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그렉시트 ‘촉각’ … 소비·투자 촉진‘준비’

경기 부양 카드 ‘만지작’


중국이 그렉시트(Grexit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그렉시트가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르면서 소비는 물론 투자와 수출 촉진 방안까지 동원하는 경기 부양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국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그렉시트가 현실화된다면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정부의 목표치(7.5%)보다 낮은 6.4%로 둔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도 같은 가정을 했을 때 중국의 성장률이 올해 6%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은 중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중국의 지난 1분기 성장률이 8.1%로 전 분기 대비 0.8% 포인트 둔화된데 이어 2분기에 더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나온 것이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중국 경제는 1분기에 바닥을 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그 시기가 2분기로 늦춰질 것이라는 예상이 늘어나는 등 갈수록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급기야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 5월 23일 국무원 상무회의를 주재하고 종합적인 경기 부양을 예고하는 회의 결과를 내놓았다. “경기 하강 압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안정적인 성장을 더욱 중요한 위치에 둬야 한다”는 게 위기의 심각성을 읽게 한다. 재정·통화·산업 3가지 정책 부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경기 부양이 이뤄질 것을 예고했다.

최근 1년 기한으로 시행에 들어간 에너지 절약형 제품 보조 정책 범위를 확대하고 기업 세금 부담을 줄이는 등 구조적인 감세 정책을 지속하기로 했다. 앞서 국무원은 에어컨·평면TV·냉장고·세탁기·온수기 등을 대상으로 에너지 절약형 제품에 한해 265억 위안의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에너지 절감형 전등과 발광다이오드(LED) 소비 촉진용으로 별도의 22억 위안을, 엔진 배기량 1.6리터 이하의 자동차 구매자들에게는 총 60억 위안의 보조금을 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효율이 높은 전기기계의 사용을 늘리기 위해 또 다른 보조금 16억 위안도 풀기로 했다. 이 같은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천둥치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개인 소득세를 인하해 소비를 진작하고 전략적 신흥 산업과 기술 제품 및 서비스 감세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화 긴축 완화 행보도 빨라질 전망이다. 국무원 상무회의는 “상황 변화에 맞춰 더욱 강하게 (거시정책을)미세 조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천 부원장은 “올해 안에 반드시 대출금리를 내리고 은행 지급준비율을 내려 통화정책을 더욱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올해 초만 해도 ‘소비를 통한 성장’을 강조했지만 최근엔 소비는 물론 수출과 투자 등 삼두마차로 경제를 견인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연초에 성장 동력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소비가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버팀목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적극 지지, 수출 정책을 보완하고 안정적으로 끌고 나가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안정적인 투자를 강조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원 총리는 건설 중인 프로젝트의 문제를 해결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또 철도·시정(하수처리 등)·에너지·통신·교육·의료·금융 등 7개 분야의 민간투자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교통운수부·철도부·위생부가 이미 민간투자 촉진을 위한 시행 세칙을 마련했으며 다른 관계 부처도 6월까지 잇따라 이들 업종의 민간투자 촉진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수출과 투자에서 소비로 성장 동력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중국의 발전 방식 전환은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로 일시 중단됐었다. 그렉시트가 중국 지도부에 악몽의 데자뷔를 만들어 내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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