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대학은 벤처 창업 최적의 장소”

류창완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장


2009년 국내 스마트폰 도입 이후 모바일 벤처 생태계가 만들어지면서 최근 다양한 벤처 보육센터·엔젤투자자·벤처캐피털 등이 청년 창업 붐에 가세하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티켓몬스터·엔써즈·매드스마트 등 수십억~수천억 원대 규모의 벤처 대박 사례가 나오면서 인력과 자본이 기하급수적으로 벤처로 몰려드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는 국내 최초로 대학 기반의 벤처 인큐베이터(창업 육성 기관)로 화제가 되고 있다.

민간에서도 자생적인 창업 지원 활동이 활발하지만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는 한양대 동문들이 나섰다는 것이 특징이다. ‘센터’라는 공간은 학교가 제공하지만 투자·조언·지원은 민간과 다를 바 없다. 센터장을 맡고 있는 류창완 교수는 데이콤 사내 벤처로 출발한 ‘사이버패스’를 창업해 코스닥에 상장시킨 벤처 1.5세대다.



한양대 출신 벤처인들이 젊은 창업가 양성

류 센터장은 “2008년 엑시트(exit:기업 매각)를 한 뒤 가만히 있었으면 엔젤 투자자가 됐을 텐데 마침 박사학위가 있어 대학에 올 수 있었다. 이런 케이스는 아마 나뿐일 것이다. 사실 벤처는 45세가 넘어가면 창업을 직접 하는 것보다 체득된 경험을 통해 후배를 양성하는 것이 성공 확률이 더 높다. 벤처는 체력·순발력·열정을 요구하는 곳인데 긴장의 연속이다. 나이가 들면 쉽지 않다. 성공한 한 명의 벤처인이 성공한 벤처 10개를 육성하는 것이 더 낫다. 미국은 그런 문화가 정착됐다. 개인적으로도 후배 벤처인을 키우는 것이 굉장히 보람 있고 재미있다”고 센터를 맡은 계기를 밝혔다.

그가 주도해 결성한 ‘한양엔젤클럽’은 중소기업청 산하 한국벤처투자로부터 매칭 펀드를 투자받는 20여 개의 엔젤클럽 중 유일하게 학교 기반이다. 그러나 동문들이 자율적으로 결성하다 보니 ‘한양’ 이름을 붙인 것이지 학교법인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러나 목적은 한양대 후배들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글로벌기업가센터는 자체적으로 10개의 강의를 개설했는데, 벤처기업가 선배들이 재능 기부로 강의를 맡으며 멘토링까지 하고 있다. 이론 강의가 아니라 창업에 필요한 기초 지식을 가르치는 현장 중심이다. 각종 경진대회·기업가포럼·기업가캠프 활동도 활발하다.

한양대의 독특한 학풍도 센터 활동에 한몫했다. “코스닥 상장사 중 한양대 출신이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곳이 120여갭니다. 공대가 발달한 학교의 특성상 이런 벤처 마인드가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학교가 직접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이 나지 않아 장소와 인력을 지원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내친김에 기존의 660㎡ 규모이던 창업보육센터를 5300㎡ 7층 규모의 신축 건물로 확장, 오는 11월 완공할 예정이다.

새로운 창업보육센터에는 초보적인 ‘학생 창업’ 수준의 기업 외에도 중견기업으로 클 수 있는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졸업생들을 위한 별도 교육과정도 마련했다. 이를테면 한양대 출신 중 ○○전자와 △△텔레콤에 다니던 동문들이 만나 ‘팀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뛰어난 창업 아이디어가 있어도 혼자서는 창업하기 힘들지만 인력·자금·공간을 지원하면 보다 쉬워지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류 센터장은 “학교는 벤처 창업의 최적의 장소다. 센터를 만들기 위해 미국의 여러 대학을 돌아봤다. 미국에서는 학생 때 창업을 경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크 저커버그가 유별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 joyc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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