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일자 있는 선순위 임차인의 배당 요구와 철회
서울에 거주하며 직장 생활을 하는 30대 초반의 박모 씨는 얼마 후 있을 결혼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30대 초반인 박 씨의 직장 경력과 경제력으로는 서울에서 신혼집을 마련할만한 여력이 없었고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전셋값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시간이 지날수록 신혼에 대한 단꿈은 고사하고 오히려 걱정이 앞서고 있었다.그러던 어느 날 박 씨는 우연히 부동산 경매로 집을 구하면 시세보다 20~30% 이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낙찰 가격에 70~80% 정도를 대출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얻었다.
서점에 들러 온갖 경매 관련 서적을 구입하고 공부하기 시작한 박 씨. 경매로 부동산을 매수한다는 것은 어렵고 위험하다고 말하지만 일명 ‘특수 물건’만 아니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집을 매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주택은 임차인에 대한 기본적인 권리 분석 즉, 대항력 여부, 확정일자, 보증금 인수 여부만 분석한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드디어 박 씨는 인터넷 포털에서 수없이 노출되는 경매 사이트에 접속해 물건을 검색하던 끝에 자신이 선호하는 위치와 평형, 자신의 소액 자본으로 응찰할 만한 구로구에 있는 한 오피스텔을 발견하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경매 물건의 감정가는 3억2000만 원이었고 2회 유찰로 최저가 2억400만 원에 진행된 사건으로, 박 씨는 2억1000만 원에 단독으로 낙찰 받았다. 그러나 그때부터 박 씨에게 시련이 닥쳤다.
임차인이 최초 근저당 설정일보다 빠르게 전입되고 그 동시에 확정일자를 받아 대항력 있는 선순위 임차인이나 배당요구에 의해 임차 보증금 1억4000만 원을 모두 배당 받고 소멸하는 것이 박 씨의 권리 분석 내용이었다. 그러나 박 씨는 임차인이 배당요구 종기 전 다시 배당요구를 철회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배당요구는 채권자가 자유롭게 철회할 수 있다. 다만 ‘배당요구에 따라 매수인이 인수해야 할 부담이 바뀌는 경우 배당요구한 채권자는 배당요구의 종기가 지난 뒤에 이를 철회하지 못한다(민사집행법 제88조 2항)’라는 조항에 따라 이 사건의 임차인의 배당요구 철회는 정당한 것이고 이러한 철회는 매각물건명세서에 기재된다.
하지만 박 씨는 우선변제권 있는 선순위 임차인이 권리 신고와 배당요구한 사실만 기록돼 있던 일부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의 정보만 검토했고 입찰 전 매각물건명세서의 검토를 간과했던 것이다. 아무런 의심 없이 응찰한 박 씨는 결과적으로 감정가보다 높은 금액에 낙찰 받아 입찰 보증금으로 제공한 종잣돈 2000만40만 원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처럼 최근 전세 계약 임차인들의 부동산이 경매로 나올 때 전셋값 상승에 따라 기존 전세금으로는 새로운 전셋집으로 이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임차인들은 우선변제권에 따른 보증금 전액을 배당 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요구를 하지 않거나 이를 철회해 낙찰자에게 거액의 현금을 인수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이때 낙찰자는 보증금 전액을 현금으로 인수해야 하는 부담으로 계속적으로 유찰될 수 있으며 임차인은 낙찰자와의 재계약 협상 여지가 넓어지게 된다.
물론 이럴 때 자본력 있는 투자자라면 계속된 유찰로 저가에 낙찰 받아 기존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 승계를 통해(단, 입찰 전 임차인에 대한 탐문과 의도 파악 후) 계약 만료 시점에서 매도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낙찰자는 최소의 투자비용, 취득·등록세 절감 효과, 양도소득세 면에서도 법적으로 인수되는 1억4000만 원에 대한 공제가 가능해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길이 열리지만 박 씨처럼 실거주이거나 소자본으로 대출을 통한 매수 계획을 세웠다면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상담위원