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포커스] 다가구ㆍ다세대 투자 어디가 좋을까

우수학군·대학가·개발지역 등 유망

이성규(48) 씨는 월세 수익뿐만 아니라 추후 개발 이익 기대감에 서초구 방배동에서 신축 다세대주택(투 룸 구조)을 2억7000만 원에 구입했다. 2억1000만 원에 전세를 놔 실제 투자금은 6000만 원에 불과했다. 나중에 보증부 월세로 전환한다면 보증금 3000만 원에 월 100만~110만 원을 세입자에게 받을 수 있어 쉽게 투자를 결정했다. 방배동 일대 다세대주택 투자는 연 수익률로만 따져봤을 때 연 5%를 웃돌고 있어 추후 시세 상승까지 염두에 둔 주택 투자수익률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는 강남권 오피스텔과 도시형 주택 수익률에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신축 빌라는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60~70% 정도여서 실수요자들의 비율도 높아 시세 급락 우려도 없어 만족하고 있다.


도곡초등학교 인근 대치4동 다세대주택 밀집지역/김보형 기자

다세대·다가구주택 월세 수익률 ‘우수’

수년 동안 아파트 전세금이 비싸지면서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전세금이 저렴한 다가구·다세대로 눈을 돌리는 이가 늘고 있다. 5·10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아파트 시세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역시 거래도 뜸한 실정이다. 특히 아파트 여러 채를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는 그 어느 해보다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5·10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실망감으로 주택 시장 매수세 부진이 이어지고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꺾이며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 심리도 실종됐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 1월 28일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민간 부동산 정보 업체가 5월 넷째 주 수도권 매매가 변동률을 조사한 결과만 보더라도 서울이 마이너스 0.04%의 내림세를 기록했으며 신도시와 경기는 각각 마이너스 0.02%, 마이너스 0.03%, 인천은 마이너스 0.09%로 하락 폭이 커졌다. 강남권이 하락세를 주도한 서울 재건축 변동률도 마이너스 0.06%로 집계됐다. 강남구는 5·10 대책 발표 후 거래 시장이 더욱 조용한 상황이다. 서울 구별로는 ▷송파 -0.18% ▷강남 -0.13% ▷강동·서초 -0.11% ▷중랑 -0.09% ▷동대문·관악 -0.08% 등으로 하락했다. 송파구는 매수자 관망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시세보다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거래되고 있다. 경기는 ▷동두천 -0.18% ▷양주 -0.17% ▷파주 -0.13% ▷수원 -0.11% ▷의왕 -0.09% ▷과천 -0.07% 등으로 내림세를 나타냈다.

미래에셋부동산연구소가 월세 지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 1년 사이 서울에서 월세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주택 유형은 단독·다가구주택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말 현재 단독·다가구주택의 연간 월세 상승률은 6.2%였다. 이어 연립·다세대(4.1%),아파트(3.5%)와 오피스텔(1.5%)이 뒤를 이었다. 반면 3.3㎡당 월세는 오피스텔이 가장 높았다. 3.3㎡당 월세는 오피스텔 4만3000원, 아파트 3만8000원, 연립·다세대 3만1000원, 단독·다가구 2만7000원이었다. 월세 수준이 낮을수록 가격 상승률이 높은 것은 세입자들이 월세에 대한 부담이 작은 주거용 부동산을 선호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 투자자도 아파트보다 투자 금액이 대폭 저렴해 대출을 이용하면 불과 수천만 원에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다가구·다세대주택을 많이 찾고 있다. 실제 민간 부동산 정보 업체가 지난 3월까지 단독·다가구 및 다세대·연립의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실거래 자료를 분석한 결과 3월 전세 거래량이 올 들어 처음으로 아파트 거래량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올 들어 1월 6801건, 2월 1만3264건, 3월 1만680건으로 거래량이 줄어든 반면 단독·다가구 및 다세대·연립은 1월 5590건, 2월 9220건, 3월 1만989건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전셋값이 많이 오르면서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가구나 다세대를 찾고 있다. 결과적으로 다가구·다세대주택의 전셋값이 뛰면서 매매값도 덩달아 오르는 추세다.



신촌 세브란스병원 인근 원룸촌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2.2.3

LH 지원으로 대학가 인근 전세 놓기 더 수월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억6000만 원, 다세대·연립의 평균 매매가격은 2억4000만 원으로 나타났다. 다세대·연립으로 갈아탄다면 아파트 전셋값으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셈이다. 다세대·연립은 평균 전셋값이 1억2947만 원으로 아파트 전셋값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전세를 끼고 매입하면 초기 자금 부담도 적은 편이다. 1~2인 가구가 많은 강남권·대학가 등 일부 지역에서는 오피스텔보다 월세 수준이 낮고 관리비 부담이 적은 다가구·다세대로 임대 수요층이 몰리면서 오피스텔보다 높은 임대 수익률을 올리는 곳도 있다.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은 임대 수익률과 함께 향후 투자 가치도 노려볼 수 있어 투자 수요층의 관심이 높다.

더욱이 대학가 인근 다가구·다세대 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세 임대주택을 공급해 주고 있기 때문에 전월세 놓기도 수월하다. 대학생 전세 임대주택 입주 대상자로 선정된 학생이 학교 인근에 거주할 주택을 찾아 LH에 제시하면 LH는 주택 소유자와 전세 계약을 체결한 후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제도다. LH는 전세 임대 보증금을 지원하고(수도권 7000만 원, 광역시 5000만 원, 도지역 4000만 원), 학생들은 입주 보증금(100만~200만 원)과 월임대료(7만~17만 원)를 부담하게 된다.

임대 수익과 개발 이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서초구 방배동과 동작구 신대방동, 2·9호선 더블 역세권인 영등포구 당산동 일대는 다세대주택 전세금이 매매가격의 60~70%에 육박할 정도여서 초기 투자 시 목돈 마련 부담도 적은 편이다. 특히 방배동 일대는 앞으로 단독주택 재건축이 대거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인근으로의 이주 수요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방배동은 다른 재개발·재건축 지역보다 사업 속도가 빠르고 강남권임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돼 있어 틈새시장으로서의 투자 가치가 높다. 국군정보사령부 부지 개발이 거론되는 가운데 장재터널로 불리는 내방역~서초역 터널이 내년 착공된다는 호재까지 겹쳐 강남권에 주택을 마련할 계획인 사람들에게는 제격이다.

양재동 일대 다가구·다세대주택도 강남 우수 학군 통학, 강남 업무 지구 출퇴근 등 강남권역이 가진 장점을 소액을 투자해 누릴 수 있다. 실제 서초구 양재동 일대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에 들어선 신축 다세대는 51~60㎡형이 2억3900만~2억5000만 원 선에 분양되고 있다. 전셋값은 1억3000만 원으로 전세를 끼고 매입하면 1억~1억2000만 원의 비교적 적은 초기 투자금으로 장만할 수 있다.

불과 4~5년 전만 하더라도 아파트는 환금성이 뛰어나 현금과 동일하게 여겨졌지만 적어도 수도권 아파트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전세 비중이 낮은 중대형 재건축이나 외곽 지역 중대형 아파트 등은 현금이라기보다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다.

이제는 아파트 대신 월세가 꾸준히 나오는 ‘오피스텔·다세대·다가구·도시형 주택이 현금’이라고 말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임대 수익률 외에 개발 기대감을 거의 가질 수 없는 오피스텔과 달리 다세대·다가구주택은 추후 개발 기대감도 함께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미래 투자 가치 면에서도 우월하다고 할 수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ceo@youand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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