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스쿨] 매입 시점 분산…출렁이는 증시 돌파구, 분할 매수 펀드의 매력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은 투자 타이밍을 잡기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불확실성을 역(逆)으로 이용해 보는 건 어떨까. 작년 8월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직장인 유호현(35) 씨는 최근 몇 달간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유럽 재정 문제 등으로 유 씨가 가입한 펀드가 몇 달 새 큰 폭으로 하락해 손실이 났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얼마 되지 않아 증시가 가파르게 오르더니 다시 원금 수준을 회복했다. 한숨을 돌렸지만 투자 타이밍을 잘못 잡아 몇 달간 마음고생한 유 씨는 결국 보유하고 있는 펀드를 해지했다.

유 씨와 같이 주식시장의 저점과 고점을 예측하기 어려워 투자 타이밍 결정이 쉽지 않은 개인 투자자는 분할 매수 펀드에 투자하면 마음고생을 줄일 수 있다. 분할 매수 펀드는 주식을 한 번에 매입하지 않고 증시 상황에 따라 매입 시점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적립식 투자를 고객이 아니라 펀드가 알아서 하는 것이다. 따라서 펀드 가입 당시 자금을 거치식으로 넣었다고 하더라도 분할 매수 펀드에서는 이 자금으로 한꺼번에 주식을 사지 않고 특정 시기마다 주식을 추가로 매수해 적립식으로 투자한다고 보면 된다.

분할 매수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시점 분할 매수와 지수 분할 매수를 동시에 진행해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펀드 자금 100%를 전부 투자하지 않고 지수가 하락할 때 사전에 남겨둔 펀드 자금을 추가로 투자한다.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그 규모는 일반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오히려 주가 하락 시 저가 매수를 통해 주가 재반등 시 매수 차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일정 수익률에 도달하면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채권 투자로 갈아타는 목표 전환형 분할 매수 펀드는 주식형에서 채권형으로 전환됐을 때 환매가 비교적 자유로운 장점도 있다. 수익의 대부분을 주식과 파생 상품으로 얻었다면 일반 채권형 펀드에 비해 과표 소득도 적게 잡힌다.



투자 타이밍, 알아서 결정해줘

기존에는 목표 전환형 분할 매수 펀드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순환형·레버리지형·압축형까지 다양한 방식의 분할 매수 펀드가 등장하고 있다.

순환형 분할 매수 펀드는 운용 초기 단계에 펀드의 30~40% 비중으로 주식을 담고 매월 6~10%씩 주식 비중을 늘리는데, 주가가 운용 초기보다 5% 정도 하락하면 주식 비중을 6~10% 추가로 늘린다. 일정 수익률에 도달하면 주식을 모두 처분하는 목표 전환형 분할 매수 펀드와 달리 순환형 분할 매수 펀드는 운용 초기 단계로 돌아가 주식 비중을 30~40% 수준으로 맞춰 놓는다. 일정 수익률에 도달한 이후 환매해 다른 펀드에 새롭게 가입한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수익률 달성 후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레버리지형 분할 매수 펀드는 레버리지(차입금 투자)를 통해 분할 매수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한다. 지수 하락 시 미리 정해 놓은 만큼의 레버리지를 사용해 분할 매수하는 방식이다.

압축형 분할 매수 펀드는 단순 지수를 추종하기보다 콘셉트 있는 압축 포트폴리오로 아웃퍼폼(시장 수익률 상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펀드 운용사는 정성·정량적 분석을 통해 시장 대비 양호한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종목에 투자함으로써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분할 매수 펀드는 심리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가능케 하지만 만능 펀드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펀드별로 투자 전략, 투자 대상, 주식 투자 비중이 각각 상이하기 때문에 본인이 투자하는 시점에 적합한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를 고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분할 매수 펀드를 고려하고 있는 투자자는 가입 전 자산 관리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꼼꼼히 따져보고 투자하는 것이 좋다.


이하영 미래에셋증권 상품기획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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