리온그룹 사태는 6월 15일 반기를 들었던 박대호 스포츠토토 대표가 대표직을 사임함으로써 일단락됐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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