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화끈한 ‘홈런’ 없지만 ‘안타’는 있다

5·10 부동산 대책 주목할 점

정부가 5월 10일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스몰 볼’이라고 스스로 평가할 만큼 화끈한 대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많은 시장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현시점에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와 취득·등록세 인하다. 하지만 이번 5·10 대책에도 유심히 보아야 할 대목이 있다. 10여 개의 대책이 발표됐지만 그중 눈여겨볼 것은 4개 정도다.

첫째, 강남3구 주택투기지역, 주택거래신고지역 해제다. 일부 언론에서는 이 부분을 크게 다루고 있는데, ‘강남’이라는 상징성을 제외하고는 큰 의미가 없다. DTI 한도가 40%에서 50%로 올라가고 3주택자 이상 소유자가 강남 것을 먼저 팔 때 세율을 10% 더 높게 적용했던 것을 면제해 주는 정도의 혜택밖에 없다.

이 두 요소가 그리 큰 것이라면 그동안 투기 지역에서 먼저 해제됐던 서울의 나머지 22개 자치구는 거래가 활발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조치 자체로 시장 분위기를 바꿀만한 것은 아니고 강남3구에 대한 역차별이 없어졌다는 상징성이 더 큰 것이다. 법으로 따지면 강남3구가 투기 지역에서 해제될 요건은 이미 오래전에 갖춰졌지만 그동안 일부 여론에 밀려 법이 지켜지지 않았던 것이다.

둘째, 2년 미만 보유 후 양도 시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세율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건축 부담금 부과 중지다. 이 가운데 ‘2년 미만 보유 후 양도 시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 세율 완화’를 빼고는 이미 과거에 발표된 사안들이다.

이런 4가지 조치가 서로 관련이 없는데 한 군데로 묶은 것은 이런 조치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국회의 몫이지 행정부의 몫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들이 국회에서 잘 통과될지는 의문이다. ‘부자 감세’라는 공격 앞에서는 여당이 힘을 못 쓴다는 것을 알기에 19대 국회에서도 위의 법들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구색 갖추기라는 측면도 있다.

셋째, 하지만 실망이 있으면 희망도 있는 법이다.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을 3년에서 2년으로 완화한다든지 일시적 2주택자 양도세 특례 기준을 2년에서 3년으로 완화한다든지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 조치는 법이 아닌 시행령을 개정하면 바로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 조치다. 국회의 협조 없이 행정부의 의지만으로 100% 실행 가능하다는 의미다.

넷째, 일대일 재건축 시 규모별 주택 건설 비율 탄력 적용이다. 소위 일대일 재건축을 할 때 전용면적의 10%만 증축할 수 있던 것을 더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중형 아파트 이상으로 구성된 중층 재건축 단지들은 혜택을 보게 된다. 과거는 재건축을 하게 되면 오히려 기존보다 평형이 줄어드는 문제가 일부 있었다.

기존의 재건축 관련법이 저층 재건축을 중심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리모델링은 전용면적의 30~40%까지 증축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10% 증축만 허용하는 재건축은 현실성이 많이 떨어지는 규정이었다. 과거에는 재건축을 규제 대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 조치도 국회 동의 없이 시행령 개정으로 실행될 수 있다. 이 조치의 의의는 정부에서 재건축을 규제 대상에서 유도 대상으로 인식이 전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시적 2주택자 양도세 기준 완화가 ‘백미’

결국 이번 조치는 화끈한 홈런은 없지만 확실한 안타는 몇 개가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몇몇 현실적인 대책이 포함되면서 거래량을 늘리려는 정부의 의지가 구두선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 희망이라면 희망일 수 있다. 이는 이번 조치가 부족하다면 추가적 조치가 잇따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번 조치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일시적 2주택자 양도세 기준 완화가 시장에 끼칠 영향에 대해 살펴보자. 기존 집을 보유한 상태에서 이사를 가려고 새로운 주택을 취득하면 2주택자가 된다. 이때 2주택자라고 해서 무조건 세금을 부과하게 되면 이상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세금을 내지 않으려면 같은 날 집을 팔고 사야 한다. 전 국민이 하루 날을 잡아 모두 이사를 가야 2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세금을 피할 수 있는 모순점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세법에서는 실질적으로는 2주택이지만 1주택처럼 취급해 주는 특례를 인정하는데, 이것이 일시적 1가구 2주택이다. 기존 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 새로운 주택을 취득하더라도 2년 이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면 그동안 1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취급해 준다는 것이다. 과거 참여정부 때는 이 중복 기간이 1년이었다. 그러자 지금과 같이 거래가 잘되지 않을 때는 집을 팔 수 없게 돼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2주택자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양도세 비과세 대상에서 50% 중과 대상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불합리를 없애기 위해 현 정부 들어 그 중복 기간을 2년으로 연장해 줬다. 그러던 것을 이번에 다시 3년으로 늘려준다는 것이다. 상당히 현실성 있는 조치다. 그런데 이 조치로 인해 투자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이번 조치 중 보유 기간을 2년만 보유하면 비과세 대상이 되는 조항과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온다. 기존에 주택(A)을 하나 가지고 있는 1주택은 나중에 주택(B)을 하나 더 취득하더라도 1년 이상 기간을 두고 사게 되면 두 주택 모두 비과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A를 2011년 6월 1일에 사고 B를 2012년 6월 1일에 샀다고 하자. 이때 A는 일시적 1가구 2주택이 되어 2013년 6월 1일(2년 보유 시점)에서 2015년 6월 1일(새로 산 주택의 취득일로부터 3년)까지만 팔면 비과세 대상이 된다. 그런데 2013년 6월 1일에 A주택을 팔고 바로 C주택을 샀다. 그러면 B주택으로 보면 일시적 1가구 2주택이므로 2014년 6월 1일에서 2016년 6월 1일 사이에 팔면 비과세된다. 이 주택을 2014년 6월 1일에 또다시 팔고 D주택을 사면 된다. 결국 매년 한 채씩 팔고 사지만 양도세는 한 푼도 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이것이 시장에 가져올 영향은 무엇일까. 지난 몇 년간 시장에서는 저가 주택이 강세를 보였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세제도 큰 몫을 차지한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사람이 8억 원을 가지고 있는데, 2억 원짜리 주택 네 채에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주택이 3억 원으로 올랐다고 하면 상승률은 50%이고 시세 차익은 네 채 각각 1억 원이다.

이것을 일반 과세할 때 각각 다른 연도에 팔았다고 하면 각각 2010만 원씩 부과돼 총 8040만 원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그런데 이 사람이 만약 4억 원짜리 두 채에 투자했고 상승률이 같다면 6억 원이 되어 시세 차익은 두 채 각각 2억 원이다. 이것을 일반 과세할 때 각각 다른 연도에 팔았다고 하면 양도세는 각각 5510만 원씩 부과돼 총 1억1020만 원이 부과된다.

상승률도 같고 시세 차익도 같지만 세금에서 약 3000만 원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러니 과거에는 똘똘한 두 채보다 저가의 여러 채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부자들의 투자법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바뀐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방법을 사용한다면 세금은 0원이다. 저가 주택 네 채에 투자할 때보다 두 채만 요령 있게 투자하면 무려 세금에서 8000만 원이 절약되는 것이다.

여러 채의 소형 저가 주택에 투자해 일반 과세할 것인지, 아니면 똘똘한 두 채에 번갈아 투자하는 일시적 1가구 2주택 전략을 쓸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이는 기존의 저가 주택 강세 현상에서 중가 주택으로 투자 축이 옮겨가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런 것이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또 다른 패러다임 시프트의 첫걸음일 수 있다.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