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스피치] 위로도 아래로도 통(通)하라

중간 리더의 이야기 전달 능력

어느 기업이나 사장과 신입 사원을 제외하면 중간의 모든 사람들은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동시에 갖는다. 그래서 위에다 보고해야 할 상황이 생기고 때로는 아래에 지시할 상황도 생긴다. 기업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중간 리더들의 이야기 전달 능력에 따라 조직이 튼실하게 성장하기도 하고 그 반대로 소통의 단절이 오기도 한다.

김모 팀장이 관리 중인 콜센터의 슈퍼바이저가 제안한다. “팀장님. 상담원들이 쉬는 시간에 머무를 휴게실이 따로 필요합니다. 입에서 단내 나도록 말을 하다가 쉴 때는 좀 편해야 하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요. 편히 기대거나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장소가 있어야 하는데 그 자리에서 쉬다 보니 힘들어 하는 게 보이네요. 휴게실 좀 만들어 주세요”라고 한다.

이때 김 팀장은 임원에게 이를 어떻게 보고해야 할까.

“여직원들이 전화받는 게 너무 힘든데 쉴 공간을 마련해 달라네요. 불만들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라고 보고하면 임원이 휴게실을 만들어 줄 확률은 몇 %나 될까. 정말로 휴게실을 만들어 주고 싶다면 김 팀장은 임원의 입장에서 경영적인 측면을 강조해야 한다.

“상무님, 전화 상담 성공률을 분석해 보니 휴식 시간을 갖고 난 직후 상담한 때가 실적이 가장 좋게 나왔습니다. 여직원들이 중간에 20분 정도씩 몇 번 쉬는데 좀 편안한 휴식 공간이 있다면 오히려 실적이 더 좋아질 겁니다. 직원들의 사기도 오르고요. 현재는 그 자리에서 쉬다 보니 좀 힘들어 하는 게 보입니다”라고 말해보라. 임원도 관심을 가지고 몇 가지 질문을 더할 것이다.

직원들에게는 휴식이 중요하지만 임원에게는 실적과 생산성이 중요한 관심사다.

상황을 바꿔보자. 이번에는 경영층에서 김 팀장에게 업무 개선을 요구한다. “왜 경쟁사에 비해 우리만 실적이 떨어지나요. 전화 상담 시간은 상대적으로 긴데 판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제대로 일하는 게 맞나요. 재교육해 경쟁사만큼의 목표를 달성해야 합니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하자.

김 탐장은 콜센터 매니저들을 모아놓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만 실적이 떨어진다고 위에서 엄청 깨졌습니다. 이번 달까지 실적을 30% 이상 올리지 않으면 안되니까 전화 상담 품질 정확히 체크하고 직원들에게도 경각심을 일깨워 주세요”라고 한다면 과연 직원들은 열심히 실적을 달성하고 싶은 마음이 들까.

이렇게 바꿔보자. “지금 우리가 경쟁사보다 실적이 뒤지는데 방법을 찾아보면 충분히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매니저님들이 샘플링을 몇 개 해서 통화 품질을 분석해 보면 우리의 약점이 나올 겁니다. 지금 통화 시간이 굉장히 길어 직원들이 힘든 데도 불구하고 실적이 안 나오는 건 우리가 직원들을 정확하게 도와줘야 한다는 거죠. 방법을 찾아 실적도 향상시키고 직원들도 훨씬 덜 힘들게 도와줍시다.”

경영층에게는 실적이 중요하지만 직원들은 즐겁게 일하고 덜 힘들게 일하는 것이 관심사다. 그렇다면 중간 리더는 자신이 들은 말을 상대방 중심으로 가공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현장 직원들의 요청 사항을 경영층에게 전달할 때 경영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그 관점에서 말할 수 있어야 하고 경영층의 요구 사항을 현장에 전할 때는 일하는 사람들이 흥이 나게 만들어 주는 핵심이 무엇인지 간파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다. 이것은 과장이나 왜곡이 아니라 상대에게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편집 능력을 말한다. 조직의 소통을 원활히 만들어야 진정한 기업의 허리가 되는 것이다.


안미헌 한국비즈트레이닝 대표 www.biz-ment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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