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전도사 CJ] 중국·베트남·미국 현지 취재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글로벌 기업들이다. 또 하나, 제조업이다. 한국 제조업은 세계를 삼켰다. 그런데 식품업·외식업·엔터테인먼트업 등 비제조업은 어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여전히 세계시장의 벽은 높기만 하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이제까지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겼다.

패배 의식만 쌓여갔다. 이럴 땐 ‘불가능의 벽’을 부술 리더가 필요하다. 박세리가 LPGA에서 우승하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자 박세리 키즈들이 LPGA를 점령해 버렸다.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 한국 식품 시장과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석권한 CJ그룹이 깃발을 들었다. 식품·유통·영화 등으로 세계시장을 주름잡는 ‘글로벌 CJ’, ‘그레이트 CJ’가 되겠다며 해외 진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CJ그룹의 비전이 달성된다면 한국 기업사의 역사는 새로 써질 것이다. 돛을 올린 CJ의 글로벌 진출기를 미국·베트남·중국 등 3개국 현지에서 취재했다.


미국 시장을 빼고 글로벌화를 논할 수 없다.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국이다. 경쟁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곳이다. 미국에서 버티고 살아남는다면 이미 글로벌 기업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선두 경쟁을 벌인다면 ‘일류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그랬기에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대표 기업들은 해외 진출 초기부터 미국 시장에 승부를 걸었다. 초반엔 판판이 깨지는 수모를 당했지만 강자들과의 극한 경쟁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이기는 습관을 길렀다.

‘2013년 글로벌 CJ’, ‘2020년 그레이트 CJ’ 비전을 내건 CJ그룹이 미국 시장을 중국·베트남과 함께 주요 거점으로 정한 것도 글로벌화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할 수 있다. CJ는 미국에서 식품은 물론 영화·미디어·바이오·외식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식품이나 외식은 문화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글로벌화가 쉽지 않은 업종이다. 영화나 엔터테인먼트도 마찬가지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는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이런 곳에서 한국 식품을 팔고 한국 레스토랑을 내고 영화를 찍고 배급하며 상영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CJ의 글로벌 CJ, 그레이트 CJ가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CJ는 글로벌화를 어떻게 이루겠다는 것일까. 숫자로 보면 2013년 매출 38조 원에서 해외 매출 비중 50%를 달성해 글로벌화의 기반을 완성한다는 복안이다. 그 방법으로 우선 중국에 ‘제2의 CJ’, 베트남에 ‘제3의 CJ’를 건설하고 동남아·인도·러시아 신흥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한 북미·유럽에 거점을 구축, ‘그레이트 CJ’의 도약대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속도가 붙었다. CJ그룹은 올해 해외 사업체에 총 6100억 원을 투자했다. 이는 전년(3600억 원) 대비 69% 늘어난 수치다. 2020년 그룹 매출 100조 원, 영업이익 10조 원, 글로벌 매출 비중 70%를 돌파해 ‘그레이트 CJ’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현시점에서 CJ는 계획대로 순항 중이다. CJ그룹의 해외 매출은 2007년 1조7321억 원, 2008년 3조631억 원, 2009년 3조9043억 원, 2010년 5조3355억 원, 2011년 6조1987억 원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지난해 CJ그룹의 매출액이 23조1374억 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 매출의 27% 정도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년 대비 지난해 그룹의 국내 매출 증가율이 18%인 반면 같은 기간 해외 매출 증가율은 28%로 훨씬 높다. 올해 목표는 7조9933억 원으로 2007년 이후 5년 만에 해외 매출 규모가 4.5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바이오 및 제약 사업 등 생명공학 부문이 전체 글로벌 매출의 51%로 가장 많고 신유통(28%), 식품 및 식품 서비스(18%), 엔터테인먼트&미디어(2%)순으로 나타났다.

CJ는 “지금이 호기”라고 본다. 아시아 경제권이 세계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점, 문화 서비스산업이 미래 성장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점, 환경 바이오 산업의 그린 이코노미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점 등 대외 환경이 CJ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케이팝을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이 ‘한류’ 바람을 일으키며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는 점도 문화 기업을 지향하는 CJ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 국가에 기여하겠다”며 ‘문화 보국론’을 주창하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대의가 실현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취재=권오준(미국 LA)·김보람(베트남 호찌민)·이진원 기자·

오광진(중국 베이징) 한국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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