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파리의 IT 이야기] 카카오톡 인터넷 전화에 대한 4가지 생각

음성 통화 공짜 시대…변화 불가피

카카오톡이 ‘보이스톡’이라는 모바일 인터넷 전화 서비스(mVoIP)를 내놓은 뒤 요란합니다. 카카오톡 사용자들은 쌍수로 환영하는 반면 통신 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매출에서 음성 통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 넘는데 우린 무얼 먹고 사느냐는 겁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갈팡질팡입니다. 카카오톡의 모바일 인터넷 전화와 관련해 4가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첫째, 음성 통화 무료 시대가 열렸다는 점입니다. 음성 통화가 공짜가 될 것이란 얘기는 10년 전에 처음 들었습니다. 그때는 믿지 않았습니다. 음성 통화가 공짜가 된다면 통신 업체는 무엇으로 돈을 번다는 얘기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대세가 됐습니다.

특정 요금제 가입자만 사용하게 하겠다는 통신 업체의 주장은 궁색합니다. 가령 네이버 사이트를 고액 가입자만 접속하게 한다면 아무도 수긍하지 않을 겁니다. 보이스톡이 네이버 사이트보다 더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것도 아닌데 보이스톡만 제한한다? 이상합니다. 음성 매출이 급감한다는 게 진짜 이유일 텐데 이것은 언젠가는 극복해야 할 과제일 뿐입니다.

둘째, 카카오톡의 비즈니스 모델이 과연 성공할지 여부입니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땐 돈을 벌 궁리부터 했습니다. 카카오톡은 반대로 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서비스로 가입자를 늘리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흔히 하는 방식인데 국내에서는 드문 사례죠.

카카오톡 방식은 충분한 자본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시도하기 어렵습니다. 카카오톡도 불어나는 적자를 견디고 있습니다. 버틸 수 있는 동안 돈 벌 방안을 내놓아야 하겠죠. 현재까지는 이렇다 할 비즈니스 모델이 없습니다. 이제 충분한 가입자 기반을 다진 만큼 어떤 모델을 내놓을지 궁금합니다. 카카오톡 방식이 성공한다면 국내에서는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인터넷 서비스든 모바일 서비스든 글로벌 시각에서 봐야 하는 시대가 열렸다는 점입니다. 방통위는 카카오톡이 보이스톡 서비스를 시작한 뒤 서비스 성격을 따지는 일부터 했습니다. 어떻게든 규제 틀 안에 넣으려고 검토했죠. 그러나 글로벌 시각에서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칫 국내 기업 역차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합니다.

애플의 페이스타임 영상 통화 서비스나 구글의 구글보이스, 페이스북 메신저 등도 통신 서비스의 일종입니다. 페이스북은 국내 사용자가 700만 명을 넘어 카카오톡의 경쟁 서비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정부로서는 이제 국내 서비스만 놓고 정책을 입안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해외 서비스에 대해서도 어떻게 할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넷째,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법제가 유연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국내에 아이폰이 들어온 지 3년도 안 됐지만 이 짧은 기간에 엄청난 변화가 생겼습니다. 새로운 서비스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맞게 법제를 정비하는 일이 중요해졌습니다. 법제 정비가 늦어지면 한때 호평을 받았던 법제도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만 놓고 보면 현재의 정부와 국회 체제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IT 관련 업무가 여러 부처로 나눠진 것도 문제지만 방통위는 합의제 부처가 되다 보니 일 추진이 느리고 무사안일에 빠질 소지가 큽니다. 국회 상임위원회도 그렇습니다. 문화관광체육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전문적인 법제 검토가 어렵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점검했으면 합니다.


김광현 한국경제 IT 전문기자 khkim@hankyung.com

블로그 ‘광파리의 글로벌 IT 이야기’운영자·트위터 @kwang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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